1.
일반인의 투자란, 자신의 강점을 찾되 기교를 너무 깊게 파고들지 않는 선에서 하면 좋을 것 같다. 혹자는 전문 트레이더들의 삶과 스스로를 굳이 비교하고 그들의 기술을 흉내 내려고 하는데 이건 무리다. 프로 골퍼나 프로 농구 선수는 0.01%의 움직임까지 다 분석하고 또 학습한다. 왜냐하면 그런 변수들을 통제하는 게 프로로서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근데 일반인은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 적당히 즐기면 된다. 적당한 선을 넘어서려 하면 무리가 된다. 하루에 드리블과 레이업을 6시간씩 연습해야 하는 삶과, 그렇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를 혼돈하는 게 되려 더 문제다.
2.
두 가지 개념을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전문 트레이더는 두 가지 압박이 있다. Capacity, 즉 전략의 수용량 문제와 손익관리의 문제다. 캐파의 문제는 NBA 선수로 치자면 본인의 몸값에 따른 정확한 역할을 이해하는 것과 흡사하다. 자신의 투자전략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 전략의 한계와 잠재력을 정확히 이해해 최대치까지 활용하는 것이 프로에겐 중요한 문제다.
예컨대 50억으로 연 20%를 낼 수 있는 전략을 만들었다면, 연 40억을 투입하거나 연 60억을 투입하면 어리석은 일이 되기 쉽다. 전자는 잠재력을 다 활용 못하는 쫄보가 되고, 후자는 자신의 한계를 인지 못하는 욕심쟁이가 되기 쉽다. 프로라면 정확히 49억에서 51억 사이를 투입해야만 한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트레이더에겐 몸값과 직결된 이슈다.
그러나 우습게도, 일반인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돈이 있는 만큼만 잘 맞춰서 투자하면 되지 않겠는가. 더구나 우리 일반인은 아주 작은 수용량의 투자전략을 사용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적은 시간을 쓰고 돈만 벌면 된다. 적은 수용량의 전략은 상대적으로 찾기 쉬울 수도 있고, 또 알파도 높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잖은가.
손익관리 문제에서도 프로들은 참혹한 환경과 싸워야 한다. 프로들은 자신의 손익관리의 정의를 할 수 있는 자유도가 매우 낮다. 누군가 강요한 손익 변동성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그게 때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원리 원칙이 되기도 하지만, 인위적인 부자유 따위는 스스로 규정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단타나 초단타는 전형적으로 극한의 캐파와 손익관리 최적화를 위해 만든 기법들이다. 불가피하게 많은 품이 들어가고, 또 많은 기법이 들어간다. 멋져 보이겠지만, 사실 일반인의 입장에선 실속 없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생각한다.
일반인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은 ‘시간’이다. 시간이 흐르면 돈이 벌리는 전략들이 대단히 많다고 생각한다. 막말로 예금에 넣어두면 돈은 100% 증가하고, 비싼 희귀품이나 심지어 희귀 거북이를 사서 키워도 몇년 후 가격은 아주 높은 확률로 올라간다(폐사하지만 않으면). 리스크 대비, 시간을 들이는 귀찮음에 대한 보상이 매우 높은 것이다. 시간이란 고작 5~10년 현업에서 죽자고 뛰어야 하는 프로들에겐 없는 사치다.
그렇다고 장기투자가 수익성이 더 낮은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전문 트레이더들은 수익관리와 캐파 관리에 많은 자원을 쏟아야 하지만, 그게 꼭 수익률 상승과 직결되진 않는다. 뭐랄까, 올림픽 선수들은 약물 검사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약물 (치트키)이 다양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3.
제일 쓸데없는 행동이 여의도 사람들 따라 하는 매매 기법들이다. 그게 단타이건, 아니면 소문 매매이건, 매크로이건, 프로들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룰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트렌드를 따라 장기투자하고, 오래 버틸 수 있는 현금흐름을 마련하고, 기관들이 못하는 역발상 투자를 하고, 대표이사들의 비전을 믿고 돈을 묵혀둘 수 있으면 좋겠다. 단기적으로 스윙 트레이드를 해도 좋다. 하지만 할 거면 벌 때 길게 가져가고 손실 볼 땐 짧게 끊으면 좋겠다. 일반인이기 때문에 유리한 점들을 백배 살리면 어떨까.
원문: 천대표의 무형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