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로 실종된 학력 중간층」, 동아일보
예상했던 결과다. 전에도 한 번 얘기했고. 많은 분이 교육의 질적 개선을 얘기하지만, 교육의 가장 강력한 효과는 양적 효과이다. 더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하고, 더 많은 사람이 대학 교육을 받게 하는 양적 팽창이 교육의 가장 강력한 효과다. 교육의 양적 효과로 계층 간의 격차를 줄이고 좀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든다.
사회학의 여러 연구에서도 일관되게 발견되는 사항이다. 예를 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대학의 양적 팽창이 세대 간 사회이동을 원활하게 만든다. 대학의 양적 팽창을 통제하면, 세대 간 사회이동에 끼치는 교육의 영향에 변화가 별로 없다.
아무리 명문대와 하류대의 질적 격차가 있더라도, 명문대와 고졸자의 질적 격차보다는 작기 때문이다. 학위는 일종의 자격증처럼 기능하는 측면도 있어서 같은 학위를 가지고 있으면 그 내부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이 훨씬 미묘하다. 같은 학위를 가지고 있으면 졸업 후 나이 든 후의 노력에 따라 인생 역전도 가능하다. 이와 반대로 학위가 다르면 구분 짓기 쉽고 당연히 배제하기도 쉽다.
아무리 애를 써도 상위계층이 질적으로 더 우수한 교육을 받는 걸 막을 수 없다. 상위계층은 교육 다양성의 기회가 주어지면 이 기회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한다. 그 능력도 뛰어나서 매우 탁월하게 이용한다. 개인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상위계층이 교육의 질적 개선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걸 막는 게 도덕적으로 옳지도 않다.
계층에 따른 교육의 질적 격차 확대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의 양적 확대로 질적 격차 확대를 도모할 양적 기회를 줄이는 것이다. 스스로를 진보로 여기면서 학교에서 공부 덜 시키는 방안을 고민하는 분들은 자신이 계층 간 불평등을 더 크게 만들고 하위계층이나 중간층보다는 상위계층의 이익에 의도치 않게 복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정책적으로도 교육의 양적 팽창은 실현하기 용이하지만, 질적 차이는 줄이기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지역 간 교사의 퀄리티 격차를 줄이기는 어렵지만 지역 간 공교육 시간의 격차는 훨씬 쉽게 줄일 수 있다. 교육의 계층 격차 축소에 관심이 있다면 답은 공교육의 양적 팽창이다.
코로나 효과와 관련해 한 가지 추측을 하자면, 부모의 소득이나 자산보다 부모의 학력에 따른 교육 격차가 가장 클 것이다. 집에서 자녀 교육하는 능력은 소득이 높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학력 취득에 끼치는 문화 자본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연구되었는데, 코로나로 학생들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부모의 학력 수준에 따라 형성된 문화 자본의 영향력을 키웠을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고학력 전문직 자녀들의 상대적 학력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중고생을 둔 학부모의 대다수가 1970년대 출생일 것. 그런데 1970년대생은 대학 졸업 후 여성의 사회진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자녀 교육에 올인한 분들이 많다. 원정출산, 조기유학 등을 부모로서 목도한 세대다. 1980년대생 여성들은 그 이전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비율이 적다. 가정에 머물면서 받는 원격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부모의 학력에 따른 계층 격차를 크게 할 수 있는 조건이다.
대책은 뻔하다. 코로나가 끝난 후 공교육의 양적 팽창을 도모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잃어버린 시간을 보충한다는 명목하에 보충 수업, 방학 중 수업 등등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원문: SOVID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