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는 얘기지만 주 대상은 중산층 내지는 중상층인데, 서민들이 덩달아 혜택을 보는 그런 정책이 좋은 정책이다. 여기서 좋다는 것은 그래야 오래 간다는 것. 서민을 직접적 대상으로 하는 정치나 정책은 지속되기 어렵다. 서민은 정치세력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비근한 예가 최저임금. 눈곱만큼이라도 진보입네 하는 사람들은 다들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그렇게 오랫동안 목소리를 높였고 최저임금은 한국 사회 계급 정치의 중요 아젠다로 세팅되었다. 하지만 막상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는 정책을 펼치고 보수 언론에서 공격을 받으니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나도 최저임금 인상 쉴드 많이 쳤지만, 사실 급격한 인상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모든 정권에서 그랬듯이 평균 7% 정도의 인상률을 유지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보수 언론에서는 모든 부정적 경제 통계를 최저임금과 연계시켜서 정부를 공격했고, 여론은 급격하게 최저임금에 부정적으로 변화하였다. 보수 언론에서 동원했던 통계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된 것이 없었고 허점투성이였지만, 진보언론이라고 최저임금 계속 올려야 한다고 쉴드치지 않았다. 이제는 누구도 최저임금을 높이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 내지 않는다. 진보정책 아젠다 하나 제대로 죽인 것.
최근에 중위기준소득 가지고 기사가 나왔던데, 제목이 「‘찔끔’ 최저임금의 그림자」다. 최저임금을 올해 많이 올리지 않아서 중위기준소득도 올리기 어려우니, 최저임금 올리지 않은 게 잘못이라는 투의 기사. 최저임금 올릴 때는 쉴드 치지 않다가, 최저임금 많이 안 올렸다고 이제 와서 에헴거리는 기사. 늘상 이런 식이고, 이런 일이 반복된다. 그러니 이건 패턴화되어 반복되는 사회구조다. 온몸으로 맞설 것이 아니라 여기에 적응하면서 변화시켜야 할 그런 구조.
부동산 문제, 수도권 집중 문제도 좀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한국은 자산 불평등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국가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 중산층이 자가 주택을 보유하는 국가의 자산 불평등은 대체로 낮은 편이다. 중산층에게 주택은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가 주택 전통이 없는 국가는 중산층이 자산을 축적하지 않고 금융자산이 자산 불평등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자가 주택 전통이 있는 국가는 중산층이 주택이라는 자산을 보유하고 그에 따라 부동산이 자산 불평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자산 불평등이 심화했다고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자산에 대한 데이터를 보면 불평등이 심화하지 않았다. 아래 표는 지난 불평등연구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되었던 논문(이성균, 신희주, 김창환) 자료 중 하나. 순자산 지니계수는 보다시피 2012년 대비 약간 하락. 올해가 지나면 또 바뀌겠지만 지난 10년간 부동산 불평등도 심화한 게 아니다.
건물주가 자산소득으로 먹고사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정말 극소수의 인구라는 걸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자산소득이 전체 소득 불평등에 기여하는 정도는 매우 작은 편이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상당히 많은 중산층이 자산 증가의 혜택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들 계층에 맞서서 승리하기 매우 어렵다. 이기지 못할 싸움은 안 하는 게 최선이다.
주택 가격 상승에 가장 불만인 계층은 현재 소득 수준이 높은데 자산 수준은 낮은 계층이다. 상속 자산이 별로 없는 전문직 고소득층. 이들의 욕망은 자신들이 서울에 있는 번듯한 아파트를 쉽게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지 자산 불평등 완화도 아니다.
아직은 심하지 않은 자산 불평등이 결국은 더 심화해 상속자산이 있는 사람만 부유층이 되는 상속 자본주의 사회를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충분히 염려할만한 상황이지만 부동산 대책보다는 상속 과세 강화로 대응하는 게 나을 것이다.
원문: SOVID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