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년 전에 한국의 인종차별 의식에 대한 글을 하나 포스팅한 적이 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지에 국가별 인종차별 인식에 대한 기사가 실렸는데, 한국인의 인종차별 경향이 매우 강하다는 것.
그때 썼던 글은 World Value Survey(WVS)의 2005-2007년 자료에 근거했었다. WVS가 현재 7차 조사 진행 중인데, 가장 최근 자료는 2010-13자료. 2005-07년에 비해 한국인의 인종차별 인식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인의 1/3 (정확히는 34%)이 이웃에 다른 인종이 살면 싫어한다. 2013년 한겨레 기사에 나왔듯이 이 정도로 인종차별이 심한 국가는 나이지리아, 사우디, 이란, 베트남, 알바니아 정도다. 이 설문을 기준으로 삼을 때 한국은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다. 그렇게 인종차별이 문제가 되는 미국은 이웃에 다른 인종이 살면 싫다는 비율은 5% 미만이다.
2.
그렇다고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래 표는 이전 분석과 마찬가지로 이웃에 다른 인종이 살면 싫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
2005-07년과 비교해서 2010-13년에 20-30대는 미약하지만 이웃에 다른 인종이 살면 싫다는 비율이 줄었고, 40대는 변화 없고, 50대는 격감.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증가. 2010-13년대 서베이에서 50대면 주로 50년대 출생자니까, 50년대 이전 출생자와 그 이후 출생자 간에 인종 문제에 대해서는 큰 인식 격차가 있는 듯하다.
젊은 층일수록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 높은 편이다. 남녀 모두 인종차별 인식이 2~3%포인트 개선.
학력과 지역별로 보면 고학력자의 인종차별 인식은 개선되는데, 저학력층은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은 2010-13년 현재 이웃에 다른 인종이 살면 싫다는 비율이 20% 미만. 이에 반해 고졸 이하는 무려 57%에 달한다.
2005-07년과 2010-13년 모두 초대졸이 대졸보다 인종차별 의식이 약한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7년 전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재도 그런 경향이 지속되는 걸 보니 뭔가 이유가 있을 듯.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충청지역은 인종차별 의식이 개선되는데, 영호남은 거의 변화가 없다. 오히려 아주 약간이지만 악화되었다.
선형 확률 모델도 돌려봤는데 학력을 통제해도 60대 이상에서는 인종차별 인식이 강하고, 고학력층에서는 약하다. 연령, 학력을 통제하면 지역 격차는 적어도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지 않다. 영호남의 차별 인식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계수 값은 나오지만.
샘 오취리가 사과한 것은 그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인종차별이 심한 국가의 쇼 비즈니스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하는 게 본인에게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원문: SOVID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