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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하고 살아도 세상 안 무너져

2020년 8월 28일 by 호사

불쾌지수가 폭발하는 이 계절에 만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내 안의 알량한 인류애를 시험하는 일이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습기 가득한 거리에서 도망쳐 지하철에 올랐다. 사람들은 빽빽했지만, 지하철 안 에어컨 바람도 시원했고, 운 좋게 금세 자리가 났다.

하지만 내 불쾌지수는 낮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차오르고 있었다. 개념 없는 한 인간 때문이었다. 한계치에 다다른 나는 화를 누르고 최대한 건조한 투로 말했다. 대신 눈으로는 쌍욕을 쏟아낼 기세를 담아서.

저기요 선생님. 선생님의 허벅지가 자꾸 제 자리까지 선을 넘네요. 다리를 좀 오므려 주시겠습니까?

옆에 앉은 쩍벌 인간의 뜨끈하고 끈적한 다리가 자꾸 내 다리에 닿았다. 처음에는 실수인 줄 알고 내 다리를 단속했다. 그런데 쩍벌 인간은 세계 정벌에 나선 칭기즈칸의 기세로 자꾸 선을 넘었다. 처음엔 1~2번 뜨거운 눈빛을 쏘고, 몸을 슬쩍 비틀어 힌트를 줬지만 옆 사람은 무신경한 건지, 날 무시한 건지 전혀 변화가 없었다.

아아아아아… / 출처: 시몬스

난 호락호락하게 살다가는 호구 잡힌다는 사회생활의 진리를 충분히 아는 나이다. 내가 정한 기준에 넘어선 순간 더 이상 참지 않고 말했다. 이때는 무엇보다 애티튜드가 중요하다. 첫마디부터 단호박처럼 단호하게, 손톱깎이처럼 딱 잘라 말해야 한다.

내가 당당할수록 상대방은 당황한다. 내가 쭈굴쭈굴하면 상대방은 적반하장 당당함의 역공을 펼칠 수도 있다. 미소를 쫙 뺀 건조한 표정을 장착한다. 감정은 빼고 팩트만 딱 던진다. 선을 넘는 사람에게 구구절절 중언부언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하철 안의 무수한 눈동자가 쩍벌 인간을 향해 쏟아졌다. 주변의 시선을 인식한 쩍벌 인간은 그제야 뒤통수를 긁적이며 다리를 오므렸다. 나 역시 귀 끝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지만 견딜만했다.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은 후 눈을 감고 나만의 평화로운 영역으로 들어왔다. 민망함은 순간이지만, 안락함은 내가 지하철을 내릴 때까지 계속되기 때문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괜한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나 하나만 참으면 조용히 넘어가니까. 드센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면 내 얼굴이 빨개지니까 등등 갖가지 이유를 붙여 하고 싶은 말을 삼키던 시절이 있었다. 어쨌건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괴로움이라면 굳이 내뱉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적당히 넘어갔다. 참고 견뎠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괜찮은 게 아니었다. 화가 쌓이고, 울분은 독이 되어 몸을 병들게 했다.

반면, 내 기준에 할 말 다 하는 사람들은 똑똑하게 자기 몫을 챙기고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닌데 자꾸만 억울함이 차올랐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는 양보나 인내가 미덕이 아니다. 숨어서 상처를 끌어안고 끙끙거릴 게 아니라, 문제를 꺼내 세상 빛과 바람을 닿게 해야 썩지 않는다.

오랜만에 나를 본 친구들은 말한다.

너 말 되게 잘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할 말 다 하는 사람이 됐어? 변했다 너.

그렇다. 어떤 면에서 나는 변했고, 또 어떤 면에서는 난 변하지 않았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사포처럼 까칠하고 예민하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까다롭게 보는 게 싫어하고 싶은 말이 100개라면 20~30개만 말했다. 다만 그렇게 숨기고 참아 봤자 나에게 득이 되는 게 없다는 ‘경험‘이 생겼다. 그래서 노선을 살짝 변경한 것뿐이다. 여전히 100개를 다 말하진 못하지만 70개~80개까지 수치를 높였다.

예전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이 상태를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볼 수 있다. 노. 처. 녀. 히. 스. 테. 리. 그 단어 그대로 결혼을 하지 않고 싱글인 채 나이를 먹으면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줄 알았다. 어른들이 다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내가 나이가 차고 넘치는 싱글녀, 그 당사자가 되어 보니 알겠다. 할 말 하고 살아도 세상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것뿐.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어떻게 평가할까, 보다 내 속에 쌓아 두는 게 없어야 꼬이지 않고, 비뚤어지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히스테리’라는 한 단어로 평가절하기에 세상은 우리를 거칠게 키웠다.

입을 닫으면 마음이 닫히고, 마음이 닫히면 관계가 닫힌다. 물론 모든 관계를 다 구질구질하게 붙잡을 필요는 없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 꼭 필요한 관계를 유지하는 현명한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그 첫걸음은 바로 마음을 쌓아 두지 않는 것, 속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었다.

말 안 해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그건 혼자만의 착각이다. 스무고개 하듯 눈빛과 행동으로 힌트 줄 시간에 솔직히 톡 까놓고 얘기 하자. 가뜩이나 쓸데도 많은 내 에너지를 눈치 싸움하며 불필요한 곳에 낭비할 필요 없다. 마음도 말도 쓸 때 쓰고, 아낄 때 아끼자.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 사람들은 당신의 말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또 쉽게 잊는다.

마음에 담아 두지 않고 솔직히 얘기하는 것, 그게 바로 모두를 위한 건강한 관계의 시작이다.

원문: 호사의 브런치

Filed Under: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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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깨춤 전문가. 여행하고 먹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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