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을 땐 어떻게 하는가? 인생의 정말 심오한 질문 중 하나다. 왜냐면 여러가지 이유로 일하기 싫은 순간이 수백 수천 번 찾아오기 때문이다.
보통 가장 뛰어난 이들이 일하기 싫어지고 기운이 빠지는 대표적인 이유는 ‘진척감이 없어서’라고 한다. 자신이 쏟아부은 노력만큼 일이 진행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감정 말이다.
그런데 이 진척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뛰어든 프로젝트가 자꾸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도 좋겠고, 아니면 간접적인 분위기로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자세나 피드백에서 느낄 수도 있고, 영업인이라면 실적에서, 또는 인센티브에서 그 일의 경중과 성패를 간접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운동 선수라면 자신의 능력치의 발전을 볼 수도 있고, 출전 기회를 통해 확인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한 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많은 에너지를 쏟았지만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거나 돈을 제대로 못 받거나 취업이 안되거나 아니면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고 있을 때 가장 기운이 빠지리라.
희한하다. 인간이 진척감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그런 것을 이용한 심리적 장치들을 쌓은 것을 게이미피케이션이라 하기도 한다. 그럼 진척감이 없어서인지 일하기 싫어질 때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제일 쉬운 답은 진척감이 느껴질 때까지 조금 더 힘을 써보는 것이다.
- 더 장기적으로, 더 간접적으로 내가 얻게될 경험들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 그 다음으로는 방향 수정이 있다. 다른 곳에서 삶의 활기를 느낄 수 없을지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
- 마지막으로, 잠시 쉬는 길이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답은 이렇게 네 가지밖에 없다. 왜 눈앞의 일이 싫어졌는지 상황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남는건 내 마음과 경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경험과 배움으로 치환시키고, 조금 더 재밌게 일할 수 있는 트위스트를 찾아내야겠지.
나도 일하기 싫은 지점들이 있다. 창업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리라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1,2번에 대부분 집중되어 있다. 억지로 조금 더 해보거나, 아니면 내가 얻을 것들을 떠올려보며 그림을 크게 그리는 것이다.
직장인일 때는 큰 그림을 그려서 억지로 끌고 나갈 동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 창업을 하니 상대적으로 책임이 커서 그저 버텨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사정이 너무 무거우면 방향 수정을 진지하게 검토하게 된다. 이 역시 직장인 때는 선택권이 없다고 스스로 믿기 쉽다.
자유란 다른 사람들이 세워놓은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질서를 발견하는 것.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에 나온 구절이 오래도록 기억난다. 자유란 질서가 없는 것이 전혀 아니다. 그렇다고 남이 정해둔 것을 따르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보기에 합당하고 자신이 보기에 적성에 맞는 것을 자신의 힘으로 정의하고 자신의 의지로 추종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만의 진척감을 위해서 말이다.
일하기 싫은 마음은 자유에 대한 갈망일 것이다. 모든 질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질서로 스스로 통제감을 갖고자 하는 갈망 아닐까.
그렇다면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질서에 잘 순응하는 사람들이 손발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놀라운 질서를 융합하는 과정일 것이다. 어쩌면 일하기 싫은 순간이라는 것은, 그런 고차원적인 갈망의 추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쓸때면 사람들이 혹시 무슨 일 있냐고 묻기도 하는데… 아니다.ㅎ 많은 분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나 역시 인간인지라 마음이 떠있을 때 원론적인 정의를 해보는 것이다. 매번 즐거울 순 없지만, 근본적으로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한 설계… 그에 대한 집념이 필요한 것 같다.
원문: 불릴레오 천영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