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그럭저럭 깔끔한 마무리를 지었던 만큼 ‘과연 속편이 나올까’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양우석 감독은 남북 관계에 대해 조금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혹은 450만 명이 본 전편의 네임밸류를 그냥 버리기엔 조금 아까웠을 수도 있고,
우선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생각보다 괜찮았던 점은 정우성과 곽도원의 뒤바뀐 위치와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 설정이다. 1편을 보지 않았던 관객이라면 큰 상관이 없겠지만, 전편을 관람했던 관객 입장에서 2편의 캐릭터 구성은 당황스럽다 못해 터무니없기까지 하다. 하지만 <강철비2: 정상회담>은 이름만 같을 뿐 전편과의 연결성을 거의 가지지 않다 보니 두 배우의 역할은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 잡았다.
또한 신파는 극도로 경계하면서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해서 리듬감을 만드는 연출 방식은 여전히 준수했고, 영화의 마케팅 포인트가 되었던 잠수함 액션은 기대했던 것만큼은 보여준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양우석 감독이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은 엔딩씬은 다소 오글거리긴 했지만 나름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반대로 생각보다 나빴던 점은, 1편에서도 그러했듯 규모가 너무 큰 주제를 다루다 보니 이야기의 밀도가 너무 낮다는 점이다. 131분 안에 한국, 미국, 북한, 일본, 중국의 야망과 계략을 다 담아내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고 하더라도 주연진을 제외한 수많은 인물들이 정보 전달용 이상으로 사용되지 못한 점은 대단히 아쉽다. 더불어 이 정도 규모의 영화치고는 개연성 확보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부분부분 인물들의 결정에 충분히 공감되지 않는 지점은 여전히 존재했다.
결론적으로 <강철비2: 정상회담>은 전편의 장점은 계승하고 최선을 다해 확보한 개연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북한을 소재로 생각할만한 거리를 주는 영화나 잠수함을 활용한 액션드라마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촘촘한 서사와 배우 한 명 한 명의 열연이 만들어내는 열기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꼭 선택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원문: 맑은구름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