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인 〈부산행〉은 단점이 없지 않았지만 꽤나 개연성 있는 한국식 좀비 재난 영화로써 장르적 강점이 명확했다. 반면 〈반도〉는 이런저런 장점들이 있음에도 끝끝내 신파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분명히 속편을 위한 구성품은 나쁘지 않았다. 〈부산행〉에서 4년이 흐른 후의 서울,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 좀비와의 액션. 특히 탈것을 활용한 좀비와의 액션씬이나 좀비물 특유의 설정을 활용한 번뜩이는 장면들에서는 연상호의 재치를 엿볼 수 있었다.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미쳐버린 사람들과 그 세상은 또 어떤가, 개인적으로 〈반도〉의 장르적 특성에 걸맞은 배경 설정과 세트에 아낌없이 사용된 자동차와 폐기물들의 퀄리티는 헐리우드에서 오랫동안 쌓아 올린 좀비물의 그것과도 견줄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도〉의 장점들은 ‘신파’라는 압도적인 재난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린다. 아니, 더 신랄하게 말하자면 〈반도〉의 신파는 재난을 넘어선 재앙이다. 〈부산행〉에서 결말에 스치듯 들어간 신파는 〈반도〉가 기승전결에 과감하게 들이부은 신파에 비하면 신파라고 부르기가 미안한 수준이다.
강동원, 이정현의 연기는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도 힘들 정도로 무의미한 눈물과 전혀 이해되지 않는 감정선, 행운을 몰고 다니는 람보식 서사에 빛이 바랠 대로 바래버렸다. 그나마 중후반부에 몰아치는 액션씬에 잠시 마음을 뺏긴 후 신파 폭풍이 작정한 듯 불어온다.
연출적으로 진부한 것은 물론, 장르적 특성을 백분 고려하더라도 영화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비현실성의 치사량을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결론적으로 〈반도〉는 이런저런 장점을 보유했음에도 신파라는 늪에 스스로를 밀어 넣었다.
나는 연상호 감독이 능력 없는 감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신파적 요소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이 지속적으로 수백억의 제작비가 무색하게 신파가 넘실대는, 그렇다고 연출적인 장점들이 그 점을 무마하지도 못하는 영화를 만들어낸다면 다음 영화는 믿고 거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원문: 맑은구름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