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마다 VOD를 통해 영화 혹은 드라마를 본다. 그러다 한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김수현과 서예지 두 사람이 주역을 맡은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보게 되었다. 천천히 4화까지 본 결과 왜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처음 단순히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멜로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가볍게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멜로 드라마가 아니었다. 이야기 속 두 주인공은 모두 마음에 깊은 상처와 결여를 가지고 살아갔다.
하나는 어릴 적에 부모님을 잃고 사랑을 제대로 받은 기억조차 없이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의존하는 형태로 장애인 형을 돌보았다. 다른 하나도 마찬가지로 아버지에게 학대당한 기억을 갖고 살아가면서 어릴 적에 발현한 사이코패스를 증상을 앓으며 공감하지 못하며 살아갔다.
서로 다른 형태로 마음의 상처가 있고, 어떻게 보면 선천적 후천적 사고라고 말할 수 있는 사건들을 겪은 두 사람은 어릴 때 한 차례 헤어진 적이 있는 소꿉친구다. 그것이 어른이 되어 우연히 만나 사랑이 바로 싹트는 삼류 드라마는 아니었다. 정말 아주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두 사람의 상처를 묘사해 나갔다.
드라마를 4화까지 보면서 느낀 건 애절한 사랑에 대한 공감이 아닌, 상처 입은 마음에 대한 공감이었다. 드라마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배경인 정신 병원과 정신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모습이나 각자의 사정을 앓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대변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사회에서는 심심하면 또래 집단폭행 사건, 성추행 사건 등의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매번 수위가 높아진다는 경고 메시지가 나오고, N번방 같은 사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면서 신상 공개까지 해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은 좀처럼 잦아들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왜 그런 걸까? 왜 사람들은 잘못을 알면서도 잘못을 반복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걸까?
그 이유가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볼 수 있었던 정신병을 앓는 한 막내아들의 아버지인 국회의원과 가족처럼, 우리가 마주 보아야 할 진짜 문제를 보지 못하고 잘못을 답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겉으로 문제를 가리기에 급급하고 썩어가는 속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소시오패스를 앓는 청소년과 성인의 비율이 점점 늘어난다. 인터넷을 통한 무감각 무감정 형태의 혐오가 난무하며 이제는 오프라인으로도 번지는 추세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비교를 통한 차별과 혐오가 한국 사회에서 흔해지고 말았다는 거다.
그러한 차별과 혐오가 흔해지면서 사람들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있지’라는 안일한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마치 과거 신분제도가 눈에 띄는 형태로 존재했던 시대처럼 사람들은 되도 않는 세세한 것을 기준으로 차별을 위한 기준을 긋고, 그 기준에 따라서 서로 무시하며 폭언을 쏟아낸다.
성인 세대부터 이러한 일을 하면서 아이 세대에게 물려주니, 오늘날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갖은 강력 범죄가 일어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더욱이 그렇게 자란 10대 청소년들이 잘못을 고치지 못한 상태에서 부모가 되니 또 다른 아동 학대 문제가 발생하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그렇게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내고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게 당연해진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드라마다. 단순히 마음에 상처를 가진 주인공 두 사람의 사랑만 그리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내는 게 인상적이다.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정신 병원과 환자들, 의사 선생님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현대인이 앓는 문제를 넌지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참 괜찮은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특히 동화를 통해 성인이 된 김수현이 서예지의 마음을 헤아리는 장면은 너무나 좋았다.
사람들은 흔히 동화나 만화책은 어릴 때나 보는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동화나 만화책만큼 우리가 쉽게 읽을 수 있고, 쉽게 마음이 움직이는 이야기는 만나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동화나 만화는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에게 인기 있게 팔리면서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어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다. 솔직히 동화는 잘 읽지 않았지만, 많은 만화책과 소설, 에세이 등을 읽으면서 다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를 마주했다. 상처 입은 나를 마주할 때마다 너무나 괴로워서 울었던 적도 있고, 도망쳤던 적도 있고, 나를 향해 험한 말을 내뱉은 적도 있다. 그렇기에 더욱 이 드라마를 인상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4화까지밖에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과 앞으로 전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4화까지만 봤어도 깊이 드라마에 반할 수 있었다.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를 비롯해 뭐 하나 부족한 점을 찾기 어려웠다. 앞으로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오늘을 살아간다면 꼭 한 번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정말 좋은 드라마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