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선생님은 모든 학생에게 “너희들은 모두 서울대 합격할 수 있을 거야!”라고 얘기하는 게 맞을까요? 통계를 보면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면, 거꾸로 희망을 줘야 할까요?
저는 좀 더 현실주의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어느 분야를 하건 그 분야에서 내가 몇 등인지 인지하는 것으로 출발해야 합니다. 입시의 장점은 내가 그 분야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확히 알려준다는 데 있습니다. 모의고사만 봐도 전국에서 상위 몇 퍼센트인지가 나오죠. 그런데 세상 모든 것들이 실력만으로 결정이 안 됩니다. 어느 분야는 오로지 실력의 영향을 받고, 어느 분야는 운의 영향이 아주 큽니다. 그림을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가장 왼쪽은 운빨이 가장 큰 분야입니다. 제프 베조스가 로또를 하나 제가 로또를 하나 로또 맞을 확률은 똑같죠. 가장 오른쪽은 실력의 영향이 압도적으로 큰 분야입니다. 제가 이세돌에게 죽었다 깨어나도 바둑을 이길 순 없겠죠. 투자는 그사이의 어딘가입니다. 가령 며칠 전 SK바이오팜을 산 사람은 같은 기간 대비 워런 버핏보다 수익률이 좋을 것입니다. 그걸 보고 자신이 워런 버핏보다 뛰어난 투자자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투자가 참 쉽다고 생각하면 위험하죠.
다시 투자 얘기를 해봅시다. 올웨더 혹은 자산 배분에 대해서 많이 말씀하시는 게 ‘연평균 5~10%’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시드를 가진 사람이 하는 게 맞다는 얘기인데, 그럼 거꾸로 연평균 15% 이상을 누구나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게 맞을까요? 아래를 보시다시피 연 15% 근처를 장기적으로 이뤄내시면 대가 반열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레이 달리오도 연평균 12%죠.
다시 비유해보자면,
- 알파투자자(시장초과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는 매년 수능 보고 매년 서울대 들어갈 성적을 올려야 합니다. 심지어 매년 과목이 바뀝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투자법이 늘 존재하거든요.
- 베타투자자(시장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는 매년 수능 보고 높은 확률로 1등급(상위 5%)의 성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 학생의 인생을 위해서는 그를 베타투자로 이끄는 게 좋을까요? 알파투자로 이끄는 게 좋을까요? 늘 고민인 영역입니다. 특히나 수능은 서울대 성적을 노리다 보면 1등급 성적이라도 나올 수 있는데, 투자의 경우는 좀 다르잖아요? 알파투자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 서울대 갈 수익률을 노리다가는 대학교를 들어가지 못할 성적이 나올 수도 있거든요. 아예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고요. 어떻게 학생에게 안내해야 할까요? 알파투자를 하라 해야 할까요? 베타투자를 하라 해야 할까요?
질문이 잘못됐습니다.
‘내가 투자를 위해 시간을 얼마나 쓸 수 있나? 내가 얼마나 소질이 있나?’라는 질문으로 바꿔야 합니다. 알파투자를 선택하느냐 베타투자를 선택하느냐는 온전히 투자자의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도 있고, 회사도 다녀야 하고, 친구들도 만나야 하니까 제가 보기엔 대부분 알파투자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인 거고요.
예전에 얘기했지만, 경제적 자유를 가장 빨리 이루는 방법은 이 세상에서 남들보다 잘하는 걸 찾아서 그걸로 돈을 버는 것입니다. 어떤 분에겐 그게 투자일 수도 있고 어떤 분에겐 부업 등 다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알파투자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순전히 오해입니다. 저도 알파 많이 해봤고 알파 좋아합니다. 알파를 하시면서 시장에서 생존하신 분들도 존경하고요! 제가 다루는 투자자들도 알파투자자들도 많습니다. 다만 알파가 굉장히 어렵다는 겁니다. 알파가 아주 어렵다는 게 투자의 대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요약해보겠습니다.
- 알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 아주 어렵기에 사업한다는 생각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합니다. 서울대 가는 난도, 그것도 매년 과목이 바뀌어서 새로 공부해야 하는 것으로 비유 가능하죠.
- 1, 2 때문에 확률적으로 알파를 추구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답은 아닙니다.
- 거꾸로 알파가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알파할 거면 정말 미친 듯이 공부해야 합니다. 저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참고로 한국에서 연평균 10년 이상 15% 이상 기록하면서 퍼블릭한 트랙 레코드가 있는 투자자는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혹시 있으면 알려주세요.
- 저도 알파 좋아합니다. 그러나 알파 얘기는 의도적으로 안 합니다. 굳이 알파의 원천을 제가 적극적으로 줄이는 데 앞장설 필요는 없으니까요. 쓰고 지운 글들도 제법 되죠.
- 알파투자에 대한 비판을 거꾸로 생각하시면 도움 됩니다. 제가 비판하는 포인트를 반대로만 바라보시면 알파의 원천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판 글만 올리면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어 이제는 그런 비판 글도 자제해야겠죠. 점점 제 생각을 표현하는데 소심해집니다^^;
원문: 내일은 투자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