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의 식탁에 ‘리더의 말과 글‘을 연재하면서 미국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 이하 AOC)의 발언은 꼭 한번 소개하고 싶었다. 아니, AOC의 말을 소개하지 않는다면 독자들의 기대를 무시하는 거라 생각했다. AOC가 그만큼 뛰어나고 효과적인 연설가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의 정책에 반대할 수는 있다. 이 사람의 기질이나 성향을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람이 말을 사용하는 기술, 말의 장악력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말하기가 하나의 예술이라면 AOC는 30세의 나이에 거장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다.
그동안 AOC에게 좋은 발언이 많이 나왔고, 그때마다 감탄하고 박수를 쳤음에도 여태 그의 발언을 소개하지 않은 이유는 이 사람을 대표하는 발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판단에서였다. 60대 정치인이 뛰어난 발언을 하면 그게 그 사람의 마스터피스라고 생각해도 좋지만, 이렇게 젊은 사람은 계속 성장 중이기에 더 뛰어난 ‘작품’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다리기로 한 거다. 내 판단이 옳았고, 지난주에 이 발언이 나왔다.
- 번역 전문 보기: 「AOC, ‘욕설·폭언’ 남성 의원을 시대적 명연설로 날려버리다」, 피렌체의 식탁
그런데 딱 10분에 맞춰서 얼마나 완벽한 흐름과 논리로 테드 요호(Ted Yoho)의 언행을 비판하는지, 나는 그 연설을 들으면서 에르난 코르테스(Hernán Cortés)가 떠올랐다. (절대로 이름 때문이 아니다.) 에르난 코르테스는 스페인 정복자의 이름으로, 당시 제조기술과 사용기술이 절정에 달한 스페인의 검을 가지고 아즈텍인들을 학살, 정복한 사람이다.
유럽의 칼싸움 기술을 설명한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걸 마스터한 사람과 아닌 사람이 칼싸움을 하는 건 어른이 세 살짜리를 상대로 주먹질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수준이다. 그런 기술을 가진 코르테스가 원주민과 싸우는 걸 상상해보면 끔찍하다(코르테스와 부하들은 원주민 10만 명을 죽였다). 물론 AOC라는 인물이 상징하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건 별로 적절하지 않은 비유다. 항상 논쟁을 칼싸움으로 생각하는 내 습관 때문에 떠올린 것일 뿐임을 밝혀둔다.
그런데 AOC가 누군가를 공략하는 걸 보면 그 정도로 기술이 무섭다. 말과 글을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AOC는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 파고드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공격에서 가장 강력한 주장을 가져와 그걸로 공략한다. 요호가 그런 AOC에게 “fucking bitch”라고 욕한 건 그 사람의 말 기술이 그 수준이기 때문이다. 동굴에 사는 원시인 수준인 거다.
그가 쓸 수 있는 게 고작 원시인처럼 돌을 던지는 거였고, 그게 “fucking bitch”였다. 생각해보라, 65세나 된 남자 정치인이 쓸 수 있는 무기가 그거밖에 없다는 게 얼마나 한심한 일인지. 요호의 욕설이 차별적인 말임에도 *** 처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여기에, 그리고 본문에 쓴 이유는 AOC가 의회에서 가감 없이 그 단어를 말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 돌에 맞은 AOC는 잘 닦인 칼을 꺼낸 거다. 그걸로 거의 가지고 노는 수준으로 요호를 공략한다. AOC와 요호 사이의 공방이 칼싸움이라면 (요호의) 피비린내가 나는 10분이었다. 이 연설을 두고 미국 언론에서 “AOC Destroys Yoho”라고 하는 게 과언이 아니다. AOC의 이번 발언은 전문으로 읽어봐야 그 솜씨를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전문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