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자동차 없애고 집도 월세로… 그 돈으로 주식 사라, 그럼 부자 된다
이런 말을 하고 다니는 분이 계신다. 보통은 이런 말을 걍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어느 언론사 인터뷰에서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는 호칭을 사용해서 한 마디.
음, 우리나라에서 워런 버핏은 조금 잘못 알려진 바가 있다. 워런 버핏은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헤서웨이 시가총액은 570조 원에 이르는데,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0위권의 어마어마한 회사를 자기 손으로 일군 사람이다.
그렇게 대단한 업적을 일궜음에도 불구하고 버핏은 사람들에게 주식투자를 함부로 권하지 않는다. 그는 시장을 잘 모르는 아내를 위한 상속에 대해서도 “현금의 10%는 단기 국채에 90%는 비용이 낮은 S&P500지수 펀드에 투자하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에게 주식시장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분은 끝임없이 사교육은 쓰레기통에 돈 버리는 것이고, 삼성전자나 SK텔레콤과 같은 주식을 과거에 샀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사후확신편향적 분석에 동의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궁금하다. 90년대 삼성전자가 잘될지 대우전자가 잘될지 현대전자가 잘될지 어떻게 알 수 있었겠으며, 만약 십몇년 전 건설주나 중공업주에 묻어두고 존버했으면 그 돈이 지금 어디에 있을런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현재도 이와 같다. 일 년 전 테슬라의 가치를 알았던 사람들은 자율 주행의 가치를 빠르게 인식한 테크 최첨단에 있던 사람들이고, 아마존과 MS의 부상을 인지했던 사람들은 방구석에 앉아 있던 분들이 아니라 몸으로 클라우딩 컴퓨팅 시대를 체감하던 분들이었다. 현업에서 치열하게 프로그래밍하고 디벨로핑 하고 투자하던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게 인텔과 엔비디아 역전 시나리오고, 5G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분들은 소위 배우고 현업에서 단련된 사람들일 것이다.
사실 그 데이터를 다루지 못하면 앞으로 소득을 창출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는데, 데이터 리터러시도 사실 기반은 학교 다닐 때 배웠던 확률과 통계다. 거기다 당장 통계의 정규분포만 조금만 깊게 들어가면 적분이 튀어나오고, 미래예측의 영역으로 넘어가려면 미분이 등장해야 한다. 이런 것들 학교 다닐 때 그래도 건드려는 봤어야 따라갈 수 있지, 삼사십대 되어 정석책 붙들고 있는다고 무엇이 되겠는가.
갈수록 세계화가 되어가고 있는 세상에서, 적어도 해당 인더스트리의 글로벌트렌드는 읽고 가야 하는데, 중고등학교 수준의 영어 실력도 갖추지 못한 분들이 훌륭한 투자자가 될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 하다못해 재무제표의 매출채권이나 대손충당금, 선급금이나 이연법인세 자산과 같은 단어를 이해하려고 해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에 다니며 습득하는 편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일일 것이다.
카드도 써봐야 금융의 어느 섹터가 앞으로 리딩할 것인지 알 수 있고, 자동차도 레벨2 자율주행이라도 타봐야 그 산업의 미래를 조금이나 만져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도 부동산의 영역에서 레드핀이나 질로우와 같은 중계앱 회사들이 부상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 이해하려면 그래도 부동산도 사고팔고 세금도 내보고 해야지 않겠나.
궁극적으로 부모가 아무리 학원비 아껴서 1억이고 2억이고 준다 한들, 자녀가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 연봉을 1억이고 2억이고 받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페이스북의 15년 차 이상 시니어의 연봉은 대략 10억 원이 넘어간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직원들을 학력도 보지 않고 뽑을까, 미국 탑스쿨의 박사들을 데리고 갈까. 한국은 다르다고? 이십 년 전 국내 1억 이상 연봉자는 2만 명이었지만 현재는 80만 명인 게 통계고 현실이다.
물론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사교육비를 들이거나 부동산에 올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다만 그러한 현상을 대충 퉁치고 다들 금융문맹이라고 재단하고, 밑도 끝도 없이 어려서부터 주식 사라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정말 그리 자신 있다면 버핏과 같이 버크셔 헤서웨이 같은 회사를 만들어서 주당 3억 원이 넘는 가치 있는 투자회사를 경영하든지 말이다.
어차피 인생 스킨인더게임이다. 부디 실력으로 본인을 인증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