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에 속는 사람들은 진짜 전문가와 사기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사기꾼까지 가지 않더라도 전문가와 약팔이를 구분하지 못 하는 일은 매우 많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일전에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적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감식안과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식 서비스는 다른 업종보다도 이런 작용이 더 크게 발생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진짜 전문가와 약팔이, 사기꾼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까지는 아니어도 준전문가 정도의 지식수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야 어떤 말속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린지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이 전문가를 찾는 것은 관련 지식이 없어서 전문가의 의견에 의지하려고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지식 서비스는 그 구조 자체가 심각한 미스매치임을 알 수 있다. 전문가를 가려내는 기준은 관련 지식이지만 이게 부족해서 누가 전문가인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우회해서 자기들 나름대로 전문가를 판별하려고 하기 마련이다. 그 기준으로는 대개 두 가지가 쓰인다.
우선은 친숙함이다. 어르신들이 전문가의 말보다 뭘 잡다하게 많이 아는 것 같은 동네 박 씨의 말을 더 신뢰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정보의 질을 판단하기 어려울 땐 정보전달자의 신뢰도로 대체해서 판단하곤 한다. 이것이 전문가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이 되어 같은 전문가라도 더 많이 알려져 있고 친숙한 사람의 말에 좀 더 신뢰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대중적 명성과 지식의 질적 가치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로는 가격이다. 가격은 언제나 소비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시그널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대체로 품질과 가격은 비례하는 경험을 한다. 그러다 보니 싼 게 비지떡이란 말도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질적 차이를 구분하거나 확인하기 어려울 때는 일정 이상의 가격이면 품질이 그만큼 괜찮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된다. 그 가격인 데는 이유가 있을 거란 거다.
하지만 보통의 상품이나 서비스들과는 달리 지식 서비스는 그 질적 수준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가격을 지불하고도 만족도를 제대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즉 가격과 친숙함을 질적 수준에 대한 판단의 앵커로 삼을 때의 맹점이 잘 드러나는 분야가 지식 서비스란 얘기다. 지식 서비스에 약팔이와 사기꾼이 많은 이유가 이와 같다.
물론 누구나 비전문 영역과 관련 지식이 없는 영역이 있기 마련이니 속을 순 있다. 그리고 몇만 원 정도라면 속아도 큰 탈은 아니니 그 정도는 개인 차원에선 크게 문제는 안 될 수준이다. 그러나 딱 두 가지 케이스는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나 지나치게 헐값.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것은 가격을 질적 수준을 판단하는 앵커로 삼는 사람들의 행태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그래서 가격만 보면 ‘대체 누가 여기에 속나?’라고 하고 싶을 정도지만 어이없게도 존재한다. 어차피 이쪽은 소수의 호구를 잡는 게 목적이니 애초에 높게 지르는 경우다.
반대로 말도 안 되는 헐값을 제시하는 케이스도 있는데 이 경우 또한 만만찮다. 일단 발을 담그게 만들고 모래 지옥처럼 빠뜨리는 케이스라서 헐값은 유인책이고 실제로는 마치 유료 결제를 요구하는 모바일 게임처럼 다른 방식으로 비용 청구를 하여 금액을 누적해나간다. 그리고 때에 따라선 이 둘을 혼합적으로 운용하기도 한다. 무료 서비스와 초고가 서비스로 양분화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한 번쯤 ‘왜?’라는 의문을 붙여보는 게 좋다. ‘여러분들을 위해 좋은 뜻으로…’라고 하면 ‘왜?’라고 생각해보자. 대체로 ‘좋은 뜻’이라는 말은 무조건 한 번은 의심해보는 게 낫다. 특히 돈과 관련된 부분이면 좋은 뜻이란 ‘(나에게) 좋은 뜻’인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론 이런 경우만 조심해도 큰 탈은 안 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결정이 나의 책임 아래 이뤄짐을 자각하면 더 조심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속을 수는 있다. 큰 탈만 안 나면 된다.
원문: 김영준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