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명언이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야근이 사라지고 일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면 생산성은 떨어진다. 기업마다 워크 다이어트(work diet)라는 이름으로 회의 횟수와 시간을 줄이고 대면 보고와 서류 보고를 줄인다. 중복 업무는 간소화, 반복 업무는 표준화하고 IT 기술을 활용해 정보화에도 힘쓴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 만 2년, 워크 다이어트를 추진한 기업 대부분은 신규 직원을 뽑지 않고도 생산성을 유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필자는 여러 기업의 워크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성공과 실패 사례를 다수 경험했다. 워크 다이어트는 추진 그 자체로 조직과 직원에게 주는 긍정적 메시지가 있다. 이왕에 시작하는 활동이라면 올바른 실행의 틀과 방법을 이해해 시행착오 없이 원하는 성과를 얻어야 할 것이다.
워크 다이어트는 표현이 생소할 뿐 특별한 개념이 아니다. 과거에도 우리는 업무 효율화를 위한 업무 간소화, 표준화, 자동화를 해봤다. 성공하지 못한 많은 혁신 활동이 그렇듯 실시했다는 사실 외에 좋은 성과를 냈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이런 경험은 직원들이 워크 다이어트에 대해 “바빠 죽겠는데 또 일을 만들어 부담 준다.”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문제는 직원들이 호응하지 않는 혁신 활동은 실패한다는 것.
과거 업무 효율화와 현재 워크 다이어트의 가장 큰 차이는 ‘하면 좋은 일’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의 차이다. 과거 추진했던 업무 효율화는 잘 되면 좋고 안돼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 시대에는 상황이 다르다. 관행처럼 장시간 근로를 통해 어떻게든 생산성을 맞추던 기업 입장에서 비상이 걸렸다. 일할 시간은 줄어드는데 직원을 더 뽑을 수는 없고 해야 할 일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일을 줄이는 것은 ‘단지 하면 좋은 일’이 아닌 ‘생존’에 직결된 문제다.
여기 두 기업이 있다.
제조업을 하는 A기업은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매출은 둔화하고 이익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유휴 인력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안다. 이런 마당에 워크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하니 직원들이 대놓고 반발은 못 하지만 걱정을 하는 분위기다. 지금도 일감이 없어 걱정인데 워크 다이어트하면 인원 구조조정 압박이 심해질까 봐서다. 불필요한 일을 제거하자는데 직원들은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고용 불안을 걱정한다니 이상한 일이다.
기업에서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감하는 일, 창의적으로 개선하는 일, 혁신을 추구하는 일 등 기계나 컴퓨터, IT 시스템이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지금까지 의례 해오던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일 때문에 챙기지 못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불필요한 일을 제거해 생긴 여유와 시간을 어디에 투입해야 할지 조직과 리더가 제시해 주기만 하면 된다.
B기업은 워크 다이어트 시행을 위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워크 다이어트를 하려면 불필요한 일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고 직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직원들이 내는 의견 대부분이 민원성 요구였다. ‘회의’, ‘보고’, ‘문서’를 줄여 달라는 목소리는 빗발치는데 무엇을 하겠다는 말은 없다.
이렇게 되면 조직과 리더들은 고민에 빠진다.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긴 해야 하는데 조직의 성과향상에 효과도 없고 오히려 리더들의 조직관리만 어렵게 만들 것 같기 때문이다. 결국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결정을 주저하고 평이한 수준의 워크 다이어트 활동을 한다.
워크 다이어트의 정확한 의미와 목적에 대한 통일된 인식이 필요하다. 기업 활동의 목적은 성과 창출이다.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것에 멈추지 않고 꼭 필요한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워크 다이어트의 정확한 개념은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리더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만족도는 직급이 높은 리더들이 높다. 반면에 개선 요구는 직급이 낮을수록 높다. 임원, 팀장 등 리더계층은 현재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상대적으로 문제의식이 적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에 보직을 맡지 않은 직원들은 불편함을 느끼고 문제의식이 크다. 일하는 방식의 개선이 시급한 회사일수록 일하는 환경이 리더들이 일하기 편하게 맞춰져 있다. 그래서 워크 다이어트 활동에 리더들의 적극성이 떨어진다. 리더들의 노력이 없으면 워크 다이어트는 실패한다.
둘째, 팀 차원 활동이 중요하다.
워크 다이어트 프로젝트는 전사 차원의 활동으로 시작된다. 전사 차원의 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해 인식과 공감을 끌어낸다. 문제는 실행이다. 워크 다이어트 활동은 팀 단위에 소속한 팀원들이 실행하고 결국 팀 업무가 성과를 잘 낼 수 있게 효율화되어야 한다. 팀 차원의 이슈와 실행 방안을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 팀장 이상 리더들은 이 활동이 잘 진행되도록 배려하고 지원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끝으로, 지속성이 중요하다.
워크 다이어트를 일회성 이벤트로 진행하게 되면 실행방안이 적폐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회의만 줄고, 보고서만 부실해지고, 리더십만 약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기업 내 조직 활동도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 문제를 개선했더니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워크 다이어트는 한 번에,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워크 다이어트 활동이 필요하다.
하나 더하자면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로 기업 내부 활동이 콘택트(contact)에서 언택트(untact)로 빠르게 변화했다. 많은 기업에서 숙원과제였던 워크 다이어트 이슈가 저절로 해결된 경우도 적지 않다. 대면 활동의 축소는 불필요한 업무를 상당 부분 제거했다. 일하는 방식 개선이 더딘 기업이라면 코로나19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영영 뒤처질 수 있다.
원문: 더밸류즈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