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접어들며 30도가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따가운 햇볕 속에서 조금만 걸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요즘,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 절로 떠오른다.
냉면 중에서도 ‘평양냉면’은 담백한 맛을 추구하여 여름철 갈증을 달래주기 제격인 음식이다. 평양냉면은 짜거나 자극적인 맛 대신 은은한 맛을 선호하던 평양의 지역적 특색을 그대로 남아 낸 향토 음식이다. 초기에는 많이 잡히던 꿩을 이용하여 국물을 냈으나 현재는 꿩을 구하기 힘들어 소고기와 사골을 이용하여 육수를 낸다. 평양지역 일대에서 유행을 하다 6·25전쟁을 겪으며 월남민에 의해 국내 곳곳에 퍼지게 되었다.
초기에는 마니아층 위주로 인기를 끌었으나 몇 년 전 유명 매스컴 방영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관심을 받으며 지금은 여름철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평양냉면은 오랜 시간 우려낸 사골을 차게 식힌 뒤 기름기를 제거한 육수에 동치미 국물과 소금, 식초를 넣어 간을 하여 메밀면을 푸짐하게 말아 낸다. 진한 육수에 메밀면이 말아져 있는 모양새가 비슷해 보이지만 만드는 사람과 재료, 손맛에 따라 각양각색의 맛을 내며 식당마다 개성 넘치는 맛을 즐길 수 있다.
강렬하게 다가오고 있는 올여름 무더위에는 슬기로운 평양냉면 생활을 지내보자! 슴슴하지만 가슴 시린 짜릿한 맛으로 마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평양냉면 신상 맛집 BEST 5를 소개한다.
1. 평양냉면 입문자도 즐기기 좋은, 합정 ‘당인동국수공장’
‘당인동국수공장’은 단독 주택을 복고풍으로 개조하여 개성 넘치는 분위기를 자랑한다. 옹기종기 모여 앉을 수 있는 테이블부터 프라이빗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룸까지 다양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표 메뉴는 소의 양지, 사태, 설깃살과 돼지 삼겹 부위를 푹 삶아 낸 육수로 선보이는 ‘당인 냉면’. 촘촘한 면포에 육수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3번이나 거쳐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한 탄력이 살아있는 면발과 간간한 국물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와 평양냉면 초심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특제 간장 양념과 들기름, 들깻가루를 이용하여 고소한 맛을 한껏 끌어올린 ‘들기름 메밀면’도 인기다.
식신TIP
- 위치: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48-3
- 영업시간: 매일 11:30 – 22:00, B/T 15:00 – 17:00, 월요일 휴무
- 가격: 당인 냉면 8,000원, 들기름 메밀면 9,000원
- 후기(식신 플레인요거트): 평양냉면을 처음 먹어봐서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입에 너무 잘 맞아서 한 그릇 뚝딱 먹었네요. 냉면이랑 녹두전을 같이 먹었는데 녹두전이 완전 두껍고 냉면이랑 완전 꿀 조합이었어요. ㅎㅎㅎ
2. 메밀의 구수함을 온전히 담아낸, 압구정 ‘압구정면옥’
‘정인면옥’ 출신 20년 경력 주방장의 손맛이 담긴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는 ‘압구정면옥’. 소주, 막걸리와 더불어 와인, 수제 맥주 등의 주류를 평양냉면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냉면은 메밀 70% 함량으로 찰진 식감을 강조한 ‘일반’과 메밀 100%로 구수한 풍미를 살린 ‘프리미엄’ 중 선택할 수 있다. 대표 메뉴 ‘평양냉면 프리미엄’은 주문과 동시에 순수 메밀로 반죽한 뒤 면을 뽑아, 메밀의 짙은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씹을수록 메밀의 구수함이 퍼지는 면발에 한우 육수의 깊은 맛이 어우러지며 탄성을 절로 자아낸다.
돼지고기, 부추, 숙주, 두부 등의 재료로 담백한 맛을 낸 ‘만두’도 냉면과 함께 즐겨 찾는다.
식신TIP
- 위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30길 16
- 영업시간: 매일 11:30 – 21:30
- 가격: 평양냉면 프리미엄 13,000원, 만두 9,000원
- 후기(식신 흡복식호흡): 매장 인테리어가 정말 깔끔해서 취향 저격! 육수가 아주 끝내줘서 바로 벌컥벌컥 마시고 바로 리필 요청했네요. 메밀이 가진 맛을 좋아해서 프리미엄으로 주문했는데 확실히 향 자체가 달라 일반보다 훨씬 더 맛있게 먹었습니다.
3. 입맛 돋우는 은근한 감칠맛, 논현 ‘봉산평양냉면’
‘봉산평양냉면’은 ‘진미평양냉면’, ‘능라도’ 등 유명 평양냉면 가게에서 오랜 시간 경력을 쌓은 사장님이 문을 연 곳이다. 대표 메뉴는 그릇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육수에 면 사리를 푸짐하게 말아 제공하는 ‘평양 물냉면’. 아무것도 넣지 않은 상태로 쭉 들이켜 마시면 부드러운 짠맛과 은근한 감칠맛이 맴도는 국물이 목을 훑고 내려가며 입맛을 한껏 살려준다.
투명한 육수가 사이사이 스며들어 부드럽게 풀어지는 면발은 찰기가 살짝 살아있어 씹는 맛을 더한다. 육수의 한층 깊은 맛을 즐기고 싶다면 차가운 기운을 빼고 미지근한 상태로 나오는 ‘거냉’을 추천한다.
식신TIP
- 위치: 서울 강남구 학동로1길 21
- 영업시간: 매일 11:00 – 21:30
- 가격: 평양 물냉면/거냉 11,000원, 어복쟁반(小) 35,000원
- 후기(식신 코나쿠나): 확실히 이전에 계셨던 곳들의 특징을 잘 느낄 수 있었던 평양냉면이었습니다. 고명으로 올려 나오는 고기도 두툼하고 원래 국물을 많이 먹지 못하는 편인데 여기는 너무 맛있어 완냉했어요. ㅎㅎ
4. 입안 가득 퍼지는 짙은 육향, 숭실대 상도동 ‘아바디’
합리적인 가격으로 평양냉면을 만나볼 수 있어 입소문이 난 ‘아바디’. 냉면을 포함하여 막국수, 불고기, 비빔밥, 어복만두전골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 든든한 식사는 물론 술 한잔 걸치기에도 좋다.
자리에 앉으면 제공되는 뜨끈한 육수로 빈속을 달래고 있으면 대표메뉴 ‘평양 물냉면’이 등장한다. 짙은 육수와 단단하게 똬리를 튼 면발 위로 고기, 배, 오이, 달걀 등 차곡차곡 쌓아 올린 고명의 알록달록한 색감의 조화가 식욕을 끌어 올려준다.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하면서도 짙은 육향을 머금고 있는 국물과 부드럽게 끊어지는 면발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식신TIP
- 위치: 서울 동작구 상도로60길 2
- 영업시간: 매일 11:30 – 21:30
- 가격: 평양 물냉면 9,000원, 수육 반 접시(한우) 15,000원
- 후기(식신 junejune03): 우리 동네에 이런 숨은 평양냉면 맛집이 있었다니! 면 사리가 정말 많이 담겨 나와서 한 그릇 먹으면 정말 배가 빵빵하게 불러요. 고명으로 올라간 고기도 따로 시켜 먹고 싶을 만큼 맛있고 국물이 아주 끝내주네요.
5. 4대째 이어오는 비법 레시피, 홍대 ‘평안도 상원냉면’
‘평안도 상원냉면’은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LG팰리스 건물의 지하 푸드코트에 자리잡고 있다. 1950년대 평안도에서 냉면 장사를 시작했던 1대 사장님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백김치와 구기자주로 각각 숙성시킨 돼지고기를 푹 고아 만든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7:3 비율로 섞어 깔끔한 평안도식 평양냉면을 선보인다. 냉면은 질깃한 식감이 살아있는 ‘물냉면’과 100% 메밀면으로 툭툭 끊기는 식감이 매력적인 ‘순면 냉면’중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묵직하게 치고 들어오는 육향과 두툼한 면발이 어우러지며 입안 가득 풍성함을 선사한다.
식신TIP
- 위치: 서울 마포구 양화로 156
- 영업시간: 평일 11:30 – 21:00, 토요일 11:30 – 17:00, B/T(평일) 15:00 – 17:00, 일요일 휴무
- 가격: 순면 냉면 15,000원, 물냉면 8,000원
- 후기(식신 난P양이라고해): 오픈 시간에 가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진짜 많더라구요. 평양냉면 기본으로도 먹어보고 순면으로도 먹어봤는데 둘 다 진짜 맛있어요! 냉면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나쁘지 않아 이것저것 시켜 먹기에도 부담이 없는 편입니다.
원문: 식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