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라에몽, 야쿠르트 아주머니의 카트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걸까?”
한 때 아이돌 가수를 쫓는 팬클럽 마냥 쫓아다닌 이가 있었다. 바로 ‘야쿠르트 아주머니(현 ‘프레시 매니저’)’다. 마트와 편의점에서 구할 수 없는 음료들을 가지고 있는 음료계의 레어템 판매자. 첨단 기술을 탑재한 미래형 음료 요원.
심지어 ‘월 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에까지 소개된 한국의 야쿠르트 아주머니의 카트 속에 들어 있는 제품의 끝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낯을 가려서 ‘야쿠르트’ 달라고밖에 말하지 못한 게 함정이지만.
하지만 65ml 야쿠르트로 규정하기에 이들이 살린 제품이 너무 많다. 오늘은 리스펙트를 담아 음료계의 전설. 아니 레전드.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살려냈던 음료들에 대한 이야기다.
유산균 음료회사가 커피를 살려?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
야쿠르트의 저력이 제품이 아닌 사람에 있었다는 것을 언제 느끼게 되었을까? 그것은 2010년 한국 야쿠르트에서 커피전문점으로 출범한 ‘코코브루니(KOKO BRUNI)’다. 그냥 세련된 카페가 아니라 수제 초콜릿과 케이크들이 추가된 고급 디저트 카페였다. 론칭과 함께 주목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매출로 이어지진 않았다. 몇몇 업계 관계자는 ‘유제품 업체가 커피업에 성급히 진출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출동하면 어떨까?
2016년 3월, 한국 야쿠르트는 새로운 제품을 낸다. 바로 ‘콜드브루(풀네임은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다.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찰스 바빈스키의 이름을 넣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업방식이었다. ‘로스팅 일자를 확인’하라며 만들어진지 10일 이내의 제품만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서.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정기배송으로 바뀐 야쿠르트의 커피 전략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보통 고급 커피 전문점에서 마실 수 있는 콜드브루를 원하는 날짜에 신선한 상태로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액만 700억을 넘어서 콜드브루에서 한가닥(?)하는 제품이 되었다.
녹즙이 아닙니다 야채 음료입니다, 하루야채
하지만 특이점이 폭발한 제품은 ‘하루야채’다. 2005년에 출시한 야채 음료다. 당시만 해도 야채가 중요하긴 한데 얼마나 먹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일일 야채 권장량을 350g이라고 명시한 녀석이다. 덕분에 나는 ‘김치를 먹었으니 괜찮지 않냐’, ‘채소를 위해 치킨 대신 파닭을 시켰다’는 핑계를 댈 수 없게 되었지.
사실 이 분야에서는 ‘풀무원 녹즙’이라는 강력한 지배자가 있었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힘든 부분. 하루야채는 ‘녹즙’이라는 키워드보다는 ‘하루에 필요한 야채의 양’ 그리고 ‘주스의 맛’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출시 이후 3억 7000만 병을 팔았는데, 이 야채 섭취량을 채우려면 깻잎이 1,295억장, 오이 14억 8,000만 개, 당근 11억 1,000만개라고…
야채섭취의 중요성을 안(하지만 직접 먹지는 못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하루야채는 제품의 범위를 넓혔다. 2007년에는 어린이 용 하루야채가. 2014년에는 뿌리채소가 나왔다. 최근에는 헬스… 아니 단백질용 ‘하루야채 프로틴’도 나와서 마시즘에서 재밌다며 소개를 하기도 했다. 물론 마시고 운동은 안 한 게 함정.
하지만 겨우 음료의 확장으로 이 녀석을 특이점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쉽다. 바로.
마스크팩, 과일, 잼으로 확장한다: 음료가 아니라 ‘하루’와 ‘야채’가 주였어?
이 하루야채라는 브랜드가 음료가 아니라 ‘마스크팩’과 ‘과일’ 그리고 ‘잼’으로 확장하며 라인업의 특이점이 왔기 때문이다. 2011년에 나온 ‘하루야채 퍼플 잼’은 보라색 당근과 호박 등으로 만든 야채 잼(…)이었다. 2017년에는 ‘하루야채 마스크팩’을 내면서 뷰티업계로 등극했다. 정제수 대신 과일과 야채 추출물을 첨가했다는 것이 특징. 또한 하루 야채가 아닌 ‘하루 과일’을 내면서 음료가 아니라 포장 안에 과일을 넣어서 판매했다.
이 모든 확장이 가능한 것은 바로 이를 판매할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있었기 때문. 고객의 성향을 알고, 직접 제안까지 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음료뿐만 아니라 마스크 팩도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하루에 필요한 뭐든 제품으로 출시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맥처럼.
그런데 왜 야쿠르트 아주머니의 이름을 프레시 매니저로 바꾼 것일까?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유명한 치즈 간식 ‘끼리’부터 시작해, 야쿠르트 유산균의 명맥을 잇는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쿠퍼스까지 한국야쿠르트의 히트작에는 언제나 야쿠르트 아주머니의 힘이 있었다. 좋은 제품도 중요하지만 좋은 플랫폼, 좋은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1971년 47명으로 처음 시작했던 야쿠르트 아주머니는 이제 1만 명이 넘는 대표적인 방문판매조직이 되었다(쿠팡맨의 2배가 넘는다). 집이나 사무실은 물론, 항간에는 시위 현장부터 산골, 울릉도까지 못 가는 곳이 없다고.
이제는 프레시 매니저(Fresh Manager)’로 이름을 바꾸고 음료뿐만이 아닌 가정식(김치나 고기까지도 있다고 한다)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과연 다음에 만날 때 그들이 건네줄 음료(혹은 제품)은 무엇일까.
번외 : 야쿠르트, 야구르트, 요구르트는 뭐가 다른 거야?
어렸을 때부터 늘 의문이었다. 야쿠르트와 요구르트(또는 야구르트)의 차이점을 말이다.
야쿠르트는 우리가 아는 야쿠르트사의 상품이다. 유산균을 이용해 우유를 발효시킨 ‘요구르트’와는 제조방법이 다른 음료다. 하지만 국내에 요구르트보다 일찍 자리 잡았기 때문에(선빵필승의 법칙?) 사람들은 야쿠르트와 요구르트를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다. 밀려난 요구르트들은 ‘요거트’라고 불리게 된다는 사실.
그렇다면 야구르트는? 야쿠르트라고 쓰면 제품명을 따라한 것이 되니까 야쿠르트와 요구르트를 합쳐 ‘야구르트’라고 부르게 되었다는(어떤 동네는 요쿠르트라고 쓰기도 한다) 혼란한 이야기가 남아있다.
원문: 마시즘
참고문헌
- 야쿠르트 아줌마, 한우·김치·마스크팩도 배송, 박종필, 한국경제, 2019.10.28
- ‘신선 배송’… 야쿠르트 카트안에 별별게 다있네, 신희철, 동아일보, 2020.6.12
- [브랜드 스토리] 진화하는 야채주스 ‘하루야채’, 장유미, 아이뉴스24, 2018.2.3
- [식품박물관]①하루야채, ‘일일 야채권장량 350g’ 김보경, 기준을 제시하다, 이데일리, 2020.3.31
- 한국야쿠르트, ‘만년 적자’ 코코브루니 어쩌나, 오현승, 세계일보, 2017.4.19
코코브루니와 콜드브루, 류상길, PPSS, 2016.8.8 - 바빠진 야쿠르트 아줌마…치즈 이어 커피까지 파는 까닭은?, 장석만, 아시아투데이, 2016.3.2
- New Yogurtmobiles in South Korea Cause a Stir, Min-Jeong Lee, The Wall Street Journal, 20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