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는 ‘OB 베어스’ 부활을 꿈꿨지만 두산그룹 대답은 ‘노 땡큐’였습니다. 유통 업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8일 이렇게 전했습니다.
오비맥주에서 두산그룹에 프로야구팀 인수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두산그룹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요구해 없던 일이 됐다. …
두산그룹에서 야구팀을 팔 생각이 없다는 뜻을 표현했다고 보면 된다.
오비맥주는 올해부터 ‘뉴트로 랄라베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이면서 프로야구 올드 팬들 마음까지 사로잡은 분위기입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구단을 인수하는 방안까지 생각했던 겁니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채권단과 ‘두산중공업을 제외한 모든 자산을 매각할 수 있다‘는 자구안에 합의했습니다. 두산중공업을 살릴 수 있도록 채권단으로부터 3조 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다른 계열사는 필요하다면 ‘차례에 따라’ 시장에 내놓기로 한 겁니다.
그렇게 정한 차례가 두산솔루스 → 두산모트롤 → 두산건설(일부) → 두산인프라코어 → 두산밥캣 → 두산베어스 → 두산퓨얼셀 순서입니다. 먼저 앞쪽에 있는 계열사를 시장에 내놓은 뒤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그다음 회사를 내놓는 방식입니다.
이 차례를 정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은 두산베어스를 더 앞쪽에 놓으려 했지만 두산그룹에서 ‘베어스는 꼭 지키고 싶다’며 간곡하게 호소해 순서가 뒤로 밀렸다는 후문.
이렇게 당장 매각 순서를 뒤로 미루는 데는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두산그룹이 끝까지 야구팀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렇다면 오비맥주처럼 좋은 원매자(願買者)를 만나기 힘들지도 모르는 게 사실. 두산그룹이라도 이를 모를 리 없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본 기린(麒麟)맥주는 1933년 당시 식민지 조선에 쇼와(昭和)기린맥주를 세웠습니다. 포목점이던 ‘박승직 상점’ 사장 매헌 박승직 선생이 당시 이 회사 주주로 참여했습니다. 쇼와기린맥주는 1945년 해방 후 적산(敵産) 기업이 됐고, 그해 10월 매헌 선생의 아들 연강 박두병 선생이 이 회사 관리인 자격을 따냈습니다.
연강 선생은 회사 이름을 ‘동양맥주’로 바꾸면서 OB(Oriental Brewery)라는 상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52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이 회사를 아예 불하(拂下) 받았습니다.
이후 OB맥주는 국내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맥주로 자리잡게 됩니다. 현재 ㈜두산은 이 동양맥주가 모태이며 1978년까지는 아예 그룹 이름이 ‘OB그룹’이었습니다. 그러나 1991년 터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을 계기로 점점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결국 1998년부터 2001년에 걸쳐 벨기에 회사 인터브루로 OB맥주 지분이 넘어가게 됩니다. 두산그룹이 OB맥주 지분을 줄이면서 프로야구팀은 1999년부터 OB가 아니라 두산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터브루가 인수합병(M&A)을 거치면서 회사 이름이 앤하이저부시 인베브(Anheuser-Busch InBev·AB인베브)로 바뀌었습니다. 현재도 오비맥주㈜는 AB인베브의 자회사입니다. 원래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 규약은 외국계 기업을 회원사로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지만 2008년 옛 현대 매각 과정에서 이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따라서 오비맥주에서 프로야구팀을 인수하는 데 제도적 걸림돌은 없는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