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년 전, 2018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시작될 무렵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에서 열린 4년간의 주민공청회 내역을 분석해 ‘주민참여’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살펴본 바 있다. 4년간 25개 구청이 개최한 공청회가 122회에 불과했고, 공청회 홍보 역시 관의 편의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무엇보다도 일하는 주민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평일 낮에 주로 개최되어 다양한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2년이 지나, 민선 7기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이 시점에서 과연 그동안의 공청회 관행은 좀 개선이 되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2018년 7월 1일부터 2020년 6월 9일 현재까지 구청이 행정절차법에 따라 개최한 공청회 전체에 대해 공청회 제목, 개최 장소, 개최 날짜, 행사 시각, 해당 공청회의 홍보방식(관보, 공보, 인터넷 웹사이트 게시, 일간신문, 현수막 게첩, 기타 중 해당하는 홍보방식을 체크) 등의 내용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합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25개 자치구에서 2년간 개최된 공청회는 총 52건이었다. 1개 자치구가 1년에 한 번 공청회를 개최한 꼴이었다. 2020년 전반기 내내 코로나19로 인해 주민들이 모이는 행사가 불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민선 6기와 큰 차이 없는 결과였다.
문제는 단 한 차례도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은 자치구가 25개 구 중 7개 구에 달한다는 것이다. 강남구, 광진구, 구로구, 금천구, 서초구, 용산구, 종로구 등 7개 구청은 주민공청회를 개최한 바 없다는 답을 보내왔다. 사실 의무적으로 공청회를 실시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공청회를 실시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구청에게 달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청회가 ‘의무 사항’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공청회를 많이 실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행정기관이 주민들의 의견을 얼마나 많이 수렴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행정안전부의 「공청회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공청회는 “행정작용을 하기에 앞서 실시하는 처분 전 사전 의견청취” “구성원 간의 대립된 의견을 조정” “정책과 제도의 도입에 대한 의견수렴”의 기능을 한다.
공청회를 한 차례도 열지 않은 7개 자치구에서는, 지역 주민 간 대립이 일어날 사안이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한 경우가 과연 한 차례도 없었을까? 그렇게 생각하긴 어려운 일이다.
주민공청회가 주로 평일 낮에 열려, 직장을 다니는 주민들은 참여하기 어려운 문제 역시 여전했다. 전체 52건의 공청회 중, 휴일인 주말이나 퇴근 이후인 평일 저녁 시간대에 공청회가 열린 경우는 겨우 10건에 불과했다. 지난 번 조사 결과와 크게 변화가 없는 셈이다. 그나마 서대문구의 경우 모두 6번의 공청회 중에서 절반인 3건을 주말이나 평일 저녁 시간대에 개최하여, 상대적으로 주민들에게 열려 있는 모습을 보였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홍보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절차법에서는 공청회 개최 전에 관보나 공보, 인터넷 웹사이트 또는 일간신문에 이를 공고하도록 한다. 그러나 주민들이 실제로 공청회 개최 사실을 확인하기 가장 좋은 통로는 결국 거리 현수막이다. 그러나 52건의 공청회 중 ‘현수막’을 통해 홍보한 경우는 18건에 그쳤다.
분명 제도화되어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전자공청회의 문제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행정절차법 제38조의2에서는 분명 전자공청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나 전자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서울 지역 기초자치단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기초자치단체마다 웹사이트에 전자공청회 운영을 위해 필요한 웹서비스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신문고 웹사이트를 통해 전자공청회 메뉴를 만들고 공공기관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기초자치단체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활용하는 경우에도 주로 ‘입법예고’의 형태로 활용해 공청회라 말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나마 국민신문고 웹사이트에서 전자공청회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메뉴는 ‘국민생각함’의 ‘생각모음’ 페이지라 할 수 있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기초자치단체가 구정과 관련한 온라인토론 게시물을 올리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래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참여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만약 구청이 ‘주민 참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토론의 장을 열고, 운영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법적으로 규정된 공청회나 전자공청회부터가 형식적으로 열리기 십상이고, 시민들은 이런 절차가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기초자치단체들이 정말로 ‘참여’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의 참여 없는 ‘지방자치’란 일부 지역 정치인과 유지들을 위한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너나없이 ‘자치분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치는 2020년,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
원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