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 등 위험부담 낮춘 소자본 창업 모델
점포주 A씨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한다. 손님이 주로 밤에 찾아와 점심에는 영업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낮에 돌아다니는 거리의 사람들을 보며 남는 시간이 아까워졌다. 누군가 들어와 임대료를 함께 부담하고 영업하면 서로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창업자 B씨는 호프집에서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외식업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브랜드와 점포를 알아봤지만 생각보다 큰 자본이 필요했다. 고민하던 중 우연히 나누다키친 공유주방 플랫폼에 나와 있는 A씨의 점포를 소개받았다.
- 역삼 3호점 후기 각색
나누다키친은 음식점의 비어 있는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다. 영세한 사업자를 위한 공유주방, 공유식당, 빅데이터 활용 플랫폼 서비스 등으로 창업의 위험을 낮췄다. 소자본 창업자는 나누다키친의 공유 서비스로 폐업이나 실직에 이르지 않을 수 있다.
올해는 나누다키친의 공유식당이 2월 성수에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여러 명의 사업자가 다른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창업 공간이다. 현재 나누다키친은 공유식당에서 낮에 ‘대우식당’, 밤에 ‘모그’라는 신규 브랜드를 선보인다. 대우식당은 강원도식 장칼국수, 모그는 일본식 저녁과 다양한 주류를 제공한다.
나누다키친은 브랜드 출시 기간이 끝난 후 1호 공유식당에 창업할 사람을 모집할 예정이다. 현재 공유식당의 분위기는 어떤지 김상운 대우식당 팀장과 안형선 모그 쉐프에게 들어봤다.
대우식당·모그 브랜드로 성수 1호 공유식당 개점
Q. 창업주가 공유식당에서 창업할 경우,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A. 아무래도 초기 비용을 줄이면서, 내가 원하는 메뉴나 업종을 해볼 수 있는 것이 나누다키친 공유식당의 가장 큰 메리트다. 공유식당은 점포 분위기나 인테리어가 점심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맞게 변경이 되기 때문에 비용은 줄이고, 필요한 도움은 받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창업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Q. 성수 공유식당 1호점의 위치와 공간의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A. 성수는 오래 거주를 하신 분들도 계시고, 최근 스타트업 회사가 많아지면서 젊은 분들도 함께 공존해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공유식당은 조도와 약간의 인테리어 변경으로 다른 분위기가 난다. 점심 대우식당에서는 칼국수를 판매하고, 저녁 모그는 바(Bar)로 변신하는 것처럼 전혀 다른 느낌의 식당이 하나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특징이 있다.
Q.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지?
김상운 대우식당 팀장: 주로 일식집에 있는 긴 테이블 공간에서 칼국수를 판매하는 게 특이하다고 생각하신다. 그런데 낮에 직접 방문해보니 분위기도 좋고 잘 어울린다는 평이 많다. 메뉴는 칼국수도 맛있지만, 김밥, 유부초밥 같은 사이드 메뉴도 매력적이다. 특히 유부초밥은 사진찍기에도 예뻐서 인스타 등에서도 인기가 많다.
안형선 모그 쉐프: 모그의 경우 메인메뉴 외에도 그날그날 재료 상황에 따라 다른 쉐프 특선 메뉴가 좋은 반응을 얻는다. 그리고 인테리어나 조명 등이 다이닝 바라는 가게 콘셉트와 잘 어울려서, 낮에는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해하시는 손님이 많다.
Q. 창업주가 크게는 공간, 좁게는 주방을 같이 쓰게 될 텐데, 혹시나 불편함은 없을지.
A. 나누다키친의 가장 큰 장점은 공유가 부분적으로 분리된다는 점이다. 사용하는 집기와 식기 모두 따로 사용 중이고, 보관함이 별도 있어서 업무가 종료되는 시점에는 이전 가게의 집기는 모두 따로 보관된다. 식자재 역시 보관하는 곳이 따로 있어서, 이런 혼선을 사전에 막은 것이 나누다키친의 가장 큰 장점이다.
Q. 나누다키친에게 기대되는 점이 있다면.
A. 나누다키친의 공유식당은 내 가게를 시작해보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프렌차이즈는 아니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형태로 외식업을 운영하는 방법이다. 앞으로 이러한 환경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더 좋은 상권에 더 저렴하게 들어가 2명의 창업자 모두가 함께 잘 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오성제 부사장 “예비창업 시대 꿈꿔”
현재 공유주방 매장은 2년 만에 총 85개(3월 기준)를 달성했다. 소자본이지만 위험을 분산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 덕분이다. 오성제 위대한상사 부사장은 재직시절 “은퇴 후 마땅한 일이 없어 외식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선배들의 모습을 많이 봤다”며 “초보 창업자들도 사업을 안전하게 이어가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오성제 부사장은 김유구 대표와 함께 소셜벤처 나누다키친을 이끌어가는 공동창업자다. 그들은 금융권에 재직했다는 공통점뿐 아니라 20여 년의 두터운 관계를 바탕으로 위대한상사를 설립했다. 상업 공간의 효율화를 지향하는 나누다키친은 공유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으로 성장한다.
오성제 부사장은 “앞으로 창업을 원하는 사람에게 ‘예비 창업’의 시대를 열어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사업의 위험을 낮춰 창업 초보자들도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며 “나누다키친도 전문적인 푸드테크 지식과 공간에 대한 DB를 갖춰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 노산들 인턴기자
원문: 이로운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