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되어서 뉴스를 통해 접한 여러 범죄 사건 소식은 우리 한국 사회가 얼마나 잘못에 대해 감수성을 잃어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많은 사람이 ‘세상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저 사람들은 사람도 아니다’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으면서 날 선 비판을 가했다.
2020년 가장 뜨겁게 쟁점의 중심에 있었던 사건은 성착취물을 공유하며 피해 여성을 협박하고 여러 차례 성추행·성폭행한 N번방 사건이다. N번방 사건은 우리 한국 사회가 가진 짙은 그늘 중 일부분이 드러난 사건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최근에 터진 하나의 사건은 고 최숙현 선수의 사망 사건이다. 이 사건 또한 N번방 사건과 비슷한 형태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가해자들이 고 최숙현 선수에게 성적 폭력을 가한 건 아니지만, 비인간적인 폭행과 폭언을 반복하며 기어코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다.
이러한 두 사건의 전개 과정과 드러난 모습을 보면 우리는 사람에 대해 크나큰 실망을 토로할 수밖에 없게 했다. 물론, 한쪽 사건의 가해자들은 그나마 경찰 조사 앞에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형식적으로 꺼내기는 했지만, 다른 쪽 사건의 가해자들은 증거가 불분명하니 오리발을 내민다.
나는 이 두 사건이 전혀 다른 종류의 폭행과 폭언이 이루어졌지만, 가해자들은 모두 하나 같이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의 양상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잘못을 인지했더라도, 그 죄책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같은 잘못을 수차례 반복하며 문제를 더욱 키워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N번방 사건과 고 최숙현 선수의 사건을 보면 다수의 가해자가 죄를 공유하며 죄책감을 덜었다. 지금의 나만 아니라 과거의 다른 사람도 해왔다는 자기변명을 내세워 잘못을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덕분에 이러한 잘못은 이미 그 깊이가 상당히 깊어졌을 뿐만 아니라 쉽게 끊어낼 수 없는 상태다.
현재 대표적으로 N번방 사건 주력자와 고 최숙현 사건의 주력 가해자들이 언론의 질타를 받을 뿐이다. 이러한 문제는 또 다른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이어진다. 유사 N번방은 버젓이 운영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체육회 내부의 폭력은 다른 체육회도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한다.
아마 그들은 이번에 조금만 숨을 죽이면서 지내면 괜찮다는 걸 알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는 매번 수면 위로 떠 오르며 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결국에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그런 일도 있었지’라고 인식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사이에도 잘못은 계속해서 되풀이된다.
N번방 사건과 고 최숙현 선수의 사건은 극단적인 사건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사건은 크기에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라떼는 말이야 더했어.’라는 형태로 잘못에 대한 합당한 처벌과 반성 없이 반복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은 ‘잘못했다.’라고 자신 스스로 인정할 수 없기(혹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결과 지상주의와 과도한 경쟁 구도가 더욱 잘못에 대한 감수성을 잃어버리게 한다. 최근에 터진 전 걸그룹 AOA 출신의 폭로로 터진 사건도 같은 맥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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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가 없다. 겉만 좋으면 속은 어떤지 보지 않는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태도는 고쳐질 수가 없다. 짙은 그늘 내에서 잘못이 반복되게 하고, 잘못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거나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의 죄책감은 더욱더 옅어지면서 또 다른 N번방 사건과 단체 폭행 폭언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서 말할 것이다. “나 때는 더 심했다.”, “그 정도로 상처를 받을 줄 몰랐다.” “죄송한 마음은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무엇인가 잘못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점차 잘못에 대한 감수성을 잃어가며 소시오패스로 살아가는 게 당연해지는, 소시오패스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어가는 한국 사회. 오늘 당신은 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사람으로서 살아가는가? 지금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비판하면서도 어쩌면 당신도 인지하지 못한 잘못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