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매출 180만원… 업계 30% 수준 수수료 왜 8.4%만 받냐구요?”
옆을 보니 네이버, 카카오, SK 등 대기업에서 온 대표, 임원들이 있었어요. 친구들이 저보고 월클(월드클래스) 됐다고 농담 섞인 축하를 해주더라고요. 아직 경력도 길지 않은데, 많이 쑥스러웠죠. (웃음)
박채연 두드림퀵 대표는 이달 22일 과기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최한 제33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 행사에 초청받았다. 2019년 11월 법인화 이후 약 8개월 만의 일이다. 이 자리에는 여민수 카카오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국내 대기업 대표들도 함께였다.
정부가 디지털 포용사회를 천명한 가운데, 두드림퀵이 길지 않은 경력에도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두드림퀵은 노인 지하철 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다. 앱을 통해 퀵서비스 주문을 받고 노인에게 매칭한다. 7곳의 시니어클럽, 1곳의 복지재단과 업무협약을 통해 90~100명에 달하는 노인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종일 일해도 월 40만원…원인은 높은 수수료
매출은 많지 않다. 코로나19로 사업이 중단되었던 시기를 제외한 월매출은 180만원 선이다. 박 대표를 포함해 직원이 5명의 인건비를 지급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실정이지만, 건당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이다. 카드수수료를 포함해 단 8.4%의 수수료만을 받는다.
서울대 인액터스 소속인 두드림퀵 팀원들은 법인화 전부터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노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2018년 11월 두드림 팀이 결성된 한 달 전, 지하철 퀵서비스 일을 하는 노인이 월 40만원~60만원밖에 벌지 못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주문 알선 업체가 받는 수수료는 약 30%에 달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며, 노인 지하철 퀵서비스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팀이 결성된 이후, 기존 기사를 살피는 것은 물론, 직접 시니어클럽 등을 찾아다니며 문제를 분석했다. 문제를 분석해보니 주문자와 노인의 거리가 너무 멀어 배송 시간이 불필요하게 늘어나거나, 노인이 디지털 기기 활용에 미숙해 길 찾기에 실패하기도 했다. 전화나 문자를 통해 일일이 의뢰를 받아 인건비 등 운영비도 많이 들었다.
앱 개발·교육 통해 비효율 개선
두드림퀵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웹사이트와 앱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웹사이트를 통해 고객이 주문을 의뢰하면 가장 가까운 위치의 시니어클럽으로 주문이 자동 배정되도록 했다. 덕분에 신속한 배송이 가능해졌고, 업무 강도는 낮아졌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르신이 많은 점을 고려해 앱을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설계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더불어 한 번의 터치만으로도 휴대폰 내 길 찾기 앱이 목적지까지 길을 자동 안내하도록 했다. 앱 운영에도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들었다.
노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법도 교육했다. 박 대표는 ”시장조사 당시 어르신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원활한 사업을 위해서는 앱 개발과 더불어 디지털 기기 사용법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라 느꼈다“고 밝혔다.
이익보다 사회적가치 우선
사실 앱 개발과 교육을 통한 효율화에도 노인 지하철 퀵 서비스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아 현재의 낮은 수수료로는 큰 이익을 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도 두드림퀵은 수수료율을 높이지 않는다. 이익 창출보다 애초 목표했던 어르신 일자리 문제 해결에 더 큰 가치를 뒀기 때문이다.
그만큼 보람도 크다. 사업을 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박 대표는 시니어클럽을 찾아 어르신을 교육했던 순간을 꼽았다.
열심히 하는데도 교육 내용을 소화하지 못하는 어르신이 있었어요. 결국 교육에 실패하고 집에 가는데, 어르신이 골목에서 다른 어르신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사용법을 익히려 노력하시고 계시더라고요. 그 순간, 우리의 노력만큼 호응이 있다는 사실에, 저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활력을 드렸다는 게 뿌듯했어요.
어르신들의 반응도 좋다. 일한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고, 특히 고객의 후기에도 큰 뿌듯함을 느낀다. 두드림퀵은 고객으로부터 들어온 후기를 그대로 전달한다. 어르신을 격려하고, 서비스에 만족했다는 내용이 많다.
두드림퀵, 생존할 수 있을까?
현재 두드림퀵의 서비스에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만족하고 있지만 우려도 있다.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다. 박 대표는 아직은 사업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사업은 더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대체재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는 지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퀵은 오토바이 퀵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가격이 싸고, 제품의 안정적인 배송이 가능하다. 1시간 이내의 짧은 시간 안에 갈 필요는 없지만 당일 배송이 필요한 경우 선택될만한 요인이 충분하다. 2~3일이 소요되는 택배와 비교해도 3~4시간 내 배송된다는 점에서 장점이 뚜렷하다.
또한 박 대표는 노인 일자리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됨에 따라 정부의 지원이나,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매출도 코로나19로 사업을 중단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성장세가 뚜렷하다.
박 대표는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사업 규모 확장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현재는 사업화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으로 소비자와 공급자가 많지 않지만, 시니어클럽과 업무 협약을 확대하고, 서비스의 품질을 인정받으면 그 규모가 충분히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실현 지점을 넘어서면 지속해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표는 현재 사업 외에도, 노인 일자리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사업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가치가 충분하지만, 아직 빚을 보지 못한 어르신 일자리 사업이 많아요. 현장에서는 이런 사업들을 개발 해야 한다는 욕구도 커요.
현재 우리의 고객들이 사업 취지에 공감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고객의 이런 성향을 고리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요.(웃음)
원문: 이로운넷 / 글: 유주성 이로운넷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