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만화’라는 장르가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먼나라 이웃나라』와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만화가 교양 만화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교양 만화 시리즈가 다양한 분야에서 재미있고 유익하게 발매되고 있다.
오늘 만난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또한 교양 만화 장르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우리 몸에 대해서 정말 재미있게 만화로 설명하는 책이었다. 평소 우리 몸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패러디와 재미있는 설명이 곁들여진 이 만화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본격적으로 책을 살펴보자. 이 만화의 프롤로그에서는 해부학이 언제 어떻게 학문으로 꽃을 피우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해부학은 역사의 여러 사정으로 한동안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신성 로마 제국의 프리드리히 2세가 해부를 최초로 합법으로 허용하게 된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해부학 붐이 일어나면서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중심으로 크게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마침 르네상스 시대는 ‘인간’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문화 시대의 부흥기였다. 사람의 몸을 연구해 아름답게 표현하는 예술이 발전하면서 과학으로서 해부학도 함께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세계사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 만화를 더욱 유익하게 읽을 것이다.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는 사소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읽을수록 저자가 그리는 갖가지 패러디가 너무나 재밌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얕은 지식이 쌓여가는 즐거움 때문에 더 깊이 읽게 된다.
물론, 일부 사람은 우리 몸과 해부학에 대해 만화로 쉽게 설명한다는 점 때문에 깊이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만화가 어디까지나 ‘상식 수준에서 해부학을 통해 우리 몸을 알아가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교양 지식’을 배우는 것이지 ‘전문 지식’을 배우는 게 아니니까.
게다가 지식 측면에서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는 훌륭한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우리 몸 구석구석을 여러 만화 패러디를 통해 조명하기 때문에 질릴 틈이 없다. 그러면서도 ‘쉬면서 보는 해부학 칼럼’ 코너를 통해 정리하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확실히 짚어 준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유익한 교양 상식도 쌓고 싶은 사람에게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취미와 재미만으로 이 책을 읽어도 되겠지만, 과학을 배우는 초·중·고등학생을 비롯해 교양 과목으로 인체를 배우는 대학생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조건 딱딱하고 건조하게 지식을 풀어내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렇게 얕은 수준으로 상식 수준의 교양 지식을 쌓는 것도 좋다. 그런 면에서 무척 이상적인 책이다. 우리의 몸에 관심이 생겼다면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를 통해 알아가도록 하자!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