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한국의 사교육 열풍과 교육과 관련이 있다. 이번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화의 본질은 결국 사회 관습적으로 ‘공인된 경로’만 공정하다고 믿는 자들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민들이 살아감에 있어서 생애주기별 시점에서 ‘진로 변경’을 선택할 수 있는 브릿지 코스의 결여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사법고시’와 ‘로스쿨’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예전에는 ‘사법고시’라고 하더라도 ‘대학 학점’의 장벽은 없었다. 그러니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처럼 고졸임에도 도전이라는 것이 가능했다. 일단 ‘진로 변경이 가능한 연령대’와 ‘물적 기반’이라는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20대 연령 전반에 걸쳐서 공부를 할 수 있다면 되었다.
그러다가 법학 과목 최소 이수 기준이라는 것이 생겼고, 여기서 드디어 ‘학력 장벽’이 생겼다.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학력 장벽’을 전제로 깔고 시작했다. 이것은 아마도 1980–1990년대와 달리 높아진 대학 진학률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지만 결국 현재 상황을 보면 ‘합격률’ 관리를 한답시고, 원취지인 다양한 직업군의 브릿지 코스가 아닌 학부 졸업 후 곧바로 진학하는 코스가 되었다.
기억해야 할 점은 로스쿨의 원취지는 다양한 직업군이 법조계에서 자기 전문 분야를 살리는 ‘브릿지 코스’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사회 전반에서 ‘진로 선택’의 공정성 기준은 20대 극 초반에 치뤄지는 ‘수능’과 같은 대학 진학 결과물로 이루어진다.
반대로 독일 같은 사회에서는 의료기사나 간호 인력이 일정한 커리어 실적으로 ‘의대 진학’이 가능하다. 고등학교에서 곧바로 의대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간소화된 절차이고, 이것은 경력에 대한 일정한 인정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딱 ‘기회’를 더 준다는 개념이다. 반드시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고, 평가는 결국 똑같이 받으며 유급되면 돈과 시간 낭비가 된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런 개념 자체가 없다. 기능직 공무원으로 들어갔더라도 일반행정직 공무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브릿지 코스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반행정직 공무원들은 공채를 숭배한다. 일반 기업도 비슷한데 직렬이 다르더라도 전환 가능한 브릿지 코스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다. 그러니까 어떤 경로로 입문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은 언제나 20대 초반에 국한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표적으로 여러 브릿지 코스 정책이 나오면 한결같이 ‘대입’ 이야기로 귀결된다. 오로지 대입이 기득권의 정당한 수고이자 노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턱을 못 넘은 존재들은 비정규직이 당연한 것이고, 더운 날에 더운 곳에서 일하며 추울 때 추운 곳에서 일하는 당연한 존재가 된다. 일하다가 죽는 것도 그 업보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이게 진짜 불행한 일이다. 노량진에서 컵밥 먹는 것, 비참하고 고생하는 것은 알겠는데 진짜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가소로운 일이다. 어디 고속도로 지나가면서 “와~ 건물 높이 짓네.” “와~ 교량 멋지네.” “와~ 이 터널은 잘 뚫었네.” 이 소리 나올 때마다 생각해보자. 그거 만들려고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컴퓨터와 펜 잡는 사람들이 그 정도 각오로 해본 적 있나? 시공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거 무서우니까 사무직 하는 거다. 이게 진짜 사람들의 속내고 말이다. 후방으로 빠졌으면 자의든 타의든 전방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 존중은 해줘야 하는 게 인간성이라는 것이다.
이번 이슈에서 제일 황당한 댓글이 ‘놀다가 정규직된 사람들’이라는 평가다. 방향성을 생각해보자. 인천공항 보안 검색 분야에서 딴짓한 사람들은 그 비정규직이 아니라 다른 취업 준비한 것이고, 그 분야에서는 그들은 3년 이상 노력해왔다.
그리고 이 이슈로 자꾸 청년 이야기하는데 노량진 컵밥 먹는 애들이 많을까?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비정규직 전전긍긍하면서 매일같이 부당한 수모 당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많을까? 자신이 노량진 컵밥을 먹어도 부모님 지원받아서 수험 생활하는 거면 그런 소리 좀 그만해야 한다.
원문: 임형찬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