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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노래: 음치 엄마를 둔 딸의 진짜 속마음

2020년 8월 19일 by 호사

우리 엄마는 음치다. 엄마의 노래는 가사도, 음정도, 박자도 뭐든 마음대로다. 엄마는 주로 혼자 마늘 까기나 설거지 같은 단순 반복인 집안일을 할 때 흥얼흥얼 노동요를 부른다. 몇 해 전, 갱년기 우울증이 올까 걱정했던 작은언니가 처음 노래 교실을 끊어 준 이후, 일주일에 2번 노래 교실에 출석한다. 입안에서만 흥얼거리던 노래가 노래교실에 다니게 된 이후 한층 종류도 다양해지고 자신감도 차올랐다. 수년 동안 노래 내공이 쌓여서인지 코로나19의 여파로 노래교실 수업은 취소됐지만 엄마의 노래 세계는 여전히 깊고 넓다.

많은 중장년층 어머니처럼, 엄마도 코로나 블루를 ‘미스터트롯’ 청년들의 구성진 노래, 샤방한 미소와 재롱으로 위로받았다. 같은 지붕 아래 사는 무뚝뚝한 자식들 보다, TV 속 남의 아들들이 훨씬 큰 효도를 했다.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 밤 ‘가요무대’와 일요일 낮 ‘전국노래자랑’을 할 때만 TV 앞에 머무르던 엄마. 이제는 밤이고 낮이고 수 없는 많은 채널과 시간에 재방송되는 ‘미스터트롯’을 시청하며 청년들이 가슴 절절하게 부르는 트롯을 따라 부른다.

출처: 쇼플레이

코로나 19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나는 방문 틈 사이를 넘어오는 엄마의 노래를 BGM 삼아 지낸다. 엄마는 흥이 오르면 성량이 커져 내가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아도 엄마의 의도하지 않은 노래 공격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할 때다. 아무리 정신을 모아도 손바닥만 한 집안에서 엄마의 노랫소리를 피할 곳은 없다.

울컥 짜증이 나 ‘노랫소리 좀 낮춰 달라’고 날 선 감정이 섞인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결국 내뱉지 못하고 다시 삼킨다. 엄마의 노래 실력이 늘어서도 아니고, 엄마의 노랫소리가 작아져서도 아니다. 엄마의 음정도 박자도, 가사도 엉망인 노래를 그리워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서늘한 생각이 들어서다.

언젠가 엄마가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곳으로 엄마가 떠나 버리면 난 분명 후회할 거다. 그때 왜 엄마의 노래를 막아섰을까? 그 음정 좀 틀리고, 가사 좀 헷갈린 노래가 뭐라고…라는 생각을 할까 봐. 그래서 언젠가 그리워할 엄마의 노래를 묵묵히 듣기로 했다. 질리도록 듣기로 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할머니가 된 엄마의 날들. 먹고살기 바빠 자신을 꾸미는 일이나 유흥을 즐기는 일을 평생 모르고 살았던 사람이다. 엄마라는 사람의 즐거움은 우리 사 남매가 배곯지 않고, 아프지 않고, 사건 사고에 휘말리지 않고 남들만큼만 사는 걸 지켜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연골이 닳아 없어지도록 숨 가쁘게 달려왔고, 이제 겨우 한숨 돌릴 틈이 생겼다.

하지만 몸 이곳저곳이 망가져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몸을 격하게 쓰는 운동을 할 수도 없는 엄마. 자리에 앉아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는 게 유일한 낙인 소박한 사람이다. 평생 돈 버는 일, 자식 키우는 일만 알았던 엄마가 노래를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하나 더 알게 됐다.

남들이 뭐라 하든, 지가 잘 나서 큰 줄 아는 망할 딸이 표정을 구기든 다 무시하고 엄마의 노래가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란다. 늘그막에 찾은 엄마 인생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길 빈다. 엄마의 노래가 조금, 아주 조금 더 나아지면 엄마 몰래 녹음해 둬야겠다. 분명 끝이 있을, 그래서 그리워할 엄마의 노래를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원문: 호사의 브런치

Filed Under: 문화, 부모

필자 호사 twitter

혼신의 깨춤 전문가. 여행하고 먹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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