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일단 제목에 붙여보긴 했는데, 사실 다이어트(식이 관리)라는 것은 지속 가능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모름지기 살려고 먹고, 먹고 살자고 일도 하는 건데 꾸준히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다이어트의 정의가 ‘체지방 감소’, ‘체중 감소’가 되면 ‘지속 가능’이란 화두보다는 ‘최대한 빠른 효과’가 다이어트의 속성을 결정해버리기 마련이다. 일단 굶든, 하나만 먹든, 약을 먹든 효과가 나타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게 얻은 것, 빠르게 얻은 것은 쉽고 빠르게 사라지곤 한다. 그뿐 아니라 급하게 뺀 살과 체중은 이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도 필요하고 요요의 위험성도 감수해야 한다. 일례로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는 주변 선생님들을 보면 대회를 앞두고 폭발적인 다이어트를 한다. 정말 이렇게 빼도 되나 싶을 정도로 뺀다. 그리고 대회가 끝나고 주말이 지난 후에 만나면 정말 무섭게 퉁퉁 부어서 돌아온다. 급격한 수분 제한에 따른 부종의 결과이기도 하고, 하루 만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열량 섭취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보디빌딩 대회를 나가본 적도, 나갈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냥 평소에 일정 수준의 체지방을 유지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보디빌딩 대회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한 극단적인 수준의 체질량 지수는 일상적인 수준의 관리에선 너무 거리가 멀다.
이러나저러나 다이어트는 어렵다. 꾸준히 이어가기도 어렵고 효과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적정 수준의 체지방 감량과 영양 관리를 통해 체성분 구성을 충분히 바꿀 수는 있다. 그 방법은 사실 우리 모두가 안다. 활동량을 늘리고, 열량 섭취를 줄이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단순하고 보편적인 해답은 사람들에게 매력이 없다. 대부분 드라마틱하고 특별한 답을 원하기 때문이다. 직업 강사로서 다이어트를 희망하는 회원님에게 특별한 답을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늘 어려웠다. 갖은 방법으로 동기부여를 해야 하고 자기 관리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더 진정성 있게 회원님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재작년부터 참 다양한 식이 관리를 내가 먼저 몸에 실험해봤다.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느낄 때까지 해봤는데: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 자연식물식(채식 혹은 채식에 준하는 식이), 간헐적 단식(18시간 공복, 6시간 식사), 방탄 커피를 이용한 간헐적 단식 등.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은 체중의 변화나 허리둘레의 변화를 목격할 때까지 해봤다.
실제로 저탄고지나 간헐적 단식은 초기에 좀 충격적인 변화가 있기도 했다. 몇년 만에 체중이 60킬로그람대로 떨어졌었다. 주짓수 시합을 나가지 않은 뒤로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저탄고지의 경우 육류와 유제품 섭취가 지속되면서 내 경우에는 복부 팽만감이나 가스가 차는 등의 문제를 경험했다.
반면 자연식물식은 과일과 채소 위주의 탄수화물 섭취를 대폭 늘려서 포만감이 느껴질 때까지 먹는 식사를 했는데 저탄고지에서 경험한 문제는 없었다. 대신 습관적으로 생기는 설탕이나 고열량 식품에 대한 식욕을 관리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저탄고지를 할 때는 방탄 커피를 활용한 간헐적 단식을 실천했는데 내 생활 리듬에는 잘 맞았다. 카페인에 과민하지 않고 부담도 없었던 터라 아주 잘 맞았다. 하지만 전날 과식을 했거나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날은 방탄 커피 한잔으로도 배가 불편했다.
자연식물식은 요가 수련을 하는 데 아주 적합했다. 일단 배가 항상 가벼웠다. 분명 배부르게 먹었지만 금방 배가 편해져서 언제라도 신체활동을 할 수 있었다. 워크숍을 진행하는 날이나 이른 아침부터 수업이 있는 날에는 아주 잘 맞았다. 그러나 문제는 같이 사는 아내의 음식 선호도와 너무 맞지 않았다. 가족이니 함께 식사하고 어울리는 시간이 필요한데 아내는 나를 염소나 토끼가 된 거 같다며 불편해했다.
그리고 강도 높은 근력 운동 후에는 조금 지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차선책으로 저지방 우유를 마시거나 바나나를 더 많이 먹었다. 그래도 치킨이 생각나는 건 오랜 기간 쌓아온 습관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인 양극단의 식이를 실천해보고 그 효과를 느껴보면서 생각했다.
직업 강사이고 식이 관리나 운동이 상대적으로 편한 나도 이렇게 어려움이 많은데, 일반 회원님들은 정말 얼마나 어려운 걸까?
코로나 19로 재택근무를 오래 하게 되어 좀처럼 몸을 움직이지 못한 아내도 다이어트가 시급했다. 이를 악물고 닭가슴살과 토마토 등을 사서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는데 평소 식습관에서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기 때문인지 어지러움과 두통을 호소했다. 배가 부르게 먹어도 쌀을 주식으로 삼는 그녀에게 너무 가혹했나 보다. 결국 두통이 최고조에 다다른 날 ‘요가파이어’에 전화했다.
매운 주꾸미 삼겹에 주먹밥을 먹고 쿨피스를 마신 그날 별안간 세상 가장 행복한 미소와 한결 맑아진 머리에 즐거워진 아내를 마주하게 되었다. 옆에서 웃기도 하고 놀리기도 했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회원님들도 이렇게 힘들겠구나 싶었다.
저탄고지 식이 관리에 관한 책과 자연식물식에 관한 책은 정말 극단적으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각각의 책은 정말 정반대의 주장을 하며 반대편의 식이 관리가 갖는 문제점과 한계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그런가 하면 『플랜트 패러독스』 같은 책에서는 자연식물식도 비판하고 저탄고지의 문제점도 같이 이야기한다. 정말이지 운동법만큼이나 다이어트에 관한 정보도 너무 많고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단적으로 다른 식이 관리를 직접 해보면서 느낀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한 다이어트는 ’내 몸 다이어트’다. 내 몸의 반응을 살피며 음식을 바꾸고 조절하는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상아 선생님은 방탄 커피를 마시고 오히려 속이 불편하고 살이 불었다고 이야기했다. 음식 알러지 검사에서 상아 선생님은 유제품을 반드시 멀리하라는 결과를 받았다. 반면 현미나 채식 위주 식사에서 배탈이 나는 사람도 있었다. 전에 같이 일했던 트레이너 선생님이었다.
그럼 저탄고지도, 자연식물식, 좀 더 큰 범위에선 팔레오 다이어트 같은 것도 다 틀리다는 이야기일까? 아니다.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서로 다른 식이습관을 유지해왔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먹어온 습관은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다른 생활방식 아래에서 학습되고 적응되어 조절된 식이 습관이 있다.
어느 한쪽으로 과하게 치우치지 않았다면 대체로 어떻게든 큰 병치레 없이 먹고 사는 방식을 연습해온 셈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각자가 몰랐던, 또는 학습된 문제적 식이습관이 살을 찌게 하거나 아프게 했을 것이다. 즉 우리 모두를 힘들게 만드는 식습관의 원인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1인분이 채 안 되는 육류와 다량의 과일과 채소를 먹으면 가장 몸이 상쾌했다. 배변도 매우 원활했으며 컨디션도 제일 좋았다. 그러나 육류가 너무 많으면 배가 정말 터질 듯이 빵빵해지고, 과일이나 채소가 적으면 소화가 더뎠다. 반면 아내는 고기를 어지간히 먹어도 멀쩡했다. 대신 과일을 많이 먹고 체하기도 했다. 항시 내가 입으로 넣은 음식이 내 몸에 어떤 반응을 가져오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내가 특수한 목적으로 식이 관리를 한다면 더더욱 중요하다.
전에 오랜 시간 수업을 진행했던 회원님의 추천으로 새로 찾아오신 분이 있다. 추천하신 회원님은 다이어트는 필요 없다며 나를 찾아오셨는데, 이번에 찾아오신 분은 허리 통증을 관리하면서 아주 집중적인 다이어트를 희망했다. 1–2년 사이에 정말 엄청나게 체중이 늘었다고 하셨다. 일상적인 식습관을 물어봤다. 사실 엄청나게 살이 찔 만한 식습관은 아니었다. 그냥 여느 사람들처럼 주 1–2회씩 특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신체활동이 너무 없었고 허리가 아파 더 움직이기 어려웠다는 게 이 특식이 살을 차곡차곡 찌우게 된 배경이 되었을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몇 년 전에 한번 대대적인 다이어트를 했고 그때 아주 놀라운 수치의 감량을 하셨는데, 문제는 그 후에 다시 살이 이렇게 찌게 되었다는 것이다.이 이야기에서 나는 실마리를 찾았다. 어쩌면 한번 너무 과도한 식이 제한으로 급격하게 다이어트가 진행되었고 그 후폭풍으로 요요가 더 탄력적으로 온 게 아닐까 의심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회원님, 그 다이어트할 때 식단 있다고 하셨죠?”
“네. 보여드릴까요?”
“네. 가능하면 보여주세요.”
[…]
”회원님, 이거 먹고 안 배고프셨어요?”
“엄청 배고팠어요.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가 아니다. 사람이 일단 배가 고프고 힘들면 오래 못 간다. 숲속의 고행자도 아니고. 게다가 지나치게 반복된 배고픔은 포만감에 대한 민감도를 떨어뜨린다. 많이 먹어도 점점 덜 배부르게 된다. 열량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호르몬 대사의 이슈가 숨어 있는 셈이다.
선생님, 그런데 저는 이 식단 다시 할 수 있어요, 이제 진짜 빼야 해요. 몸도 너무 아파요.
회원님의 의지는 강력했다. 그리고 몇몇 음식만 바뀌면 일상적인 식사 패턴에서 아주 멀지는 않았다. 몇 가지 제안을 했다.
배가 고프면 안 됩니다. 배가 고플 거 같으면 열량이 낮은 자연식품을 최대한 드세요. 과일을 먹든, 풀을 먹든.
회원님이 그간 실천해온 다이어트와 식습관을 되돌아볼 때 과일이나 채소가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면 육류나 유제품의 증가는 본인이 체감할 체중 증가를 초래했다. 이 회원님에겐 저탄고지와 같은 맥락의 식이 관리는 실천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량을 줄이면서 고지방 식이를 하려면 먹는 질량 자체가 너무 적어지기 때문이다.
적정 수준의 단백질원을 섭취하고 저열량의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늘리기로 했다. 2주 이상 진행해보면서 컨디션을 지켜보기로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초기 운동프로그램으로 걷는 자세, 일상적인 자세 조절에 대한 연습을 하면서 허리 통증이 완화되어감에 따라 본격적인 체중 관리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정말 꾸준히 체중이 줄었다.
신기했다. 일단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식이 관리의 룰을 철저하게 지킨 회원님이 대단했다. 초기에는 많은 운동 동작을 소화할 수 없어서 통증 없는 범위에서 많이 걷는 게 주 과제였는데 이 사소한 것부터 잘 지키셨다. 체중이 줄면서 무릎과 허리의 부담이 줄어 운동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더 다이내믹해졌고 오히려 최근으로 올수록 변화 페이스가 좋아 보였다. 얼굴도 몸도 정말 몰라보게 가벼워지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회원님은 이야기하셨다.
배는 안 고파요. 그냥 운동하는 게 좀 힘들 때가 있지만 먹는 것 때문에 힘들진 않네요.
회원님에겐 이 방식이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가 아닐까 싶었다.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 하루쯤 치팅을 해보자고도 이야기했다. 눈 앞에서 내가 생각한 관점이 효과가 있는 걸 보고 뿌듯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일단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계속 밀어붙이기 전에 몸의 반응을 봐야 한다. 내 삶 속에서 이게 무리가 되지 않는지,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지 판단해야 한다. 하루 이틀 다이어트할 것도 아니고 뺐다 찌기를 놀이처럼 반복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답은 운동에도 식이 관리에도 없는 것 같다.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다만 헷갈리고 모르는 게 더 많아 문제일 뿐. 모르겠을 땐 몸의 소리를 듣고 또 들어야 한다. 이게 제일 좋은 다이어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