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말에는 힘이 있어야 한다.
냉전 시대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을 때, 그들보다 우위에 있었다고 생각한 미국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 국민들 앞에 케네디 대통령이 섰다. 아마 우리나라였으면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과학기술 선진화” “미래 인재 육성에 000억 원 투자” “과학한국2030 비전”… 하지만 그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10년 후에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
리더의 말은 이래야 한다.
요즘은 중립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기자들이 그런 식의 글을 쓴다. 한쪽 관점으로만 글을 쓰면 편향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한창 자기 의견을 말하다가도 말미에, 한편 이러이러한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하는 식이다. 또는 “~하는 의견이 있다”, “~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인 것은 아닐까?”라는 알 수 없는 표현이 난무한다. 이건 중립적인 표현이 아니라 자신감이 없는 표현이다.
내가 소대원을 이끌고 전장에 나선 소대장이라고 치자. 소대원들에게 “자, 나만 믿고 따라와도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일단 따라올 사람들을 따라오던지 알아서 해라”라고 하면 그 누가 믿고 그를 따라 갈 수 있겠는가. “자, 너희는 나만 믿으면 안전하다. 위험이 있지만 명령대로만 일사분란하게 따라오면 모두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러니 나의 명령에만 따라 이동하라”라고 하면 그를 믿고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리더, 언론인, 방송인 등등도 오늘날 너무 구렁이 담 넘어가는 것 같은 표현만 쓴다. 이런 확언의 가장 큰 장점은 설득력이 있다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말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할 수 없는 것에 거짓말하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제품에 확신이 없는데, “이 제품을 쓰면 확실히 변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고 사기다. 내가 이 제품을 100% 개런티할 수 있어야 저런 확언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자신이 확실한 말을 하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보통 자신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을 두는 화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케네디 대통령도 그런 확신이 있었던 거다. “열심히 노력하면 우리도 로켓 쏠 수 있을 겁니다” 같은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으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0년 안에 보내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전문가는 확언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말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의 첫 문장이 “리더의 말에는 힘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였다면? 그건 아무 알맹이도 없는 뻔한 말이다. 비판을 두려워하지 말고 확실한 자신의 의사를 말하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할 내용의 주제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고 말해야 한다.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