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22일 ‘디지털 기반 플랫폼 시대 문화다양성’ 토론회
바야흐로 ‘디지털 플랫폼의 시대’다. ‘카카오’ ‘네이버’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이 현대인의 일상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매출은 물론 부가가치 면에서 상승 기류에 올라탄 상황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반 기술이 일상을 파고드는 시대, 문화다양성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월 22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대회의장에서 ‘디지털 기반 플랫폼 시대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됐다.
이번 토론회는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 비준 10주년을 맞아 마련됐다. UN은 지난 2002년 각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문화 차이로 인한 민족 갈등을 극복하며 문화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을 제정해 매년 5월 21일을 기념하고 있다. 한국은 2010년 ‘문화다양성 협약’을 체결하고, 2014년 관련법을 제정한 이후 다양한 행사를 개최 중이다.
디지털 플랫폼이 문화 영역 확장→ 독점에 따른 공정성 문제
김광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문화의 생산‧유통‧소비 등 전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판매자와 구매자, 창작자와 소비자의 상호 교류를 증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플랫폼의 독점으로 공정성‧지속성‧다양성에 대한 문제도 발생한다.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의 부상과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서비스가 우리 일상을 지배했으며,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두드러지게 부각됐다. 콘텐츠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플랫폼 지배력이 너무 강해지면 창작자의 권리가 축소되고 쏠림 현상이 심화할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음악‧방송‧엔터‧게임‧영화‧출판 등 문화콘텐츠 사업은 몇 거대 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콘텐츠 기업들은 ‘유통’ 면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데, 창작자가 독점적 플랫폼에 자신의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는 전 세계인에게 창작의 기회를 주는 동시에 그들의 콘텐츠를 지배한다.
더욱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적 영향을 발휘하면서 자신들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는 2,400만 개 이상의 채널을 운영하며 수십억 명의 시청자들을 불러 모은다. 특히 ‘유튜버’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지만 동시에 플랫폼에 종속된다. 이 교수는 “유튜브를 제국의 플랫폼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창작자들의 모든 행위가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콘텐츠 산업 시장의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는 상황에서 문화콘텐츠 유통 독점은 자본의 영향력을 키우고, 창작자의 권리를 위축시킬 위험이 크다. 산업 내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산업계에 종사하는 주체들이 공정하게 상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어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가 ‘디지털 환경의 미래와 문화적 표현의 다양’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문화와 기술은 그동안 서로 다른 영역으로 여겨져 왔으나, 오늘날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문화콘텐츠 플랫폼의 발달로 둘을 떼놓고 생각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원유’가 핵심 연료였다면, 현대 디지털사회에서 주요 에너지는 ‘데이터’로 통한다. 개인의 활동 정보와 행위로부터 비롯된 개인‧신용‧건강‧교육 정보 등 ‘정형’ 데이터와 감정‧정서‧생체리듬‧표현물 등 ‘비정형’ 데이터 등이 하루에도 수십‧수백만 건씩 생성된다.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은 빅데이터를 수집‧활용해 자본의 원천이자 동력으로 사용한다.
특히 빅데이터 기술은 대중문화 생산‧소비 영역 모두에서 알고리즘 장치로 자동화하고, 이로부터 각 주체들의 문화 취향들을 분석해 자동 추천하는 기술문화 환경을 구현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이용자들을 알고리즘 분류 틀에 맞춰 비슷한 취향‧성향으로 나눠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이 교수는 “지정된 범위 내의 선택된 세계만을 선사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문화 취향이 납작해진다는 문제를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문화다양성 보장할 법‧제도적 장치 및 기술 투명성 원칙 마련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우리 일상을 구성하고, 사회적 잣대가 되고, 인간 규범이나 판단을 대신하면서 인류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알고리즘 기술의 사회적 투명성과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장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우리 스스로 민감하게 촉각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콘텐츠 생산자이자 이용자인 시민들이 직접 관리하는 ‘커먼즈 플랫폼’에 대한 구상도 제안했다.
이후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2005년 협약의 이행’을 주제로 △한건수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김상민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김혜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이상승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정준희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최유진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기획과 과장 △최은필 카카오 정책팀 부장 등 전문가의 토론이 이어졌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을 맞아 5월 21–27일을 문화다양성 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유튜브 온라인 강연을 비롯해 전국 지역문화재단 26곳에서 홍보 캠페인, 강연회 및 토론회, 공모전 및 축제 등을 마련했다. 자세한 정보는 ‘차이를 즐기자 문화다양성’ 네이버포스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확인 가능하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원문: 이로운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