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이후로 주말은 거의 전부 가정에 썼던 것 같다. 아내가 있고 또 아이가 있는데, 아내와 아이랑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두고 굳이 그 시간에 친구나 다른 사람을 만나러 나간 적은 거의 없었다. 북토크를 하거나 모임에 갈 일이 있어도, 주로 아내와 같이 갔고, 아이랑 같이 간 적도 있었다. 적어도 나에게 여유랄 것이 있다면 그 시간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내가 사랑하는 가정에 쓰려고 애썼다.
이런 식으로 살다 보면 사회관계라든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여러모로 사회적인 고립이 심화할 것 같지만 실상은 별로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2–3년은 내가 가장 많은 사람을 알고, 관계 맺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단지 실제로 만나서 밤늦도록 술을 마시거나 굳이 시간을 내어서 오후 내내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태우고 수다 떨며 끈끈하게 지내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그런 일들이 사회생활의 기본이고, 그렇게 해야 인맥이 늘고, 성공하고, 출세한다는 게 공식처럼 말해지는 사회다. 하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 살고자 하지 않았다. 물론 그랬던 탓에 충분히 친해지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었을지 모르고, 또 그 탓에 놓쳤던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약간 충고 같은 것을 들은 적도 있다.
아니, 그 사람을 안단 말이야? 그럼 좀 더 잘하지 그랬어. 그 사람 완전 이 업계 코어 허브인데.
그 사람이랑 인연이 있으면 더 친하게 지내지 그랬냐, 그럼 밀고 당겨주는 게 장난 아니었을 텐데.
같은 식의 말이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듣고 아쉽지는 않았다. 그 사람과 술 마시며 밀고 당겨줌을 받을 시간에 나는 아내랑 아이와 있는 걸 택했다. 그 덕분에 내 사진첩에는 더 소중한 것들이 남았으며, 내 마음에도 그랬기 때문이다.
이건 약간 심증 같은 것에 불과하지만 내가 나의 가정에 충실할수록 나의 마음이랄 게 단단해지고, 그럴수록 오히려 더 많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게 되는 것 같았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가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 식의 인식을 주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나쁜 기운보다는 좋은 기운을 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개인적으로는 나도 자기가 무엇에 충실해야 할지 알고, 자기 행복을 쌓아가는 사람을 더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어딘지 안심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그를 너무 챙겨주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나를 미워하거나 나에게 나쁜 생각을 품지 않을 것 같은 묘한 안정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가정 혹은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충실하고자 애쓴 사람들의 인생이 ‘망한’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다들 대단히 출세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며 어마어마한 인맥을 형성하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사회 내에서의 어떤 인맥 카르텔이 존재한다면 이 카르텔은 가정보다는 사회 혹은 필드에서의 일을 더 중시하고, 그에 시간을 투자하고, 그런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게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로서는 아무래도 사회생활 같은 것에 내 한 몸 불살라서 얻어낼 무언가가 그리 매혹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그런 것이야 있으면 좋은 것일 수 있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진다.
그러나 내 곁에 있어야 할 사랑은 없으면 살 수 없다. 그런 건 없어지고 나면 되찾을 수도 없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아니라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있어야만 하는 것에 더 오래, 더 깊이 뿌리내리고 그렇게 살고 싶다. 그리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원문: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