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초기에는 처음에는 무엇이든 만들고 벌리고 연결해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모델을 만들어야겠다며, 기약 없는 희망고문으로 몸과 마음 함께하는 동료들을 힘들고 지치게 했다. 여전히 여기는 뭐 하는 덴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괜한 반항심에 발끈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멘토라는 것도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조언은 흘러가는 이야기로만 생각했고, 우려 섞인 이야기도 꼰대라 생각하며 멀리했던 적도 있다.
작년 크게 위기를 경험하고 난 이후 많은 것이 바꾸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살펴보고 문제의 원인과 잘못된 점을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당장은 못 해서 서서히 하나씩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작은 투자 이후, 좋은 멘토 덕분에 하나하나 변화하는 중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조금씩 변화와 실천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기록으로나마 부끄러웠던 과거의 태도와 문제를 기록해본다.
1. 막연한 희망으로 보상 없는 동기부여만 가득하게 떠들어댔다.
아직은 작으니까, 젊으니까 기다려달라고만 했다. 그냥 나도 힘들다고 생각해서 방치했던 적도 많았다. 상명하복은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저렇게 떠들어대면 모든 것이 될 줄 알았다. 스스로 자정작용이 일어나서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내가 스스로 해야 했다. 함께했던 동료들은 버티다 못해 떠나갔기 때문이다.
보상을 주는 것도 주저했다. 여유가 없었던 탓도 있었다. 필요 이상의 부분에 지출이 컸던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내가 부족하기보다 상황이, 환경이 문제였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보상에 주저했다. 최고의 보상은 돈과 휴식 그리고 그들도 성장한다는 신뢰였다. 매번 낙관론만 펼쳤던 것도 사람을 가볍게 만들었다. 그냥저냥 날아갈 듯 가벼워 보이지 않았을까 반성한다.
2. 사업모델은 복잡하게 만들어야 있어 보였다. 그래야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복잡한 게 멋져 보였다. 복잡한 모델은 향후 이럴 것이다, 이렇게 될 것이다 등의 막연함으로 가득 채웠다. 혼자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생태계만 그려나갔다. 생태계가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머릿속 에코시스템은 지상낙원이었고 대기업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갸우뚱했고, 그럴수록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사업은 설득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동의에 의해 구매로 완성되는 것이었다. 설득도 물론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내용을 설명하며 설득하려다 보니 시간도 상황도 내 편이 아니었다. 복잡한 모델을 더욱더 꼬아서 스스로 멋진 장표에 취해 나 혼자만 만족하는 사업을 했다. 설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모델은 빨리 정리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가지치기를 통해 계속 간결하게 정리해 나가야 했다. 이제야 깨닫는 중이다. 심플한 게 최고다.
3. 사업은 이래야 한다면서 혼자 떠들어댔다.
스스로 어깨에 힘을 가득 주면서 대표, 사장 등의 직함에 취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려 했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시키기 바빴다. 편한 환경을 만들어야 했는데, 나 혼자 편한 환경이었다. 조금이나마 운이 좋게 잉여금이 생길라치면 돈이 벌릴 것 같은 사업에 투자하거나, 나만 만족하는 모델을 만드는데 지출했다. 쥐뿔도 내세울 것 없는 상황 속에서 있어빌리티만 추구했다.
‘우와 대단해’라는 말에 취했던 것 같다. 스스로 대단하다고 되뇐 적도 있었다. 결국 주위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좁쌀에 광내는 것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조용히 묵묵하게 뚜벅뚜벅 이끌고 나가야 하는데, 동료들에게만 끌라고 지시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해봤다.
4. 시끄러운 곳에서 돈이 벌리는 게 아니었고, 돈을 벌더라도 시끄럽게 굴면 안 되었다.
겸손하고 조용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깨달았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큰 거래가 일어나지 않으며, 소액의 빈번한 거래와 가벼움이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찾아주니 잠시 주목받는 듯하나, 결국 상대방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 다른 대안을 찾기 마련이다. 스스로 시끄러운 스피커가 될 경우 소음으로 인해 주목은 받지만 안티도 생긴다. 시장이나 환경이나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한가 보다.
어느 순간 입을 닫기로 했다. 가급적 SNS도 줄이며,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는 것에 자제하기로 했다. 생각의 표현은 글의 깊이로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시끄러운 곳에 끌려다니기보다 주도적인 태도를 지니려고 노력 중이다. 북적이는 곳에 나가서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상대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용히 무겁게 움직여야 했다. 결국 가장 가까이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해줘야 한다. 동기부여든 보상이든 즐거움이든.
5. 고객을 위한 사업을 하기보다 사업을 위한 사업을 했다.
우리의 명확한 고객군은 정해지지 않은 체, 소중한 시간과 자원이 들어간 메시지는 투입되는 규모에 비해 너무나 작은 메아리에 지나지 않았다. 시장분석과 고객군 설정이 너무나 중요하지만, B2B라는 이유로 간과했다. 누구나 고객이 될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
대중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시장분석과 고객 등 앞에서는 전략을 외치지만 실제로 전략과 전술 모두 부재했다. 우리가 취해야 하는 고지는 어디인지 싸워야 하는 대상은 누구인지, 움직여야 하는 과정은 어떤 것인지 더 철저하게 계산해야 했다. 이는 외부요인으로도 중요하지만 내부 동료들에게도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이해시키기 위함도 있다. 혼자서 동떨어져 빨리 갈 순 있어도, 다 함께 멀리 가야 하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중이다.
몇 년간의 문제와 태도를 이제 와서 한순간에 바꿀 순 없어도, 반성하고 하나하나 고쳐나가도록 노력한다. 사업모델도 심플하게, 돈이 들더라도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투자도 진행하고, 노력한 이에게 작게나마 조금씩 보상하려고 노력 중이다. 여전히 어려운 사업의 길이지만 그래도 문제를 알았으니 너무 늦기 전에 조금씩 고쳐보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간 좋은 기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방향을 설정하고 변화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서, 작년 이맘쯤 작은 투자를 받았다. 투자는 사업의 목적이 아닌 시작이기에,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지금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 중이다. 물론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건 아니다. 늦었지만 지나온 시간, 부족한 대표로부터 힘들었을 다른 동료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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