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웹소설을 읽다 보니 웹소설들의 공통된 설정들이 보인다. 대표적인 게 주인공이 시작할 때부터 치트키적인 능력을 얻고 시작하는 것이다. 운빨로 얻었건 노오오오오력으로 얻었건 간에 남들은 절대 얻지 못하는 아주 귀한 능력이나 다른 모두를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얻고 시작을 한다. 그래서 그 압도적 능력으로 문제를 해쳐나가고 스노우볼링을 해서 규모를 키워나가는 방식을 따른다. 거의 다 비슷한 구조지만 재미는 작가의 글빨에 따라 달려있다.
웹소설 얘기를 왜 했냐면 거의 모든 성공론과 자기계발론들도 사실 이것과 비슷한 방식이라서 말이다. 노오오오오력을 하거나 아니면 내 말과 방법만 따라오면 당신도 사기적인 능력을 얻거나 출발점 자체를 달리 할 수 있단 주장이다. 그런데 그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면 순식간에 평준화가 벌어져서 결국 우위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을 사고적으로도 추론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현상이 쉬이 벌어지는 게 자영업 쪽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대박 아이템은 쉽게 카피되어 누구도 제대로 돈 벌기 힘든 구조 말이다. 그러면서도 짧은 시간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한 30년쯤 하시다 보면 성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같은 소리는 안 한다. 너무 길고 지루하니까. 이런 부류들의 주장과 방법론이 웹소설과 비슷한 구조를 갖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유혹적이다’라는 점이다. 하지만 유혹적인 것과 현실은 별개다.
내 주장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간 노력 만능주의를 비판하면서 노력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해왔다. 환경적 요소와 가진 경쟁 자원, 운 등 다양한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해오다 보니 ‘그럼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어떤 사람의 경우는 『멀티팩터』를 읽고 ‘패배주의적 사고로 가득한 책’이라 하는 걸 보기도 했다.
해석은 독자의 것이라 자유지만 동의하지는 않는다. 나는 패배가 싫고 누구보다도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 그렇기에 지기 싫어서, 이기고 싶어서 좀 더 현실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움직이는 방법을 선택했을 뿐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대전제는 불운과 행운으로 극단을 달릴 수 있는 불확실성, 즉 그러니까 운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 있다. 계획을 세워본 사람이라면 잘 알지 않는가. 그 계획을 밑단부터 무너뜨리는 존재가 운이다. 어떨 때는 너무나도 계획대로 되는 것 자체가 운일 정도다.
그렇다면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운의 역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이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더 많은 자원과 환경의 역할이 필요하단 걸 이제껏 언급해왔을 뿐이다. 그러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인 다른 질문이 나온다.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진 게 아주 없는 사람이 많은 사람과 경쟁하면 매우 불리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 불리함 때문에 대부분 진다. 이기는 경우가 있긴 한데 그건 운이 좋았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현실적인 접근은 ‘가진 것이 없을수록 더 가져야 한다’고 나온다. 펀쿨섹좌스러운 표현이니 다르게 바꾸자면 ‘가진 것이 없을수록 작은 승리를 누적해 가진 것을 늘려가야 한다’다.
우리는 한방의 대박과 단기간의 큰 성공이란 메시지의 유혹에 취해 작은 성공을 무시해오곤 했다. 당장 가진 것이 없다면 이런 메시지에 더 끌리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하지만 작은 승리를 누적해 경쟁 자원을 쌓아 올리고 체급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진 것이 없는 자가 이기고 규모를 만들 수 있는 최선이다. 내가 가진 것이 없는 불운 상태에서 운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면 그조차도 다 잃고 말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느리고 지루하다. 별로 흥미롭지도 않다. 하지만 원래 흥미와 재미는 취미생활에서 찾는 거지 내 인생에서 찾으면 안 되는 법이다. 『멀티팩터』에서도 한 얘기지만 인생에서 흥미 찾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의 집안과 주변 환경을 먼저 보길 바란다.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그런 사치를 누릴 여력이 없다. 그렇기에 가진 게 없는 우리는 비록 느리고 성에 차지 않을지 몰라도 작게라도 이기고 또 이겨 그 경험을 누적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노력과 끈기가 필요한 부분이 바로 여기다. 하지만 이게 만능은 아니란 얘기다.
이를 이해한다면 승리와 성공이 전부 내가 잘나서 얻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고 반대로 패배와 실패도 지나치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승패는 병가의 상사’라는 말은 이런 운적 요소를 반영한 말이기도 하다.
지난달 출판사에서 『멀티팩터』 6쇄를 찍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직은 무명 작가에 책이 나온 시점이 판데믹과 완벽하게 겹치는 불운이 있었는데 그것치고는 괜찮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생각보다는 못해도 나름의 성과이자 마일스톤을 찍었다고 생각은 했다. 나는 이러한 방식으로 나름대로 자원을 쌓아나가고 경쟁을 유리하게 끌고 나가려고 한다. 세부적인 방법이야 각자의 상황이 다르니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성공은 그 자체로 귀한 것이기에 큰 성공이 아니라 해서 무시할 이유는 없다. 가진 것이 없을수록 작은 성공을 귀하게 여겨 누적하고 자신의 것들을 쌓아가야 한다. 그래야 경쟁을 더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좌절하거나 지나치게 환호하지 말자. 결과가 어떻든 그게 온전히 나만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게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이기는 방법이다.
원문: 김영준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