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과 홈술의 차이가 뭔 줄 알아?
마시는 술이 소주와 맥주를 넘느냐야”
혼술이 유행할 때만 해도 몰랐다. 집의 찬장에 이렇게 다양한 술들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치킨과 맥주로만 인생을 보내기에는 맛있는 술이 너무 많은걸? 때문에 올해는 어떤 날은 위스키로, 어떤 날은 막걸리로 그날의 기분에 맞춰 술을 조금씩 마셔 보기로 결심을 하였다.
하지만 아직 주류 마스터를 향한 길은 멀고도 험하다. 지난 <위알못을 위한 위스키 공략법>으로 위스키의 세계에 입문한 ‘마시즘’. 오늘의 술은 가장 미국적이라는 그 녀석! ‘버번위스키’로 정했다. 달달하면서 화끈한 맛이 딱 내 취향이더라고.
어서 와 버번은 처음이지?
버번위스키 3대장
똑같은 위스키지만 출생지에 따라 다르다. 보통 위스키 하면 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를 생각한다. 하지만 빠질 수 없는 나라가 바로 ‘미국(그중에서도 켄터키)’이다. 이곳의 위스키는 본토와 다르게 옥수수를 사용해서 위스키를 만든다고. 옥수수의 달콤한 맛과 향에 위스키는 뭔가 화끈하고 쓰다고만 느끼는 이들에게 색다른 매력을 준다. 이 위스키의 이름이 ‘버번위스키’다.
켄터키에는 주민보다 오크통이 많을 정도로 많은 버번위스키가 생산된다. 버번위스키를 접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버번위스키는 보통 3가지가 있다. 버번위스키의 특징을 잘 가지고 있고, 처음에 접하기도 꾸준히 즐기기에도 훌륭하다. 포켓몬스터로 생각하면 파이리, 꼬부기, 이상해씨라고 할까?
이 포켓몬… 아니 버번위스키 3대장을 말해보자. 일단 ‘메이커스 마크(메막)’, ‘와일드 터키 101(야생칠면조)’, ‘버팔로 트레이스(물소)’다. 개인적으로 메이커스 마크는 달콤하면서 강렬했고, 와일드 터키 101은 불타는 듯 화끈하고(알콜도수 50.5%), 버팔로 트레이스는 부드럽고 온순한 느낌이었다.
고심 끝에 고른 스타팅 버번위스키는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다. 나 같은 초보 알콜러에게는 단 게 최고다. 사실 바에서 몇 번 맛을 본 적은 있었으나 구할 길이 없었다. 남대문 주류상가에 가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차에 편의점에 메막… 아니 메이커스 마크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드디어 메이커스 마크를 손에 넣는구나, 가라 메막! 오늘 홈술은 너로 정했다.
로켓을 만들다가
버번위스키를 만들어?
메이커스 마크를 돌아보자. ‘제조자의 표식’이라는 이름 뜻처럼 외관에서부터 여러 표식이 가득하다. ‘KENTUCKY STRAIGHT BOUBON WHISKY’라는 글씨는 켄터키 주에서 만든 버번위스키만 쓸 수 있는 이름이다. 우리가 KFC로만 알고 있는 그 켄터키가 맞다. 사실 후라이드 치킨보다 유명한 것이 버번위스키고, 메이커스 마크는 그 안에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다.
’S IV’라는 도장도 눈에 띈다. 이것은 이 위스키를 4대째 만들고 있다는 표식이다(수년이 지나서 다음 세대가 메이커스 마크를 만들면 S V가 된다). 현재 메이커스 마크를 담당하는 4대 ‘빌 사무엘스 주니어’는 젊은 시절 NASA에서 로켓을 만들다가 가업을 잇기 위해 메이커스 마크에 돌아왔다. 약간 가문을 건 위스키라고 할까?
무엇보다 독특한 것은 병의 모양, 그리고 병 입구를 막아버린 붉은색 촛농(왁스)이다. 이는 1958년 ‘빌 사무엘스 시니어’가 메이커스 마크를 만들 때, 그의 아내 ‘마지 사무엘스’가 고안한 것이다. 그녀는 사각형 모양의 독특한 병에 메이커스 마크를 담고, 입구를 붉은색 왁스로 막았다.
여전히 이 전통은 지켜지기 때문에 붉은색 왁스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막는다고 한다. 가끔 왁스가 흘러넘치는 ‘메이커스 마크’를 만난다면 이는 ‘슬램 덩크’ 혹은 ‘웁스 보틀’이라고 불리는 버전이니 환호할 것. 흔하지 않아서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레어템으로 불린다고 한다. 근데 이렇게 막아놓으면 위스키는 어떻게 따서 마시지?
부드럽고 강렬한 달콤함
메이커스 마크
그렇다. 메이커스 마크를 만나면 느끼는 첫 번째 관문. 이 흘러넘치는 붉은 왁스를 뚫고 어떻게 위스키를 마시느냐다. 자세히 살펴보면 병 입구에 살짝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데 이를 당겨주면 된다.
하지만 자칫 이를 못 보고 칼이나 가위를 쓰거나 악력으로 차력쇼(?)를 하는 이들이 있다. 그게 나다(…).
버번위스키를 즐기는 방법은 참 많지만, 일단 시작은 본연의 맛과 향을 느끼는 ‘스트레이트’다. 잔에 메이커스 마크를 약간 담아서 색깔을 즐기고(호박색 좋다), 향을 맡아보았다. 달콤한 알콜향이 올라온다. 약간 음주 버전의 달고나 향이라고 할까?
마셔보면 다른 버번위스키와 다른 특징이 느껴진다. 보통 버번위스키들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 등의 존재감이 강해서 ‘남성적인 술’로 알려졌다. 때문에 (남성이지만)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나는 콜라를 타서 마시곤 했다. 하지만 메이커스 마크는 강하지만 그 씁쓸한 맛이 없이 달콤하고 화끈하다.
이는 메이커스 마크가 다른 버번위스키와 다르게 ‘호밀’이 아닌 ‘붉은 겨울 밀’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매력이 많은 술이다.
하이볼부터 칵테일까지
버번위스키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전통적인 모습을 소개하느라 많은 시간을 쏟았다.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도 좋지만, 메이커스 마크는 칵테일로 만들어 마시기에도 좋은 술이다. 오직 문제는 마시즘이 칵테일을 제조할 능력과 재료가 부족하다는 점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하이볼’이 있다.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하이볼’이야말로 홈술족을 위한 최고의 레시피다. 얼음과 탄산수, 위스키(오렌지나 레몬도 있으면 좋다)만 있으면 캐주얼하고 맛있는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하이볼을 만드는 방법은 굉장히 간단하다.
- 냉장 보관한 유리잔을 준비한다.
- 유리잔에 얼음을 채워 넣는다
- 위스키를 채워준다(30ml가량, 소주잔의 3/5가량)
- 탄산수를 천천히 넣어준다
- 마들러(티스푼 가능)를 한 번 넣었다가 빼준다
- 오렌지 껍질을 짜서 잔에 향을 남기고 얹어서 마신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사용하는 위스키에 따라 그 풍미가 다르다. 거기에서 더 나아간다면 바로 ‘얼음’이 중요하다. 음식으로 치면 육수라고 할까? 투명하고 단단한 얼음을 만들기 위해 끓는 물을 얼리면 원하는 얼음을 만들 수 있다. 물론 마트에서 파는 ‘돌얼음’을 사용하면 아주 투명하고 단단한 위스키용 얼음을 얻을 수 있다.
하늘이 위스키 색상으로 변했을 때 드디어 이 녀석을 마셔봤다. 얼음과 탄산수를 만나 알콜향은 사라졌지만, 달콤한 오렌지향은 더욱 풍부해졌다. 더욱 시원해지고 가벼운 풍미에서 나는 달콤함도 즐겁다. 그리고 무엇보다 탄산이잖아. 프로탄산러이자 애기입맛인 나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하이볼은 없을 것 같다.
고된 하루를 보상하는
한 잔의 취향
세상은 넓고 맛있는 술들은 너무 많다. 분위기에 이끌려서 혹은 알지 못해서, 매일 마시는 술을 반복적으로 (많이) 마시던 때는 지나갔다. 이제는 하루를 마치는 술의 주도권이 스스로에게 있는 시대가 왔다.
퇴근길 마트와 편의점(현재 이마트와 미니스톱에 판매된다고)에 들려 사는 메이커스 마크라니. 반가운 위스키가 오자 빈 맥주 캔만 쌓여가던 집안이 바가 된 거 같은 기분이 든다. 매일 밤 한 잔씩, 적당하지만 즐겁게 알아가는 슬기로운 위스키 생활. 우리 하루의 마침표를 찍어줄 홈술은 무엇이 될까?
※ 해당 기사는 빔 산토리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