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세스 고딘은 마케팅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인 모양이다. ‘개사료의 고객은 반려견이 아니라 반려견 주인’이란 문장에 무릎을 탁 치고 구매했다. 몇 번을 곱씹어봐도 명문이다. 아무렴 그렇지. 돈 내고 사료를 사는 건 사료를 먹는 개가 절대 아니라 그 개의 주인이지.
반려견 주인의 지갑을 쉽게 여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자신의 반려견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 아닐까? 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0.25인치 드릴(수단)을 원하는 게 아니라 0.25인치 구멍(목적)을 원한다.
- 세스 고딘, 『마케팅이다』, 44쪽
좋은 통찰이지만 ‘자랑할만한 멋진 드릴을 원할 수도 있잖아?’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는데 저자의 해석이 남다르다.
사람들은 0.25인치 드릴을 원하는 게 아니라 안전하다는 느낌과 존중(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원한다.
- 앞의 책, 45쪽
드릴로 뚫은 구멍으로 어떤 만족을 얻으려 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 맞는 말인데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참(…)
마케팅 전문가가 쓴 책답게 약(?) 파는 노하우가 그득하다. 기억에 남는 부분을 간추려보았다.
정확한 타기팅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맞는 고객을 찾기보다 당신이 섬기고자 하는 고객을 먼저 찾고 그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편이 더 쉽다.
- 앞의 책, 26쪽
모두를 바꿀 수는 없다. 따라서 ‘누구를 위한 것인가? ‘라는 질문부터 하라.
- 앞의 책, 37쪽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란 말을 해야 한다. 변화를 일으키면서 동시에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일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 앞의 책, 68쪽
타기팅이 끝났으면 ‘우리 대 그들’ 구도를 만들고, 우리 편 그룹을 긴밀하게 엮어서 당신을 소비하는 게 멋져 보이는 문화를 만들라고 한다. 작은 집단에서라도 문화로 정착할 수만 있다면 최소 망하지는 않겠지.
사람들은 자신과 동일시하는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비합리적인 욕구에 따라 행동한다. 나는 합리적이지 않으며, 당신도 마찬가지다.
- 앞의 책, 49쪽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는 배타적이나 내부에서는 그들끼리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동류집단에서 시작해야 한다.
- 앞의 책, 168쪽
변화의 조건은 다 비슷한가 보다. 다음은 비슷한 얘기를 하는 책들.
신성한 암소를 몰아내기 위한 총대는 같이 나눠 메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구성원의 5%를 당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 유정식, 『착각하는 CEO』, 99쪽
변화하고 싶다면 개혁론자들이 모이도록 해야 한다. […] 변화를 원한다면 조직에 동질성 갈등을 야기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한동안은 ‘우리 대 그들’이라는 투쟁이 일어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 바람직한 것은 아니더라도 필요한 것이다.
- 칩 히스·댄 히스, 『스위치』, 347쪽
목적이 무엇이든 변화를 바란다면 ‘우리 대 그들’ 대결 구도는 필수인 모양이다. 신진사대부가 득세하면서 고려가 사라졌고, 자본가가 득세하면서 봉건제가 무너졌다. 이제 득세할 때까지 버티면서 당신을 소비하게 만들면 된다. 어떻게?
신뢰를 얻으면 모든 것이 나아진다
『마케팅이다』 299쪽의 말이다. 샘 리스의 『레토릭』도 같은 얘기를 한다. 일단 신뢰가 쌓여야 이성에 호소하든 감정에 호소하든 약팔이 취급당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연설을 시작할 때 보통 아주 짧게 자기소개를 한다. 이는 나머지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토대가 된다. […] 연설가는 청중에게 자신이 정말로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 샘 리스, 『레토릭』, 59쪽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인상만 심어주면 사람들은 기꺼이 당신을 소비한다. 신뢰는 어떻게 얻을 것인가?
꾸준히, 일관되게, 정성껏 일으키고자 하는 변화를 기획하고, 주도하며, 그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
- 세스 고딘, 『마케팅이다』, 34쪽
반복적으로 접하는 사건과 이야기는 ‘신뢰’와 연결된다. 익숙한 것은 정상적인 것이 되고, 정상적인 것은 믿을 만한 것이 된다.
- 앞의 책, 257쪽
시장은 반복이 신뢰로 이어지도록 훈련받았다. 충분히 반복되기 전에 그만둬버리면 신뢰를 얻을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
- 앞의 책, 259쪽
간단하네. 꾸준히 (정말 꾸준히) 믿음을 전달하라는 것. 가짜 뉴스도 계속 보면 진짜 뉴스 되고, 사기꾼도 오랜 기간 믿음을 주며 유대 관계를 이어가다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친다(…)
결정타
당신은 “이것을 선택하면 이사회/투자자/상사에게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마케팅해야 한다.
- 앞의 책, 332쪽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주군을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을 팔아야 한다는, 개가 아닌 반려견 주인을 타기팅해야 한다는 얘기. 상사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데 마다할 사람 있을까?
안전 책임자가 잘 알려진 시스템 도입에 매달리는 이유는 상급자 설득이 쉽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같은 걸 끼얹으면 설명이 쉬워지는 게 사실이다. 왜 그럴까?
- 강명훈, 「정보보안 경제학?」
나: 실무자가 제품에 불만이 많아요.
영업부장: 팀장 영업(?)하면 돼.
나: 그 실무자가 차기 팀장 되면요?
영업부장: 그때 또 영업하면 되지.
나: 오(…)
성공적인 마케팅의 5단계
마케팅이 무슨 죄냐. 다섯 줄 요약을 남긴다.
-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있고, 세상에 기여할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을 고안하는 것.
- 그것을 소수의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사랑받을 방식으로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
- 소수의 집단, 최소유효시장에 내재된 내러티브와 꿈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 모두가 흥분하는 일, 바로 입소문을 퍼뜨리는 것.
- 꾸준히, 일관되게, 정성껏 일으키고자 하는 변화를 기획하고, 주도하며, 그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
- 세스 고딘, 『마케팅이다』, 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