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오후 11시 정도가 되는데, 이 시간마다 엄마가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홈쇼핑이다. 거의 매일 홈쇼핑을 2시간씩 보면서 주무시는데 어느 날 홈쇼핑을 매일 보는 이유가 궁금하여, 함께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가 받았던 답변은 이것이었다.
살까 말까?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제품을 팔기 위해 만든 콘텐츠는 과연 유저들로 하여금 ‘살까 말까’라는 프레임으로 가두고 있는가?”
그렇다면 과연 “살까 말까”라는 프레임에 가두는 SNS 콘텐츠들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그전에 “살까 말까”라는 프레임으로 가두지 못한 대표적인 콘텐츠를 먼저 살펴보자.
설득력이 부족한 콘텐츠는 “살까 말까” 프레임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설득력이 부족한 콘텐츠란 어떤 콘텐츠를 의미할까? 이에 대해 말하기 전,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한때 가장 이슈였던 허위 광고에 대한 흐름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페이스북 플랫폼을 활용하여 소위 ‘SNS 대란템’을 만들어 낸 업체들은 SNS 핏에 맞는 제품 기획과 시각적인 요소를 극대화한 콘텐츠 마케팅을 통해 매우 큰 매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업체들이 지나간 성장 도로에는 믿거페(믿고 거르는 페이스북)이라는 여론이 생겨버렸다.
충동구매 플랫폼인 SNS에서는 유저들이 우연히 마주한 콘텐츠를 보고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두어야 즉각적인 구매가 이루어지는데, 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영상 내에서 매우 과장하여 제품의 기능을 어필하는 콘텐츠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막상 받아 본 제품은 그렇게까지 좋은 기능을 뽐내지 않는 것을 알아챈 소비자들은 점점 이 곳에서 파는 제품들을 불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믿거페 여론이 일기 전만 하더라도 탈모샴푸 제품을 팔기 위해 ‘우리 탈모샴푸를 쓰면 발모가 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사람들이 반응했다. ‘탈모샴푸를 쓰니까 머리가 났다고..? 속는 셈 치고 한 번 사볼까?’라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관련 제품을 다룬 많은 업체들이 이와 같은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들을 발행했고, 실제로 당시 콘텐츠 성과들은 매우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와 같은 콘텐츠들을 발행했을 때 달리는 악플 비율이 늘기 시작했다. 이제 이와 같은 콘텐츠를 만들면 아마 <광고 숨기기> 및 <광고 신고>를 만날 것이다. 유저들이 허위 광고를 만났을 때 대응하는 액션 때문에 광고 자체를 할 수 없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즉, 이제 허위 광고로는 플랫폼에서 “살까 말까” 프레임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살까 말까” 프레임의 시작: 믿을 수 있는 장치 셋팅
실제로 탈모 샴푸를 다루는 많은 영상들에서는 ‘전에는 머리가 많이 비어 있었는데, 제품 4주 사용 뒤에는 머리가 많이 채워졌다’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보다 효과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흑채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미 허위 광고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유저들은 이를 알아채고 흑채를 쓴 게 아니냐는 댓글을 도배한다. 결국 이 댓글을 본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광고를 이탈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반응을 얻는 영상 콘텐츠들은 존재한다. 이러한 영상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유저들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는 장면을 중간중간 삽입한다는 것이다.
가령, 위의 장면처럼 화장솜으로 머리 중앙 부분을 톡톡 치고 난 뒤 앵글에 흑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다.
SNS 콘텐츠에서 믿을 수 있는 장치로 적용되는 요소는 또 무엇이 있을까? 본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믿을 수 있는 SNS 콘텐츠 첫 번째 장치, 시각적인 요소 극대화
술 한잔 걸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tvn의 <인생술집>이라는 프로그램에 연예인 홍진영 씨가 나온 적이 있었다. 실제로 술을 먹기 때문에 몇몇 출연진들은 얼굴이 빨개지기도 하는데, 당시 홍진영 씨의 얼굴은 그대로였던 반면 목은 아주 빨개져 있었다. 그렇게 감쪽같이 커버가 되는 화장법에 수많은 여성들이 반응했다.
그래서 홍진영 씨가 광고하던 비비크림을 이용한 화장법을 인터넷 방송에서 공개한 지 10여 분 만에 화장품이 완판되었다. 여기에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SNS 콘텐츠를 만드는 힌트가 있다.
바로 시각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SNS에서 반응을 얻는 콘텐츠들을 역으로 추적해보면 대부분의 공통점이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시각적 요소’를 대부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령 패션 콘텐츠에서는 소위 동대문 용어로 ‘빨이 센’ 유니크한 디자인의 제품을 콘텐츠화했을 때 반응이 높았고, 뷰티 콘텐츠에서는 시각적 요소가 부각되는 색조 제품군들이 기초 제품군들에 비해 콘텐츠 반응이 높았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콘텐츠 홍수 속에서 유저들로 하여금 우리 콘텐츠를 한 번이라도 보게끔 만들려면, 홍진영 씨가 인생 술집에서 보여줬던 시각적 요소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수많은 유튜버들이 유튜브 썸네일에 그렇게 열을 올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믿을 수 있는 SNS 콘텐츠 두 번째 장치, 정보 제공 후 상품 소개
제품을 처음 본 이에게, 혹은 해당 브랜드를 처음 접한 이에게 제품의 장점과 브랜드의 역사에 대해 주절주절 이야기한다고 해보자. 호감이 생기지 않은 상대방이 자신의 장점을 마구잡이로 어필할 때 별 감흥 없는 것처럼,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이 없는 이에게 장점부터 어필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해당 제품이 당신에게 왜 필요한지, 혹은 당신이 이 제품이 필요한 상황은 언제인지 가정해서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유저들로 하여금 똑똑하게 호감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호감을 확보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바로 ‘정보’를 건네주는 것이다.
SNS에서 탈모 샴푸 콘텐츠가 범람했던 2-3년 전, 수많은 콘텐츠들이 ‘탈모샴푸를 쓰면 발모가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탈모샴푸를 쓴 이들은 실제 발모가 되지 않음을 알아버렸고, 자연스레 이러한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들은 허위 광고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접근법은 탈모 샴푸 잠재 고객들에게 ‘정보’를 먼저 건네주는 것이다. 주변 탈모 전문가,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버를 찾아 공부해보니 의학적으로 검증된 탈모 치료법은 프로페시아, 미녹시딜과 같은 약물치료와 모발 이식으로 밝혀졌다. 이 분석을 통해 접근했던 영상에서는 초반부에 ‘이 샴푸는 발모 목적이 아닌, 두피 환경을 개선해주는 세정 제품’임을 밝히면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을 전달한 후 제품을 제시했다. 그래서 기존보다 약 3~4배 높은 매출을 확보하게 되었고, 기존의 탈모 샴푸 콘텐츠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긍정적인 댓글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페이지 중 가장 빠르게 수십만의 팬을 확보한 곳이 하나 있다. ‘시간 훅가는 페이지’가 그곳이다. 이곳이 성공한 이유는 유저들이 반응할 만한 감각 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했다는 점이 꼽히지만, 해당 페이지의 네이밍에 주목해보자. 실제 SNS를 하는 이들이 시간을 때우는 용도로 이곳을 활용하고 있다. 잠깐 시간을 때우려고 온 이들에게 사이트를 들어오게 하거나 지갑을 열게끔 만드는 일은 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살까 말까’ 홈쇼핑 프레임’으로 가두면 팔린다.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장치를 셋팅하면 팔린다.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시간을 때우러 들어온 이들에게도 충분히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진민우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