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일을 하면서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허겁지겁 일하는 직원과 온화한 미소를 머금으며 여유롭게 일하는 직원이 있다. 이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의 주도권이 누구 손에 움켜있는지에 따라 일의 형태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시간 관리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말은 시중에 출판된 자기 계발서, 경영 서적에서 수없이 언급된 내용이다. 출근 후 바로 오늘 해야 할 일을 작성해보거나 퇴근하기 전 그다음 날 할 일을 정리하고 퇴근하면 확실히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에 파묻혀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왜 생길까? 일에 주도권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순위의 기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보통 긴급성과 중요도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 긴급하면서 중요한 일
- 긴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
- 긴급하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
- 긴급하지 않으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
여기서 일의 긴급성과 중요도를 결정하는 사람은 일에 주도권을 가진 사람이다. 리더 혹은 상사가 주도권을 갖고 우선순위를 매긴다. 보통 신입사원이나 대리는 결정된 결과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일들이 여러 개가 겹치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새 전부 <긴급하면서 중요한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우선순위를 매기는 만큼 긴급한 일을 최소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누구에게 쫓기듯이 바쁘게 해야 하는 일이 많을수록 업무 분위기는 살벌해진다. 시간이 촉박하면 인간은 예민해지고 실수가 잦아진다. 그만큼 한 번에 해결될 일들이 두 번, 세 번 더 하며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 일이 주변에서 스포트라이트도 받는 중요한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긴급하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만 너무 많아져도 문제다. 대부분 이런 일들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이 주로 처리한다. 급하니 먼저 하긴 하는데 별로 티가 나지 않는 일이라 성과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나중에 정작 중요한 일을 못 해 혼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일들만 계속 생긴다면 금방 흥미를 잃고 ‘이러려고 힘들게 입사했나?’라고 한숨만 늘어나게 된다.
일에 주도권을 확보하라
그래서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는 영역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연차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들에겐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별로 없다. 당연히 일에서 리딩의 영역보다 팔로잉의 영역이 훨씬 많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좋으니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리딩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보자. 능동적으로 움직일수록 의견에 힘을 실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긴급하면서 중요한 일>이 많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긴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인 상태일 때 미리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에 주도권을 갖고 있을 경우 <긴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그만큼 미리 준비해두었다가 적시에 활용하면 긴급한 일은 현저히 준다. 계획이 어긋나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는 모두가 즐겁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된다.
또한 맡은 일의 포지셔닝이 명확할수록 수시로 떨어지는 잔잔한 일들을 할 확률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본인의 역할을 주변 사람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갑자기 공백이 발생하거나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무조건 1순위로 그 일을 떠맡게 된다. 이렇게 맡게 된 급한 일들을 대부분 중요하지 않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일인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팔로우의 영역을 점차 줄이고 리딩의 영역을 넓히며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방법이다.
늘 하던 일만 하면, 하던 일만 할 줄 알게 된다
그다음 여유가 생긴다면 <긴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늘 하던 일만 하면 하던 일만 할 줄 알게 된다. 평소에 관심 갖지 않았던 일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데이터가 쌓였을 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들이 있다. 이러한 일들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여유가 없다면 절대 볼 수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만큼 이 일에서는 철저하게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즉,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차별화된 경쟁력이 되어 언젠가 큰 힘이 될 것이다.
<긴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까지 챙기기 위해서는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리딩의 영역에서도 계속 일을 진행하다 보면 점점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이때 본인이 가장 잘하는 일이고 인정받는 일이라고 혼자 끌고 가려는 욕심만 부리면 다른 소중한 기회들을 놓치게 된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잘 알고 내가 하면 훨씬 더 빨리할 수 있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잘하고 인정받는 일을 누군가에게 빼앗길 것 같다는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계속 움직이고 누구보다 빠르게 선점해야 한다. 기존에 하던 일 중에서는 오직 나만이 소화할 수 있는 일만 남겨두면 된다.
이처럼 리딩의 영역을 넘어 창조의 영역까지 생각하고 일을 한다면 훨씬 더 적은 노력으로 보다 여유롭게 누구보다 훌륭한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원문: 김화초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