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직장에는 2:8 법칙이 있다. 일은 10명 중 2명이 다하고 8명은 일하지 않고 무임승차한다는 내용이다. 그럼 일하는 2명은 무조건 성과를 인정받을까? 그것도 아니다. 고생한 만큼 승승장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묵묵하게 일만 하고 그만큼 보상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대신 얄밉게도 8명 중에서도 요령 있게 일하는 사람 몇 명만이 성과를 가로채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선입견은 강력한 힘이 있다. 아무리 공정하게 판단하고 평가하고 싶어도 뇌 속에 심어진 상대방의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일 잘하는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사소하지만 조그마한 행동들이 선입견을 좌우할 수 있다. 이미지에 조금만 신경 쓰면 본인이 하는 일에 훨씬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실수를 해도 금방 만회할 수 있다.
단, 직장동료들은 바보가 아니다. 요령만 부리며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일하며 성과만 얌체같이 가로채려 한다면 미움만 잔뜩 사게 된다. 이미지 메이킹 전에 일에 대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후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임팩트 있는 모습을 각인시키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활용해야 한다. 사람도 곧 상품이다. 상품이 잘 팔리고 계속 찾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극적인 마케팅과 홍보가 필요하다.
일 잘하는 이미지 메이킹은 절대 한순간 혼자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계속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이러한 얘기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또 전달되어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일 잘한다고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올바른 자세
주변에서 일 잘한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은 일단 자세가 바르다. 어깨와 허리는 당당하게 펴고 배에 힘을 주어 시선이 항상 정면을 바라본다. 이러한 올곧은 자세는 그 사람의 자신감을 드러낸다. 아무리 일을 잘하더라도 자세가 구부정하면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인상도 좋지 않게 보인다. 이러한 자세만 신경 써도 주변에 훨씬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
특히 자리에 앉아 업무를 많이 하는 사무직의 경우 거북목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시간 날 때마다 스트레칭해야 한다. 거북목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귀와 어깨 그리고 허리가 일직선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자세가 처음엔 유지하기 힘들어도 꾸준히 노력하면 습관이 되고 어느새 본인도 모르게 주변에서 자세가 좋다는 얘기를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해도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반듯한 자세를 유지하면 걸음걸이도 좋아진다. 등을 곧게 펴고 시원시원하게 발을 내디디면 걷는 본인도 기분이 좋아지고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 한 명의 힘찬 발걸음에서 에너지가 발산되고 이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만들고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즉, 걸음걸이가 그 팀의 분위기를 바꾸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생기 넘치는 눈
눈을 보면 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흔히 타짜들이 상대방의 눈을 보고 심리 변화를 읽고 도박을 한다는 얘기가 있다. 이는 직장생활에서도 쉽게 적용된다. 그 직원의 눈만 봐도 어떻게 일하는지 얼추 파악할 수 있다. 일을 잘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항상 눈에 총기가 있어야 한다. 직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재밌고 항상 즐거우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눈은 항상 또렷하고 반짝인다.
그러나 세상일이 모두 그러하듯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항상 즐거운 순 없다. 일이 하고 싶을 때보다 하기 싫을 때가 더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고 싶을 때가 더 많으면 ‘놀이’지 ‘노동’이 아니다. 눈에는 좋고 싫음이 쉽게 드러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눈에 힘이 들어가고 빛이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공이 작아진다. 반면에 싫어하는 일을 하면 총기가 사라지고 동공이 커진다. 이때 동공이 커져 흔히 말하는 ‘동태 눈’이 된다. 이처럼 눈은 얼굴 표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상 눈에 생기가 넘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눈을 어떻게 바꾸려고 하기보다 마음가짐을 바꾸면 본인도 모르게 눈이 반짝이게 된다. 지루한 회의가 계속 이어질 땐 넋이 나가고 금방 흐리멍덩해진다. 이때 마음을 달리 먹고 눈을 반짝이면 말하는 사람에게 얘기에 집중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이로 인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일하는 중간에 인공눈물을 넣거나 가끔 모니터 화면에선 눈을 떼고 눈에 휴식을 주자. 쉴 틈 없이 눈을 쓰면 금방 피로해져 생기를 더욱 잃게 된다.
‘Listen’만큼 중요한 ‘Hear’
영어에 ‘Listen’과 ‘Hear’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두 단어 모두 사전적으로 ‘듣다’는 뜻이지만 뉘앙스가 다르다. Listen은 본인과 듣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듣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Hear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들리는 것을 의미한다. 일하며 Listen 즉, 경청의 중요성은 누구나 익히 들어 안다. 그러나 Hear에도 Listen만큼 신경 써야 한다.
사무실에 덩그러니 앉아 있으면 생각보다 다른 직장동료들의 전화, 회의, 대화 등 다양한 소리가 들린다. 본인이 맡은 일을 제외한 나머지 일은 직접적으로 관여가 되어 있지 않은 이상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 그러나 Hear를 통해 여러 소리를 들으면 팀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넓게 볼 수 있고 눈치 있게 행동할 수 있다.
또한 리더 간 나누는 대화는 굉장히 중요하고 민감한 이슈들이 주제로 오고 간다. 이런 주제는 모든 게 결정이 난 후에야 내용이 전달되기 때문에 막상 처리해야 할 때 우왕좌왕 헤멜 확률이 높다. 그러나 Hear를 통해 선제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파악하고 미리 대응한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이처럼 내 일 아니라고 주변 목소리에 신경을 아예 꺼버리면 놓치는 정보들이 너무 많다. 눈은 모니터에 고정하고 손은 바쁘게 마우스를 움직이면서 귀는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 언제 어떤 정보들이 나타났다 사라질지 모른다. Hear를 통해 얻은 정보들도 함께 활용하여 일한다면 눈치 빠르고 센스 넘치는 직원이 될 것이다.
‘죄송합니다’ 아껴 쓰기
직장에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아껴 써야 한다. 죄송한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당연히 내 맘같이 흘러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정말 필요할 때만 쓰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상황에 따라 ‘죄송합니다’ 한 마디가 더욱 효과적일 때가 있고 ‘죄송합니다’는 굉장히 무책임하게 들릴 때가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빠른 인정 및 사과를 사건을 종식할 수 있을 때이고 후자는 해결책이 더욱 급한 경우다. 사죄의 빈도가 높아질수록 진정성은 떨어진다. ‘죄송합니다’를 더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라도 아껴 써야 한다.
그럼 대신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아선 안 된다. 스스로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생각해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해서 정리한 내용으로 답변해야 한다. 상대방은 죄송하다는 말을 듣기 위해 말을 건넨 것이 아니다. 해결책 혹은 답변을 듣기 위해 질문한 것이고 당장 해야 할 말들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부분에 대해선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하고 말씀드려도 될까요?’라고 시간을 번 후 다시 답변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하는 일에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같은 월급 받고 일하는 처지에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죄송합니다’를 말을 해야 하나?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하는 일에 더욱 당당해진다면 신뢰가 가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그 후엔 주변에서 어떤 일이든 ‘저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마음 편하게 맡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시원한 결단력
일 잘하는 직원은 주저하지 않고 결정한다. 이런 사람들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책임과 권한이 더욱 많아질수록 결정해야 할 사항들도 늘어난다. 이때 상사가 우유부단하게 결정짓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리면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괴롭기만 하다.
반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두세 번의 고개를 끄덕인 후 시원하게 결정을 내리는 상사들도 있다. 절대 대충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안다. 두세 번의 고개 끄덕거림에는 빠른 시간 내에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그 상사만의 경험과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다.
우선순위를 잘 배분하여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옆에서 보기만 봐도 일 잘하는 것이 티가 난다. 만약 누군가가 본인의 일과 관련해 질문을 하거나 어떤 이슈를 결정해줄 걸 요청한다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답변을 해선 안 된다. 그들이 듣고 싶은 건 해결책이다. 질문이나 요청사항에 공감하고 함께 맞장구쳐달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깔끔한 커뮤니케이션
한 번쯤 이런 경험 있을 것이다. 전화하고 끊은 후, 혹은 메일을 보내고 전송 버튼을 누른 후 해야 할 내용을 미처 전달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다시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내용을 전달하거나 메일을 추가로 보내야 할 때가 있다. 한 번만 하면 해결될 일은 두 번, 세 번 하면 상대방에게 신뢰를 잃는다. 이것은 깔끔하게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명료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는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끊임없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머릿속에 내용을 큰 그림으로 정리를 하고 상대방에게 빠짐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언행일치하기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상대방이 말을 번복하여 수정 작업을 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언행불일치의 빈도가 잦아지면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뱉은 말에는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생각보다 이런 일들은 빈번하게 생긴다.
본인의 맡은 일의 100%를 전부 머릿속에 암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때그때 정보를 다시 찾아보고 상대방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 흔한 경우다. 그러나 여러 개의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급한 일들이 밀려와 정신이 하나도 없을 때 누군가가 질문을 한다면 악마의 유혹이 귀에다가 속삭인다.
바빠 죽겠는데 대충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알려주고 빨리 넘겨.
가장 나쁜 해충이 대충이라는 말이 있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대충 생각나는 대로 대답하고 넘겨버리면 계속 찝찝함을 갖고 일해야 한다. 얼떨결에 한 말이 맞는 말이면 다행이지만 만약 틀릴 경우 상대방에게 빚을 지고 서로가 난처해지게 된다. 일은 일대로 더하게 된다. 일을 하며 사소한 부분이라도 꼼꼼하게 팩트를 체크하고 언행불일치되는 일이 없도록 매사에 신경 써야 한다.
잘 모르면 물어보기
사람이 전부 완벽할 수 없다. 일을 하면 분명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 할 것들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독립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은 생각보다 정말 별로 없다. 대부분의 일이 타 부서 혹은 타 직장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일이 이루어진다. 이때 모르는 것이 발생할 때 무조건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우선 본인이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알아본 후에 질문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일을 잘한다고 느낄 수 있다.
‘제가 요렇게 저렇게 해봤는데 이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질문을 드립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질문했을 때 화를 내면 인성이 좋지 못한 직원을 만났다고 생각해야 한다. 대부분은 아무리 바쁘고 귀찮아도 기특해서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친절하게 가르쳐 줄 수 있다. 이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평판이 되고 이미지가 되어 본인의 회사 업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기분에 따라 일하지 않기
직장인도 사람인지라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린다. 그러나 일 잘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감정이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항상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간혹 감수성이 너무 풍부해 본인의 일에 감정을 많이 투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쁘거나 즐거운 일이 있으면 한없이 너그러운 천사 같은 모습으로 일을 처리한다. 반면에 슬프거나 화나는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예민해지고 별것 아닌 일에도 화를 내는 악마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얼굴 표정 하나만으로 ‘건드리지 마시오’ 또는 ‘말 걸지 마시오’를 상대방에게 복화술로 전달할 수 있는 스킬에 감탄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감정 기복이 심하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같이 일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감정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표정이나 행동에 쉽게 묻어난다. 이 점을 항상 유의하고 혹시 감정에 휘둘려 일을 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한 번쯤은 먼저 나서기
한국인은 유독 먼저 나서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겸손이 미덕이라는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먼저 나서는 행위에 굉장한 어색함과 부담을 느낀다. 특히 회의나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시작되면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하게 있다가 한 사람이 질문을 던진 후에 비로소 우후죽순으로 손을 들고 질문하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손을 들고 어색함을 깨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영양가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기가 필요한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뚜렷한 이미지를 각인할 절호의 기회다.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어떤 자리에서든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한다면 먼저 나서서 대화의 흐름을 주도해보자. 작은 용기가 일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직원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마치며
같은 요리도 플레이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접시도, 먹지 못하는 데코레이션도 요리의 일부다. 이처럼 같은 일을 해도 어떻게 보이는가에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이는 것도 조금은 신경을 써야 한다.
원문: 김화초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