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은 60세다. 그러나 실제로 은퇴하는 나이는 49.1세라고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정년을 보장받기 어려운 사회다. 물가는 치솟고 경제성장은 점차 더뎌진다. 이 상황 속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 계속 생산성만 낮아진다면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 살펴보기에 앞서, 컵라면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한다.
컵라면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공장에서 여러 단계의 작업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용기에 면과 수프가 담기고 포장까지 끝나면 편의점에서 흔히 본 컵라면이 완성된다. 하지만 최종 단계인 박스에 담는 과정 중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지는 개체가 종종 생긴다. 이런 컵라면은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못한다. 그대로 공장 안에 있는 창고에 재고로 쌓이게 된다.
그러나 떨어진 컵라면이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다. 거래처에 방문할 때다. 이때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진 컵라면은 ‘어제 만든 싱싱한 컵라면’이 된다. 공장에서 바로 만들어 나온 제품들은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보다 구하기도 어렵고 맛이 좋다는 인식이 있다. 맥주공장을 견학 가본 사람은 안다. 맥주공장에서 바로 만들어 나온 맥주는 확연하게 편의점에서 사서 먹는 맥주보다 훨씬 더 신선하고 맛이 좋다. 물론 컵라면이 맥주처럼 공장에서 바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맛이 더 좋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받는 사람도 그런 것을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왠지 맛이 더 좋을 것 같고 특별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든다.
별 것 아니지만 떨어진 컵라면은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드는 특별한 선물이 된다. 거래처와는 훨씬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평범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쓰임새와 중요성이 확 달라진다.
직장인과 ‘떨어진 컵라면’
어쩌면 직장인들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진 컵라면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때 죽어라 공부해서 수능 시험 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 죽어라 공부해서 바늘구멍 같은 취업 관문을 뚫고 직장인이 되어 이젠 인생을 즐길 줄 알았더니 더 치열한 경쟁과 먹고 살기 각박한 인생만 마주할 뿐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본 거울에는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만든 넥타이를 한 전형적인 배 나온 직장인의 모습만 있을 뿐이었다.
따분하고 지루하게 인생이라며 신세한탄만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살다 보니 어느덧 잘 나가는 직장동료들과의 격차는 훨씬 벌어졌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게 컨베이어 벨트에서 열심히 뛰다가 지쳐버린 채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평범하게 사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는 부러워하는 축복받은 삶일 수 있다. 하지만 도태되지 않고 그 평범함을 언제까지 유지하기 위해 불안감에 시달리며 쉬지 않고 계속 달려야 한다는 것이 괴로울 뿐이다.
다시 컵라면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떨어진 컵라면이 싱싱한 컵라면이 될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일까? 평범한 소재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콘텐츠화했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됨으로써 이전보다 가치가 훨씬 성장할 수 있었다.
평범한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출근하고 칼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직장인도 스토리텔링만 있다면 충분히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본인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부의 추월차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본인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콘텐츠가 지배하는 세상
콘텐츠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아침에 뉴스를 듣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SNS를 보며 직장에서는 구글링을 하며 정보를 찾는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스마트폰을 만지며 잠이 든다. 이처럼 눈을 뜨고 다시 감을 때까지 콘텐츠 홍수 속에 파묻혀 산다.
그만큼 기업들도 콘텐츠에 전력투구를 한다. 최근에는 ‘코드 컷팅’이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TV를 보는 사람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그만큼 TV가 독점하고 있던 콘텐츠 플랫폼이 다양한 형태로 생겨났다는 뜻이다.
더 이상 전문가들이 콘텐츠를 독점하는 시대가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정보를 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마케팅을 위해 TV 광고에 대형 스타를 고액으로 섭외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에 인플루언서를 활용하거나 본인들만의 콘텐츠를 만든다. 콘텐츠로 소비자를 확보한 뒤 상품이나 서비스를 결정하는 콘텐츠 창업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콘텐츠를 추천하는 이유
직장인에게 콘텐츠만큼 좋은 보험은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고민 2개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첫째, 이직.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해 지금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이 좋은지, 더 나은 곳으로 이직을 하는 것이 좋은지 늘 고민을 안고 산다. 둘째, 창업. 평생 다닐 수 있는 직장은 없다. 언젠가는 자의건 타의건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할 때가 찾아온다. 이때를 대비하기 위해 회사가 아닌 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아등바등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픈 이 2가지 고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콘텐츠다. 콘텐츠는 이직을 할 때 훌륭한 나만의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며, 창업을 할 때는 훌륭한 마케팅 도구가 될 것이다.
설사 지금 당장 이직이나 창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도 일단 시작하는 것이 좋다.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공부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콘텐츠라고 말한다. 업계에서도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을 많이 쓴다. 결과를 직접 눈으로 봐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즉, 그전에 잘 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사실 직장을 다니며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망하게 마련이다. 망하지 않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강구해도 맘먹은 대로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콘텐츠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갖고 뛰어들면 금방 지친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왜 어차피 해야 할 일일까?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야만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곤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 끊임없이 증명하고 보여주어야 한다.
매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콘텐츠로 설명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높다. 내가 만든 콘텐츠로 누군가가 얼마나 공감했는지 수치로 체크할 수 있다면 구구절절 말로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언젠가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저 돈만 버는 월급 노예가 아닌 ‘진짜 나’를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방향을 정한다면 무조건 도움이 될 것이다.
콘텐츠를 만들긴 해야 하는데 학창 시절부터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개성 없이 평범하게 살아왔다면 콘텐츠로 만들 것이 없어 고민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자. 나만큼 남들도 평범하게 살았다. 그러니 나의 삶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공감 포인트’를 차근차근 찾아보자.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일’에 관한 것이다. 누군가는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안달이 나 있을 수도 있다. 그 일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글이나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든다면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다.
나도 지금까지 공공기관에서 일하며 배웠던 보고서 작성 방법으로 보고서 컨설팅을 하며 수익을 쏠쏠하게 창출하고 있다. 나는 사무행정직으로 근무했다. 거기서 익힌 건 밖에 나오면 절대 쓸 곳 없다는 소리를 많이도 들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일을 원하고, 이에 대한 전문성을 쌓기를 원한다. 그러니 자신이 할 줄 아는 보고서, PPT 템플릿 등을 판매해도 좋고, 취업 멘토링을 하거나 컨설팅을 해도 좋다.
또 하나는 취미를 콘텐츠화하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꾸준히 했던 취미가 있다면 이를 콘텐츠로 만들어도 좋다. 약간의 전문성이 필요한 취미라면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정보전달 형태의 콘텐츠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온라인 취미 플랫폼도 많이 생겨 해당 분야의 엄청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강의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설사 전문성이 없더라도 초심자의 마음으로 함께 시작하여 배워나가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콘텐츠화할 수도 있다.
이처럼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니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방법
그래도 이왕 하는 김에 잘하는 방법은 없을까? 첫째,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콘텐츠라는 것은 쌓이면 쌓일수록 큰 힘이 된다. 일본에는 오래된 음식 가게들이 많다. 오랜 세월 유지했다는 것 자체로 가치가 생긴다. 콘텐츠가 탄생하고 브랜딩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수익이나 투자도 생기고, 자본이 유입되면서 더 확장하게 된다. 이렇게 꾸준한 노력이 더해지면 콘텐츠의 질을 논하는 단계를 넘어 확장에 집중할 수 있다.
둘째, 콘텐츠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까, 보다 어떻게 전달할까, 를 고민해야 한다. 전달한 내용은 나만의 얘기여야 한다. 어설프게 다른 사람을 흉내 내거나 유행만 좇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셋째, 낚싯대를 많이 던져야 한다. 콘텐츠가 가지는 폭발적인 힘의 원천은 OSMU다. 하나의 콘텐츠로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잘된 콘텐츠 하나는 가치를 매길 수가 없다. 이는 콘텐츠의 가장 기본적인 성질이기도 하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다양한 플랫폼에 업로드하여 최대한 사용자들에게 많이 노출시켜야 한다. 노출을 시킨 만큼 콘텐츠가 터질 확률도 훨씬 올라간다.
spray and pray. 많은 씨를 뿌리고 결과를 기대하라.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많은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 꽃 한 송이만 있을 때 사람들은 쉽게 밟아 버리거나 꺾어 버린다. 그러나 꽃이 여러 송이가 피었을 때에는 정원이 되고 앞에 ‘꺾거나 밟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붙는다.
직장인이 피운 꽃은 직장에서 주는 월급 한 송이뿐이다. 그러니 여러 꽃을 피우고 정원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씨를 뿌려야 한다. 다행히 세상이 콘텐츠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하다. 콘텐츠를 잘 만든 만큼 꽃을 피우기도 쉬워질 것이다.
콘텐츠를 씨앗이라 부른다면, 이 씨앗은 절대 주인이 애지중지 아낀다고 잘 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따뜻한 햇살과 토양, 그리고 주인의 노력이 더해져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서둘러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씨앗을 심어놓고 조금씩 새싹을 피어나 줄기가 되고 꽃이 피어나는 과정까지 지켜봐야 한다. 누가 아는가, 단 한 송이가 아닌 여러 송이가 한가득 피어나는 꽃밭이 될지.
원문: 김화초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