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기업 교육에서 오프라인 교육이 사라졌다. 너나없이 줌을 배우고 유튜브 스트리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실시간 동영상 교육을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오프라인 교육이 사라져 전전긍긍하는 마당에 실시간 온라인 교육 얘기가 들리니 ‘사면초가’ 느낌이 들었다.
장비도 없고 스튜디오도 없고 편집기술도 없는데 이 일을 어쩌란 말이냐? 무엇보다 할 줄도 모르고 경험도 없는데 말이다. 설령 모두 갖춰져 있다고 해도 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없는데 준비를 하면 뭐에 쓰겠나. 기업교육 업체와 강사들에는 이게 현실 아닐까? 그리고 공급자의 이런 상황은 수요자인 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교육 현장에서 관심 가지는 온라인 교육은 기존의 온디맨드(on demand) 방식이 아닌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방식 같다. 너나없이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방식으로 교육을 실시한 기업은 극소수다. 전체 기업교육 시장을 놓고 보면 영점 몇 퍼센트나 될까? 10대 기업 중 LG, SK, 판교에 있는 IT 기업 중 몇 군데, 공공기관 중 몇 군데가 아니었나 싶다. 전체 기업 수를 기준으로 할 때 통계화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공유된 정보도 없고.
3–4월 기업은 교육할 형편이 아니었다. 거기에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교육은 여러 가지 여건이 아주 좋은 극소수 기업의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선각자가 되어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교육을 진행한 기업의 경험은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교육을 진행해보니
긍정점이 있었다.
- 업무단절이 없다(일하다 교육받고 교육 끝나고 바로 일하고)
- 참여도가 높다(채팅방을 활용한 실시간 의견, 투표, 퀴즈)
- 불필요한 내용을 최소화한다(콘텐츠 집중)
- 교육 시간이 짧아진다(오프 4시간 → 온 2시간)
- 가성비가 좋다(총비용 면에서)
문제점도 있었다.
- 동료 학습이 안 된다
- 그룹 토의가 안 된다
- 심화 질문이 안 된다(단답형 위주)
- 시스템 안정성 문제가 생긴다
- 전문성 있는 강사가 부족하다
효율(비용 대비 결과)적이기는 하지만 효과(교육을 통한 행동변화)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교육에 대한 참석자들의 반응은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초반 반응은 괜찮다는 게 일반적이다. 교육 후 교육담당자는 결과보고를 어떻게 할까? 주로 긍정점을 위주로 보고한다. 그 결과 6–7월 나머지 교육도 이 방식으로 하자는 결론이 나기도 한다.
문제가 생겼다. 오프라인 교육에 대한 상부의 결재가 안 난다. “온라인 효과 좋다고 보고하지 않았냐? 비용도 덜 들고 시간도 아낄 수 있는 온라인으로 하라”는 얘기다. 사실 이러려고 동영상 스트리밍 교육을 한 게 아닌데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기업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정리해보자. 대원칙은 세상의 요구다. 기업에서는 기업과 직원의 요구다.
- 첫째,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해야 한다.
- 둘째,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하자.
하고 싶어 하는 것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심화한 내용을 배우고, 동료들과 교류하고 동료들의 생각을 통해 배우고, 쫓기지 않으면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오프라인 교육이 필요하다.
시간압박에 쫓기는 게 싫고, 강사의 본질 외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동료들과 토론하는 데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교육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코로나19가 지속되고 다시 코로나19가 온다면 그때는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교육을 해야 한다. 준비해두자. 다만, 온라인 교육의 강점을 과장되게 포장해서 나중에 족쇄를 만들지는 말자.
결론
누구나 다 계획이 있다. 얼굴을 되게 한 대 쳐 맞기 전까지는.
-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
기업과 기업교육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2020년 다들 계획을 가지고 링에 올랐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얼굴을 심하게 한 대 맞았다. ‘계획이 어땠는데’가 중요하지 않다. 공포와 두려움에 떨면서 도망을 다니든지, 아니면 망가진 계획은 버린 뒤 요리조리 피하고 펀치도 날려 대응하면서 싸워 결국 승리하든지. 변화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것이다.
원문: 더밸류즈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