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팀 패리스의 『나는 4시간만 일한다』라는 책을 읽었다. 여러모로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준 책이라 천천히 소개는 따로 할 예정이고, 여기서 만난 ‘꿈 시간표’라는 걸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꿈 시간표는 6개월 또는 12개월 동안의 단기 꿈을 정하고 시간에 맞는 계획을 세워보는 활동인데, 갖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이 세 가지로 나뉜다. 단순히 기록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활동들을 하기 위한 월 비용을 계산해보고 그 돈을 벌기 위한 방법까지 고민해 보는 멋진 시간이었다. 형식과 내용이 좋아 소그룹 워크숍으로도 진행해 볼 생각이다.
소그룹 워크숍을 모집해 보기 전 아내에게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말을 꺼냈는데 6살, 11개월 두 아이가 있어서 쉽게 둘만의 시간을 내지 못하다, 장모님 찬스로 잠시 카페에 와서 아내의 꿈 시간표를 적어봤다. 둘만의 소그룹 워크숍을 진행한다고 생각하고 아내라기보다는 워크숍에 참여한 멤버로서 지켜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꽤 놀라웠다.
꿈 시간표에는 분야마다 5가지씩 총 15가지를 적게 되는데 이중 가장 자신에게 중요하고 자신을 흥분시키는 항목을 최종으로 4가지를 뽑게 돼 있다. 이 4가지 항목을 선정하는 것에서 일단 한번 놀랬다. 나는 당연히 가사도우미나 육아도우미가 그 4가지 중 하나로 뽑힐 거라 생각했는데, 그 4가지 항목에 뽑히지 않았고,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항목들이 최종으로 뽑혔던 것이다.
그런 항목들이 현재 아내에게 가장 중요하고 자신을 흥분시키는 항목인 줄 너무 몰랐다는 것에 놀랐다. 그저 내 생각대로 지레짐작해서 아내의 want나 needs를 생각했을 뿐. 더 놀란 건 이렇게 최종 선정된 일을 위해 필요한 금액을 산출하고 월 얼마를 버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계산하고 나서였다.
지금까지는 내가 돈을 많이 벌 거고, 그중 일부를 편하게 아내가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 하고만 생각했다. 그게 당연히 아내도 편하고 원하는 일이라고 또 지레짐작했던 것이다. 사실 아내도 하나의 독립된 주체로서 그 돈을 자신이 벌 수 있도록 도전하고 실험하는 삶을 누릴 자격이 충분했음에도, 언젠가부터 경제적인 면에서는 독립적이 아닌 종속적으로 생각했던 건 아닐까 하는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꿈 시간표 작성이라는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아내를 오해하고 살았는지를 깨닫게 되어 감사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에겐 독립된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주체적으로 사는 삶을 추천하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왔으면서, 정작 가장 가깝고 애정하는 아내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종속적으로 생각해온 건 아니었을까? 생각이 많아졌다.
이걸 깨닫고 나니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이 달라졌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 풍성하고 즐거우며, 스릴 있게 해 줄 거라는 기대가 든다. 애나(아내) 하고 싶은 거 다 하시오!
원문: Peter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