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철없이 즐거워 보이던 삼촌
‘어른스럽다’
[형용사]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 같은 데가 있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학생이었던 나는 검은 정장에 줄 하나가 그어진 완장을 찼다. 할아버지는 먼 지방에 사셨기 때문에 함께 한 추억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정 사진을 보며 더 슬퍼해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을 느꼈다. 사진 속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작은 추억들을 돌려보았다. 부디 좋은 곳으로 편안하게 가시길 기도했다.
그러나 내가 장례식장에 서서 느꼈던 무게감은 밤새 지켜본 진짜 장례식의 그것과는 달랐다. 곳곳에서 웃음과 수다가 가득했다. 특히 구석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삼촌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정말 신나 보였던 모습에 속으로는 철이 없다고 생각했다.
꽤 시간이 지났다. 장례식장에 갈 때마다 상주와의 나이 차이가 점점 좁혀진다. 이제 삼촌을 이해한다. 나 역시 그때의 삼촌처럼 장례식장에서 웃고 떠든다. 상주를 위하는 마음도 있지만,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 반갑기도 한다.
심지어 습관처럼 술잔을 부딪히려다 급히 잔을 내 쪽으로 가지고 오기도 한다. 장례식장에서 완장을 찬 어린 남자가 보이면, 그 당시 삼촌을 바라보며 내가 느꼈던 감정을 그 아이도 느끼고 있을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고목 같던 아버지의 눈물
어른이란 이유로 감정을 꼭 숨겨야 하는 상황들을 겪다 보니, 이젠 조금 더 쉽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 아프지 않은 척할 수 있다. 그때 삼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야기를 멈추고 혼자 있으면 어김없이 찾아올 감정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을까?
빈틈없이 단단한 고목 같던 아버지의 눈물을 본 적이 있었다. 눈물과의 조화를 상상해보지도 않았던 존재가 눈물을 흘리자 의외로 내 세상이 무너졌다. 이상한 감정이었다. 자식에게 고목과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고단한 시간들을 홀로 보냈을까?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난 후, 절대적인 존재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반항심과 원망과 불만이 씻겨 내려갔다. 전후로 나와 아버지와의 사이는 크게 달라졌다.
그때부터일까? 어른 남자가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은 내게 더 감정적으로 다가온다. 최근에 내게 좋은 감정을 선물한 두 어른 남자의 표정이 있어 함께 나누고 싶다.
아내의 얼굴이 인쇄된 베개를 선물 받은 순간
영국 랭커셔주의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켄 벤로우(Ken Benbow). 그의 나이는 94세다. 켄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지난 8월 71년을 함께해 온 아내가 세상을 먼저 떠났다. 홀로 남겨진 켄은 아내의 사진 넣은 액자를 품에 안고 잠에 들었다고 한다.
액자의 삐죽한 모서리에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 간병인은 켄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했다. 아내가 인쇄된 베개였다. 베개를 받아든 켄은 아내의 모습을 보며 기뻐하며 절대 아내를 보내주지 않겠다며 베개를 꼭 끌어안았다. 켄은 인터뷰에서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이 많이 후회된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70년을 함께한 아내의 사진을 안고 잠들었던 켄. 그의 행동을 보고 선물을 전달한 마음 따뜻한 간병인. 아내가 그려진 베개를 받은 켄의 표정. 모든 것이 이쁜 동화 같다.
딸의 임신 소식을 선물받은 순간
어떻게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정말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모른다.
노인의 얼굴에 순수하게 감동받은 아이의 표정이 보인다. 영상 속 남자의 이름은 짐(Jim).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딸을 키웠다. 딸의 결혼 후 혼자가 된 짐은 아마 많은 시간 동안 외로웠을 것이다. 그런데 딸과의 식사에서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았다. 딸이 임신을 했다는 소식이다.
짐이 가족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 동안 행복했으면 좋겠다.
출처: 마인드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