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프랑스의 한 아파트에서도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연기가 가득한 아파트 한가운데서 위태로워 보이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곳을 지나던 돔배이브(Dombaev Dzhambulat)와 아슬란(Ouloubaev Aslan)은 이 모습을 보고 장비도 없이 아파트를 맨손으로 올라, 할아버지를 구출했다.
영상 속에 할아버지의 표정과 구출 과정을 볼 수 있다. 정신없는 현장에서 사람을 구해 뛰어들 수 있는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또 곤경에 처한 사람은 어떤 심경일지 느낄 수 있다.
3월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1시가 넘은 저녁 양양의 원룸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집으로 들어가던 한 청년은 건물 입구에서 타는 냄새를 맡았다. 불이 난 것을 직감하고는 2, 3층에 올라가 복도 창문을 열었다. 시커먼 연기가 창문으로 뿜어져 나왔다. 청년은 ‘불이야’ 외치며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2층에는 아직 대피하지 못한 할머니가 있었다. 청년은 수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반응이 없었다. 건물 관리인과 방문을 열려고 시도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건물 밖으로 뛰어나기 건물 외관의 도시 가스관과 줄 들을 붙잡고 할머니 집 창문에 도착했다. 건물은 이미 불길이 치솟는 상황이었다.
창문을 열고 들어간 할머니의 연기와 불길이 가득해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았다. 청년은 한쪽 벽에 손을 대고 다른 손으로는 노인을 찾았지만 손끝에 노인이 닿지 않았다. 사이렌 소리가 났다. 그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불 속을 누볐던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소방관과 경찰이 화재 현장을 수습할 때쯤, 청년은 사라졌다.
이 모습을 지켜봤던 사람들은 사라진 청년을 수소문해 찾았다. 응급치료만 받은 그의 몸에 난 상처들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였다. 치료가 필요해 보였다. 청년의 이름은 알리였다. 알리는 자신이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불법체류자)란 사실이 들통나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할 것이 두려워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고 했다. 알리는 2017년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공사장에서 돈을 벌어 고국의 부모님과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해왔다. 알리는 위험한 상황에서 상처를 입고 사람을 구했지만,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했다.
알리의 상처는 꽤 심각했다. 서울의 화상 전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병원을 입원 과정에서 알리는 법무부에 불법체류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자진 신고로 알리는 1달 뒤 한국을 떠나야 했다. 알리는 목과 등, 손에 2–3도의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1도가 화상이 덴 정도의 화상이라면, 2도는 구워진 화상. 3도는 장작처럼 탄 화상이라고 한다. 알리는 충분한 치료를 받을 경제적 여건이 아니었다. 사정을 안 주민들은 십시일반으로 700만 원 가까운 돈을 모았다.
주민들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게 되었지만 알리는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알리가 끝까지 구하고자 했던 할머니가 끝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알리는 조금 더 빨리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다. 불에 타는 본인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고 한다.
다행히 알리의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졌다. 많은 사람이 알리의 이야기에 감동했다.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알리의 삶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뉴스를 통해 알리의 용기 있는 행동이 소개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웹사이트에는 알리 씨를 돕자는 글이 올라왔다.
알리는 회복될 때까지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게 됐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병원에 입원한 알리를 찾아와 체류 자격 변경 신청 절차를 안내한 뒤 신청서를 접수했다. 회복할 때까지 국내 체류가 가능한 기타(G-1) 비자를 발급할 예정이다.
추가로 의사상자 지정도 검토 중이다. 의사상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행위를 하다가 죽거나 다친 사람을 말한다. 알리가 의사상자로 지정되면 계속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영주권의 가능성도 열린다. 알리가 빠르게 회복하고, 평안한 시간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원문: 마인드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