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아파트 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유서에는 ‘억울함을 풀 길이 없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 적혀 있었습니다.
지난달 4월 21일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 A씨는 이중 주차된 차량을 이동해 주차 공간을 만듭니다. 그러자 입주민 B씨가 나타나 경비원 A씨를 밀치고 관리실로 끌고 가 관리소장에게 당장 해고하라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입주민 B씨는 5월 3일에는 경비실을 찾아가 A씨를 코뼈가 부러지도록 때렸습니다. 입주민들은 관련 소식을 듣고 긴급회의까지 열었지만, A씨는 자신의 집에서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입주민 괴롭힘에 분신자살한 아파트 경비원
입주민의 괴롭힘에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14년 서울 압구정동의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은 같은 입주민으로부터 수개월 동안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입주민은 경비원을 머슴처럼 부리고 마치 상전처럼 혼내기도 했습니다.
유효기간이 지난 냉동 떡이나 과자 등을 개한테 주듯이 화단으로 던져 주면서 먹으라고 하는데 안 먹으면 또 잔소리를 할까 봐 심한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참고 받아먹었고, 5층에서 옷가지 등을 털다가 양말이 떨어지면 그것을 주워 갖다 달라고 해서 주워다 준 일도 있다.
경비원은 견디다 못해 다른 동으로 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힘들면 그만두라는 대답뿐이었습니다. 경비원은 또다시 입주민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고 견디다 못해 몸에 시너를 뿌렸고,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경비원 5명 중 1명 꼴로 부당한 대우받아
2019년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발간한 「서울시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사 참여자(강서구, 노원구, 서대문구, 성북구 등 4개 자치구 490명의 경비노동자)의 19.1%인 92명이 ‘입주민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응답자 5명 중 1명 꼴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입니다.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은 요인 중에는 입주민과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갈등 요인에는 주차단속에 대한 시비, 늦은 시간 택배 수령 문제, 술 취한 상태에서의 막말 등이 있었습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한 76명을 대상으로 월평균 횟수를 조사한 결과 월 8.4회의 부당 대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입주민들이 반복해서 부당한 요구를 해도 경비원들은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입주민과의 갈등이 계속될 경우 경비 용역 업체로부터 해고나 재계약 불가 통보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경비원들이 입주민의 부당한 대우로 갈등을 빚을 경우 입주민이 관리사무소로 불만을 얘기하면 경비노동자들은 잘못이 없더라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결국, 고용 불안 때문에 아파트 경비원들은 경비 업무보다 청소와 분리수거, 택배, 주차 관리 등에 더 힘을 쏟아야 하고 입주민들의 부당한 대우에도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해당 아파트 주민 대다수가 괴롭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숨진 경비원의 유서에도 자신을 도와준 입주민들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실 앞에 모여 추모와 반성을 위해 촛불을 들었고, 생전에 따뜻했던 모습을 기억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한 입주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약자가 강자에게 협박과 폭행을 당해서 자살을 하는 경우가 없는 나라가 되게 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에는 5월 12일 오전 7시 기준 8만 9천여 명이 서명을 했습니다.
원문: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