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하는 2차 집단 감염사태가 일어나 많은 사람이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쓸데없이 이태원 클럽이라고 안 하고 게이 클럽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동성애자들이 문제가 있어서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는 식으로 보도한 언론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한 것이고, 필요한 일입니다.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어도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또한 그 화내기가 지나쳐서도 안 됩니다. 이른바 생활 방역으로 접어들면 시간의 문제일 뿐 2–3차 집단 감염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조심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경고도 보내야 합니다. 그걸 전제로 하고 말하자면 우리가 만드는 미래는 아무도 실수를 하지 않는 미래가 아니고, 누군가가 실수를 해도 그걸 잘 처리하는 미래입니다.
한국은 지금도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면서 바로 그 미래를 만듭니다. 지금의 상황 자체가 메르스 때의 경험을 통해서 더 빠르게 반응하는 상황입니다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어 일어나고 우리의 반응이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면 그것은 이제 매뉴얼이 됩니다. 그리고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사람을 찾다가 금방 당일날 이태원에 다녀온 사람은 모두 검진을 받을 수 있게 한다던가, 현장에 방문한 사람을 핸드폰 기록으로 모두 찾아내는 기술 따위가 그렇습니다. 다음번에 같은 일이 있으면 이런 처방은 더 빨리 내려지고 매뉴얼화하겠지요.
사람들의 경험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이태원에 다녀온 사람도 숨길 생각을 했을지 모르지만, 경찰이나 질병관리본부가 끈질기게 사람을 찾는 걸 보면 다음부터는 처음부터 숨을 노력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들키는 것보다는 빨리 검사받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으니까요.
우리는 아마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가 아니면 영원히 코로나 19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항상 긴장하고 항상 바른 생활만 하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게 목표는 아닙니다. 우리가 돌아가려는 것은 그 이전의 일상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클럽에도 안 가고, 야구장이나 축구장에도 안 가고, 수업도 제대로 못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닙니다. 여행도 가고, 데이트도 하고, 꽃구경도 가는 것이 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미래죠.그래서 우리가 도달해야 하고 아마도 도달할 미래는 2–3차 집단감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미래가 아니라 그런 사태를 최대한 억누르되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그걸 최대한 빠르게 억누르는 미래일 것입니다. 물론 주의를 충분히 해서 사회적 비용이 지나치지 않게 해야겠죠.
2–3차 집단감염에 대처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질본이나 정부의 일입니다. 하지만 감염병의 시대에 국가적 위기 앞에서 이건 남의 일이니 우리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요즘의 시대 정신과 맞는 태도가 아닙니다.
어떻게 학교를 운영해야 할지, 데이트는 어떻게 해야 하며, 스포츠는 어떻게 즐겨야 할지 대해서 ‘나는 그저 하던 대로 할 테니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대처하시요’ 하는 것은 시대 정신이 아니죠. 밀접 접촉자를 찾아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을 질본이나 정부에 맡겨만 두는 것도 시대 정신이 아닙니다. 드라이브 스루도, 워킹 스루도 정부 출연 연구소에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다행히 추세를 보아하니 이번 일은 지난번 신천지 때만큼 커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적어도 한동안 이런 소동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2파가 지나가고 나면 3파가 올 것이고, 20–30번은 온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게 우리가 익숙해져야 할 시대의 한 측면입니다.
그러자면 지나치게 분노에 불타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죠. 그보다는 대안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왜 야구 경기장에 가서 감염이 되냐고 하기보다는, 야구 경기장에 가도 감염 안 될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대입니다. 그런 것이 쌓일 때 세계는 한국을 새 시대의 매뉴얼로 생각하겠죠.원문: 나를 지키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