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을 독자에게 전달함으로써 감동을 주려는 목적의 글이 있다. 이런 글쓰기를 우리는 문학적 글쓰기라고 한다. 시, 소설, 수필 등의 글이 그러하다. 보통 ‘글쓰기’라고 하면 이러한 문학적 글쓰기를 먼저 생각한다.
문학적 글쓰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글쓰기를 실용 글쓰기(Practical writing)라 한다. 여기에는 비즈니스 글쓰기(Business Writing)나 학술적 글쓰기(Academic Writing) 등이 포함된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에 쓰는 글은 어떤 글이어야 좋은 글일까? 관련한 책도 많고 그런 책을 써보기도 했지만 여기서는 책에 나오지 않는 나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번 풀어 보도록 하겠다.
가장 먼저 글을 쓰는 목적을 정해야 한다. 아무 목적 없이 그냥 글 쓰는 즐거움을 위해 쓰는 것도 목적이 될 수 있다. 단 좋은 목적은 아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소셜 미디어 글쓰기의 일반적인 목적은 퍼스널 브랜딩이다.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나아가 자신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려는 목적으로 쓰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으로, 유튜브는 영상으로 같은 목적에 도전하지만 매체마다 특징이 각각 다르다.
특히 영상이나 사진에 비해 글이 갖는 독보적 힘이 있다. 요즘 세대들은 점점 더 글을 읽지 않는다지만 그럼에도 글이 갖는 힘은 유효하다. 글쓰기는 다시 크게 ‘나를 위한 글쓰기’와 ‘남을 위한 글쓰기’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가 문학적 글쓰기라면 후자가 실용 글쓰기다. 소셜 미디어 글쓰기는 이 중에서 어떤 글쓰기일까?
브랜딩을 목적으로 한 글쓰기라면 당연히 ‘나를 위한 글쓰기’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읽고 싶은 글’을 써야 공감과 공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이 일어나는 글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다.
- 첫째는 정보성 콘텐츠,
- 둘째는 흥미성 콘텐츠,
- 셋째가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정보성 콘텐츠는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전문지식을 원하고 또한 이런 지식을 주변에 알리기를 원한다.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을 쓴 조나 버거는 이를 두고 소셜 크레딧(Social Credit)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다.
- 그 정보가 얼마나 유용한 것인가.
- 이 작가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정보인가.
오늘날 온라인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있다. 정보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찾기가 어려운 시대다. 따라서 독자들은 좋은 정보만을 선별해주는 채널을 희망한다. 이를 비즈니스화한 것이 큐레이션 비즈니스다. 정말 시기적으로 필요한 유용한 정보를 쉽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 콘텐츠는 먹힌다. 이것이 유용성이다.
또한 작가의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보 좋은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똑같은 이야기를 이곳저곳에서 들을 수 있다면 그건 차별성이 없는 글이다. 그 작가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콘텐츠여야 하는데 이건 사실상 기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스토리텔링과 캐릭터의 영역이다. 독자는 작가라는 필터를 통해 글을 해석한다. 따라서 내가 어떤 작가인가인 것이 어떤 글을 쓰느냐 만큼, 때때로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흥미성 콘텐츠는 ‘읽을거리’가 있는 글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고 해도 외국어로 쓴 있는 학술 논물을 사람들이 즐겨 읽고 싶어 하진 않는다. 일단은 글을 읽는 행위 그 자체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은 주제의 글이라도 적절한 스토리텔링과 소재, 구조, 사례 등을 통해서 몰입시킬 수 있어야 좋은 글이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흥미 요소는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최근에 유튜브를 보면 그런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자극적이고 사람들을 붙잡아 두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가 목적이며 그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콘텐츠를 찾기는 어려운 사례들이 많다. 글도 마찬가지다. ‘읽는 재미’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런 콘텐츠만 쓰면 되겠지만 독자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원하는 것은 그 이상의 것들이 더욱 많다.
마지막으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위의 정보성, 흥미성 두 가지 내용을 포함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글이라는 것은 생명력이 있다. 살아 움직이는 글이 있고 죽어 있는 글이 있다. 이것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그 글이 작가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해외에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해외 생활 노하우에 대한 글을 쓴다면 우리는 공감할 수 있을까?
오늘날 마음으로 공감되지 않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화자의 삶과 콘텐츠의 내용이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자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성공해보지 않거나 얕은 성공만을 해본 사람이 성공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별로 인격적으로 훌륭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인성 이야기를 한다. 실력은 없어 보이는데 열정에 관한 이야기만 한다. 성취하는 것이 없는데 꿈에 관한 이야기만 한다.
이런 사례가 굉장히 많다. 나는 이것이 문학으로서의 에세이와 브랜딩으로서의 소셜 미디어 글쓰기의 가장 큰 차이라고 본다. 문학은 글을 쓰기 위한 소재로서 작가가 이런저런 경험을 가져야 하지만, 소셜 미디어 글쓰기는 작가 자신의 삶이 먼저고 그 경험을 표현하는 수단이 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글이 생명력이 있다. 스스로 그러한 삶을 진실로 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소셜 미디어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콘텐츠를 많이 뽑아내는 것이 우선일까 아니면 그런 콘텐츠의 재료가 될 수 있을 삶을 직접 살며 경험하는 것이 우선일까? 전자는 기능인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인플루언서는 후자다. 단순히 인지도만 높이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다시 이 글의 맨 앞에 있는 질문을 다시 해보자.
- 소셜 미디어 글쓰기는 문학적 글쓰기인가 아니면 실용 글쓰기인가?
- 정보가 중요한가 흥미가 중요한가 아니면 자신의 이야기가 중요한가?
- 지금 이 글은 정보가 중심인가 작가의 경험이 중심인가?
정답은 ‘모두 다’ 다. 좋은 글쓰기는 사실과 의견, 정보와 흥미, 객관적 사건과 주관적 해석을 골고루 갖춰야 한다. 이 원칙을 지키며 글을 쓰다 보면 나를 위한 글쓰기와 남을 위한 글쓰기 모두를 만족할 수 있다.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