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기업의 혁신이 세상을 뒤집어버린다
다들 아이폰을 과소평가했다. MS의 스티브 발머는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을 2% 정도로 예측했다. 노키아의 빌 플루머는 아이폰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아이폰의 앱 생태계 앞에서 모두 박살이 났다. 경쟁사들은 아이폰과 비슷한 하드웨어를 갖추고, 아이폰의 iOS와 비슷한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고 나서야 비로소 애플과 경쟁할 수 있었다.
아이폰 이후 우리 모두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 기업의 혁신은 대중의 라이프 스타일을 지배한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기업의 목적은 이윤이 아니다. 기업의 목적은 마케팅과 혁신이며, 이윤은 그 결과일 뿐이다.
룬샷: 정신나간 아이디어를 혁신으로 연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론
물리학에는 ‘모든 것의 이론’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연계의 모든 현상을, 단 하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일컫는 개념이다. 경영학에도 물리학처럼 ‘모든 것의 이론’이 있을 수 있을까? 리더십, 인재론, 조직이론 등 모든 혁신 이론을 단 하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룬 샷>을 읽고, 이 책에 나온 이론이 혁신을 위한 ‘단 한 가지’ 이론이 될 수 있다 확신했다.
<룬 샷>의 저자 사피 바칼은 이론물리학자 출신이다. 그는 한때 오바마 대통령의 과학자문위원회에서 일했고, 이후 약 10여 년간 바이오테크 기업의 CEO로 일했다. 그는 이론물리학자의 안목으로 기업의 운명을 관찰했다. 그리고 모든 기업의 운명이 물리학의 ‘상전이 현상’에 비유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상전이’의 대표적인 예로는 물과 얼음이 있다. 물은 온도가 0도 밑으로 내려가면 딱딱한 얼음이 된다. 얼음은 온도가 0도 위로 올라가면 녹아서 물이 된다.
저자는 물의 상전이를 기업의 상태에 비유한다. 얼음은 기업으로 치면 효율성이다. 효율성은 꼭 필요한 요소지만 기업이 오직 효율성으로만 가득 찬다면 얼음처럼 딱딱하게 경직되어 쓰러질 것이다. 물은 창의성이다. 창의성 역시 꼭 필요한 요소지만 기업이 효율성 없이 창의성으로만 가득 찬다면 형체도 없이 흩어져 사라질 것이다.
저자는 기업에게 가장 적합한 상태는 상전이의 경계 상태인 동적 평형의 상태라 말한다. 물과 얼음이 공존하는 상태, 창의성과 효율성이 공존하는 상태가 혁신이 탄생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상태라는 것이다.
정신 나간 아이디어가 실패한 애플의 예시: 초기의 스티브 잡스
<룬 샷>의 룬은 미치광이라는 뜻이다. 룬 샷은 미치광이처럼 창의적인 인재들이 어떻게 하면 기업에서 혁신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만일 효율성과 창의성 중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친 조직이라면, 경직되거나 혼란에 휩싸이는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조직이라면 룬 샷이 좋은 처방전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동적 평형이 무너졌을 때와, 최적의 상태일 때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애플을 지목한다. 애플 초창기에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직접 리드하는 팀을 해적이라고 치켜세웠다. 나머지 직원들은 평범한 해병들이라며 차별했다.
두 그룹 사이에는 적대감이 생겨났고, 잡스가 이끄는 해적들은 창의성을 마음껏 발산하며 애플의 효율을 무너뜨렸다. 잡스가 리드한 리사 프로젝트는 크게 실패했고, 다음으로 참여한 프로젝트인 매킨토시의 초기 모델은 창의적인 광고에 힘입어 많이 팔려나가는 듯싶더니 금세 열기가 식어버렸다.
애플은 직원들 간의 분쟁과 재정 압박에 직면했고 결국 1985년 스티브 잡스는 이사회에 의해 애플에서 축출됐다. 잡스가 나간 후에야 매킨토시는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다. 애플의 CEO 존 스컬리의 지휘 아래 매킨토시의 발열 문제와 낮은 메모리 문제가 해결된 덕분이었다.
애플에서 쫓겨난 잡스는 ‘NeXT’라는 이름의 컴퓨터 회사를 설립했다. 넥스트에서 출시한 컴퓨터의 성능을 홍보할 목적으로, 루카스아츠 필름의 그래픽 팀을 사들여 ‘픽사’를 설립했다. 잡스는 넥스트를 직접 지휘하고, 픽사에는 자금만 대면서 에드윈 캣멀에게 경영을 위임했다. 잡스는 과거 애플에서 하듯이 넥스트를 자유분방한 해적들의 회사로 운영했지만, 얼마 안 가 또다시 재정 위기에 봉착했다.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마이크로매니징이 아니다: 픽사의 캣멀과 애플의 잡스가 달랐던 점
그런 위기에서 잡스를 구해낸 건 픽사의 캣멀이었다. 픽사의 토이 스토리는 전 세계적으로 대 흥행했고, 빈털터리 신세였던 잡스는 토이 스토리 한방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픽사의 캣멀은 잡스와 달랐다. 픽사의 직원들은 창의성이 매우 뛰어났지만, 캣멀은 그 창의성을 그냥 풀어놓지만은 않았다. 캣멀은 동종 업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했다. 픽사의 모든 애니메이션 감독들은 자기 자식 같은 작품을 자문단에게 보이고 피드백을 받아야 했다.
캣멀은 잡스처럼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 않았다. 대신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시스템은 직원들의 독창성을 유지하면서도 상업성도 놓치지 않는 정교한 동적 평형이었다.
잡스는 픽사를 경험하며 자신의 과오를 뉘우쳤다. 잡스가 실패한 이유는 스스로 ‘선지자’가 되려는 욕망 때문이었다. 또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잡스는 과욕을 버리고 ‘정원사’가 되어야 했다. 효율성이라는 뿌리와 창의성이라는 꽃 모두를 잃지 않고 가꾸는 정원사. 그래야만 혁신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잡스는 깨달은 것이다.
깨달은 잡스에게 기회가 왔다. 1997년 파산 직전의 애플은 잡스를 다시 불렀다. 복귀한 잡스는 조너선 아이브가 창의성을 이끌고, 팀 쿡이 효율성을 이끄는 동적 평형 상태를 구축했다. 그 뒤에 펼쳐지는 스토리는 전설이 됐다. 애플은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았고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애플에 의해 재편되었다.
조직의 창의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당신에게 추구하는 단 한 권의 책 <룬샷>
나 역시도 경영 컨설팅을 할 때, 혁신을 목표로 이론을 실행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하나의 목표를 가진 수많은 이론들이,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될 수 있다는 상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혁신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커다란 힌트가 될법한데도, 혁신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이론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한 것이다.
저자인 사피 바칼은 애플뿐만 아니라 팬암, 폴라로이드, 할리우드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혁신을 구축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혁신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커다란 포부를 가진 리더라면 분명 룬 샷이 화끈한 문 샷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선지자가 되려는 욕망을 이기고 훌륭한 정원사의 길을 걷는 리더가 많아지기를 바라며 이만 서평을 마친다.
※ 해당 기사는 흐름출판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