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크기는 지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따라서 뇌의 절대 크기나 혹은 몸 크기 대비 뇌의 크기가 지능 발달과 뇌 진화의 중요한 지표로 생각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브루스 박물관의 다니엘 크셉카 박사(Dr. Daniel Ksepka, Curator of Science at the Bruce Museum)가 이끄는 국제 과학자팀은 새와 근연 관계인 수각류 공룡부터 현생 조류까지 수백 종의 새와 공룡의 뇌의 크기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몸 크기 대비 뇌의 크기로 볼 때 수각류 공룡과 현생 조류의 명확한 경계는 없었습니다. 사실 백악기에 살았던 고대 조류와 수각류 공룡은 뇌의 크기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들이 근연 관계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신생대에 조류가 크게 적응방산하면서 뇌의 크기가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현생 조류 가운데도 에뮤나 비둘기 같은 경우는 비슷한 크기의 수각류 공룡과 비교할 때 뇌의 크기가 특별히 더 크지 않았습니다. 반면 까마귀과나 앵무새과의 조류들은 예외적으로 큰 뇌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 가운데서 까마귀 (crow) 속에 속하는 조류는 공룡-조류계의 호미닌(Hominin, 인간의 직접 조상을 포함한 사람과의 동물)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뇌가 큰 편입니다. 까마귀의 지능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수억 년 진화의 정점에 서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물론 조류의 신체 구조나 생활 방식을 생각하면 사람은 물론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원시적인 호미닌의 지능에 근접한 조류가 진화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까마귀가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은 이제 버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
- Ksepka, et al. 2020. Tempo and Pattern of Avian Brain Size Evolution
- Current Biology
- PHY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