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는 국경을 넘어선 ‘초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4월 6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기술과 지식의 공유를 추진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독점의 대명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적 공공재로 하자고 제안했고, 의약품 특허권을 포기하는 제약사마저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허청은 이러한 전 세계적 초협력을 거부하고, 코로나19 위기를 자신들의 수입을 늘릴 기회로 삼는다. 공공기관의 자격을 상실한 특허청의 이러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제도 개선을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
특허청은 ‘코로나19 특허정보 내비게이션’이란 사이트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할 아이디어를 내고 특허출원하라고 독려한다. 특허청이 예시한 아이디어는 위생, 건강, 음식, 교육, 쇼핑, 운송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른다. 이런 아이디어를 특허출원하라는 말은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 못하게 기술을 독점하라는 것이다. 특허 기술을 함부로 썼다가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허청이 독려하는 기술 독점 방식으로는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없다. 하지만, 특허청은 특허법의 예외조항까지 알려주며 아이디어를 공개해도 1년 동안은 특허를 받을 수 있다면서 특허출원 안내 전화번호까지 적어 놓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관련 특허를 빨리 내주는 게 특허청의 코로나19 대응책이라고 한다.
세계 여러 나라는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기술에 특허가 걸려 있을 경우 특허 독점을 완화해 모두가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 캐나다와 독일은 특허 강제실시를 신속하게 발동할 수 있도록 법률을 이미 개정했고,
- 브라질 의회는 소위 ‘자동 강제실시(automatic compulsory license)’라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안의 표결을 앞두었고,
- 이스라엘은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를 코로나19에 사용하기 위한 특허 강제실시를 이미 발동했으며,
- 칠레와 에콰도르 의회도 강제실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노력과 정반대로 우리나라 특허청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기술에 특허 장벽을 쌓으려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특허청의 예산 확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중앙행정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책임운영기관으로, 책임운영기관법에 따라 특허청은 기관장 임기를 보장받고, 예산과 인사의 자율성을 갖게 된다.
특허청이 책임운영기관을 유지하려면 세출을 자기 세입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특허청의 세입은 특허출원인과 특허권자가 내는 수수료이다. 따라서 특허청은 세입 확대를 위해 특허출원이 많아야 하는 구조적 모순에 빠진다. 그래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 세계가 지식과 기술을 공유해도, 우리나라 특허청은 이를 거부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특허청이 할 일은 코로나19의 진단, 치료, 예방에 특허 장벽이 있는지 조사해 이를 없애는 것이다. 특허청이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하게 하는 현행 책임운영기관법은 특허청이 특허권자를 고객으로 삼도록 해 특허청의 공정한 심사와 심판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특허권은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해야 등록되는 권리인데, 특허청을 특허권자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행정기관으로 만들어 놓고, 특허청에게 공정한 심사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로 드러난 특허청의 모순을 바로 잡고, 특허청이 특허권자가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해 복무하는 행정기관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
원문: 시민건강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