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뽑는지 모르겠더군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특별한 일 없이 사무실에 왜 앉아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손이 모자라고 뭐가 뭔지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인턴에게 과중한 책임이 있는 업무를 시키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요?
인턴, 왜 뽑는 거죠?
인턴은 잡부가 아닙니다.
잡다한 일, 귀찮은 일, 단순 반복되는 일, 시간과 노력이 생각보다 많이 드는 일을 하다가 인턴의 시간은 갑니다. 인턴 경험을 물어보면 했던 일은 많은데, 대체 무엇 때문에 그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습니다.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 니로도 인턴으로 입사했습니다. 처음에는 특별히 하는 일 없어 보이다가 점차 자신의 자리를 찾아, CEO인 앤 해서웨이 옆을 보좌하는 일을 하게 되죠. CEO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일깨워주면서 나름의 존재감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 회사 속 인턴에게는 기회가 주어지기는커녕 잡부로 취급하고 머슴으로 부립니다.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러려면 왜 뽑았는지 모르겠더군요. 아무리 논리도 체계도 없는 스타트업이라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인턴은 능력 출중한 알바가 아닙니다
알바천국 광고처럼 인턴에게 다소 무거운 책임이 될 수 있는 일들을 맡깁니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맡기는 겁니다. 그러면 인턴은 (원래대로라면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사명감(?)을 불태워 어떻게든 일을 해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해도 인턴에게는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능력에 대한 칭찬 말고는 돌아가는 것이 없습니다. 반대로 나쁜 결과가 나와도 다를 바 없습니다. 싸늘한 주변 시선 정도를 감당하게 될 겁니다.
인턴에게 과중한 책임을 씌워 헛된 희망을 주지 마세요
‘정규직 채용’처럼 아주 달콤한 당근을 내밀어 충성심 어린 행동을 유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전부 독이 되어 돌아올 겁니다. 아무 일도 안 주거나, 특별히 경험이 될만한 일을 주지도 않으면서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인턴 제도는 앞으로 사회에서 일할 수 있다는 희망과 직무 경험을 주기 위한 제도입니다. 워낙 현장이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이제 막 들어온 인턴에게 신경을 써 줄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도 잘 압니다.
채용을 하면 나라에서 주는 혜택이 그리 탐나던가요?
고용 촉진을 위한 정책에 의거하여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인턴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각종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데다 인건비까지 지원해 줍니다. 기업에서 당장 들어갈 비용을 세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죠.
그러나 채용 기간을 마치고 나가면 그들도 고객입니다. 경쟁사로 입사할 수도 있고, 관계사로 가서 우리 회사와 함께 비즈니스를 할 파트너가 될 수 있기도 합니다. 어쩌면 같은 업계에서 남아 선후배 관계로 남을 수도 있는데 꼭 그렇게 해야겠어요?
그럼 뽑지 말아야죠
필요 없는 인력을 채용하고 보기보다는, 우리 안에서 생긴 비효율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게 기업을 이끄는 리더가 할 일입니다.
‘일을 사람으로 막는 것’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을 벌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내가 얼마나 무능한 사람인지 일깨워주는 것이죠. 인턴은 알바도, 잡부도, 그렇다고 나와 함께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애정 어린 동료도 아닙니다. 그저 임시 직원으로서 정해진 기간 동안 (미래에 함께할지 아닐지도 모르는) 직무 경험을 하기 위해 잠시 들어온 고객입니다.
동료처럼 대하는 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도 고객으로 대할 마음이 없다면 뽑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들의 눈에서 뽑은 눈물이, 내 눈의 눈물로 돌아올 날도 생길 수 있습니다.
번외, 인턴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별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업이 되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습니다. 극 속의 장그래가 그랬거든요. 원래는 프로 바둑 기사를 준비하다가, 우연히 들어간 무역상사의 ‘상사맨’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인생은 통제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세상 풍파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책 속의 공부가 아닌, 실제 세상 돌아가는 일을 들여다보는 공부여야 합니다.
- 어렵게 얻은 인사이트를 객관화하여 스스로에게 투영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 여기서 발견한 가치의 지속 가능성을 따져봐야 합니다.
이 절차에 따라서 생각지도 못한 인생을 살 수도 있습니다. 모쪼록 건투를 빕니다.
원문: 이직스쿨 김영학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