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일하면 외롭지 않나요?
1인 기업,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외롭지 않냐고. 그럼 나는 늘 이렇게 답한다. 직장에서 일할 때도 종종 외로웠다고.
굉장히 근본적인 질문인데 잠시 짚고 넘어가면, 일의 성격이나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나의 업인 ‘기획자’의 삶은 외롭다. 시끌벅적한 상황에서도 철저히 혼자여야 할 때도 있고, 혼자서 특정 과업에 대하여 파고들어야 할 때가 근본적으로 많은 직군이다. 실제로 회사 다닐 때도 나는 꽤 자주 외로웠다.
그렇다면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외로움이 더 깊어졌을까? 아무래도 동료들이 있는 사무실로 매일 출근하지 않으니 혼자 하는 시간이 좀 더 늘어났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외로움의 깊이나 무게가 달라졌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면 나에게는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협업할 회사나 프리랜서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협업의 사전적 의미는 ‘협력하여 함께 일하는 것’이다. 회사 시절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협업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프리랜서가 된 이후에는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거나, 특정 과업에 대해 다른 분야의 도움이 필요할 때, 함께하면 더 발전적이고 재미있을 일 등 프리랜서 동료들과 다양한 협업을 한다. 때로는 다른 프로젝트에 함께하자는 협업의 대상으로서 제안을 받기도 한다.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협업의 대상을 내가 혹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특정 프로젝트에 잘 맞는 사람들로 구성해 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프리랜서 초기에는 작은 프로젝트들을 주로 맡아서 하다 보니 혼자 하는 일이 좀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아지면서 협업하는 동료들이 많아졌다. 해가 갈수록 프리랜서로서 협업의 중요성을 더 깊이 느끼는 중이다. 실제로 주변의 프리랜서들에게도 협업을 많이 권하게 된다.
물론, 이 협업은 프로젝트 기간을 제외하고는 강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조금 낯선 사람과 일을 진행해야 하기도 때문에 약간의 ‘실험정신’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우리 안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할 수 있도록 하는 약속과 규칙을 정하는 것, 그리고 적절한 기술적인 툴의 활용 등을 통한 노력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조건이 충족될 때는 정말 상상 이상의 의미 있는 결과물들이 나오기도 한다. 협업의 파워인 셈이다.
1인 기업가로 사는 기획자로서 오늘도 다양한 협업의 실험은 계속된다. 지난해에는 공동 프로젝트를 위해 프리랜서 동료들과 제주에 가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또한 얼마 전에는 프리랜서 동료들과 조그만 공동 사무실을 마련하고 협업의 공간을 실험 중이기도 하다. 우리는 매일 만나지도 않고, 따로 또 같이 일하지만, 여러모로 외로울 틈이 없는 중(ing) 이다.
원문: 기획자 박경진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