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회사에서도 일한 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간다. 데이터엔지니어부터 시작해 마케팅 기획을 거쳐 분석가로 정착하나 싶었는데 한발 더 나아가 사업관리까지 한다. 감사하게도 2년 동안 데이터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다양한 산업의 사람과 대화하며 데이터 분석 관련해 공통으로 발생하는 아쉬운 점을 들었다. 바로 데이터 분석팀을 만들기 전에 기대한 것보다는 데이터 분석팀이 비즈니스에 가지고 오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헬리콥터 뷰(Helicopter View)로 전사의 조직 구조를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쌓아가는 데다가, 데이터 분석에 지속해서 관심을 두었기에 이런 사안은 고민해 볼 만한 문제였다. 다음과 같이 원인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비즈니스 목표를 이해하지 못한다.
많은 회사의 데이터 분석팀은 비즈니스 목표를 이해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슈를 제기한 회사의 데이터 분석팀 대부분은 IT 조직에 속해져 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인원은 기술/연구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현업 또는 비즈니스 리더 사이에서 논의되는 주요 비즈니스 안건의 이유와 로드맵을 공유받지 못했고, 단순히 요청되는 업무를 처리하고 제때 완수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다 보면 90%의 결과는 현업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미 인지한 내용인 경우가 많고 10% 정도가 생각하지 못한 결과인 경우이다. 데이터 분석가는 이 상황에서 90%는 정량적인 분석을 제공하고 해당 결과를 지속해서 측정하는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10%는 액션 플랜까지는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목표 및 사업이 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래서 뭐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답 이상을 듣기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과는 너무나도 뻔하다. 더 이상 현업은 데이터 분석팀에게 업무를 주지 않고 직접 데이터를 추출해서 보기 시작한다. 근래 들어 분석기법을 배울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직접 분석하는 것이다. 물론 통계학적 지식이 요구되는 고급분석 및 모델링에 대해서는 여전히 데이터 분석팀에 요청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업무는 많지는 않을 것이기에 데이터 분석팀의 역할에 대한 의문은 점차 수면 위로 떠 오를 것이다.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 답변해주지 못한다.
첫 번째 이슈와 완결되는 문제이다. 성공적인 분석은 효과적인 측정에 기반 둔다. 비즈니스를 모르기에 어떠한 데이터를 로그로 쌓아야 하고 향후에 도움이 될지 판단하지 못한다. 즉 운영 전반에 걸쳐 상당한 데이터를 수집함에도 데이터에 오너십(Ownership)은 갖지 못한다. 갑을 관계인 양 업무를 수주받는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는 구성원의 동기부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데이터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IT 관점에서 데이터 관리 체계의 유지/보수에 대한 관점만 고려됨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데이터 모델의 유연성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배제되거나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도 구멍(Hole)이 발생한다. 기존에 본 몇몇 회사는 이런 구멍이 결국에는 중복데이터의 생성 및 데이터 모델의 비효율화, 나아가 성능의 저하 및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지곤 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지 못한다.
회사의 목표를 이해하지 못하고 측정하지 못하는 상황은 결국 현업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야기한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윤 창출이 매우 중요하고 이에 관련된 언어로 구성원 간 대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연스레 구성원들의 노력은 적절히 평가받지 못하고 자연스레 데이터 분석팀의 역량이 팀 구성 당시 기대 수준이 비해 매우 낮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데이터 과학 무엇을 하는가?』의 저자 김옥기 님은 성공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회사들은 공통으로 분석, IT, 경영기획팀이 협업해서 전사 운영을 돕는 중앙집중적 구조를 가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비슷한 관점에서 스타트업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그로스 팀(Growth Team) 역시 데이터과학자, 기획자 등 기존에는 나뉘어 있던 부서들이 한 팀으로 묶여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기업에서 조직 구조를 깨고 이런 조직을 TF가 아닌 정규 조직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필요한 것이 비즈니스 측면을 사업전략을 이해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해당 문제를 데이터 분석팀의 관점의 언어로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데이터 통역자(Data Translator)라고도 부르는 사람이다.
데이터 통역자는 데이터 분석팀이 지속해서 비즈니스 현안을 파악하면서 동시에 데이터 분석팀만이 할 수 있는 데이터 거버넌스 수립 및 분석 방안을 현업들에 제시하는 역할이다. 조직 구조 개편 대신 이런 업무를 갖는 인력을 분석팀에 편입시키는 것이 어찌 보면 더 현실적인 안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데이터 분석팀은 마케팅, 경영 관리 조직만큼이나 점차 회사의 필수적인 조직이 되어 간다. 하지만 기존 조직과 달리 기술+경영이 모두 요구되는 특수한 형태로, 기존의 전통적인 조직과는 다소 상이하다. 한동안은 조직적 이슈가 계속 제기될 것이고 그러다 보니 상술한 문제들이 계속 발생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애정하는 조직인만큼 하루빨리 잘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원문: Re-conside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