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린더는 캘린더를 통해 일정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린더가 정보를 제공하는 여러 채널 중 하나일 뿐입니다. 포화된 앱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일시적으로 캘린더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지만, 저희가 확보하고 있는 일정 데이터는 캘린더뿐만이 아닌 모바일앱, 챗봇, AI스피커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될 수 있습니다.
’17년 8월. 린더를 만들고 있는 이유 1.0 中
창업 직후 17년 8월 썼던 「1.0 버전의 ‘린더를 만들고 있는 이유’」 중 일부를 그대로 옮겨왔다. 첫 글 작성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1.0 버전의 글은 어느덧 2.0, 3.0, 4.0을 거쳐 5.0까지 오게 되었다.
이전 버전인 「4.0 “캘린더 앱은 돈이 되지 않아요”」라는 글은 브런치 공식 페이스북에 소개되는 등 꽤 많은 분들에게 공유되며 당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던 내게 엄청난 부담감을 안겨주었다.
어떠한 생각과 목적을 가지고 작성한 글이라기보다는 여러 격한 감정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멈춤 없이 날림으로 쓴 글이었던 터라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에게 읽혀진 만큼 그 부담감을 배수의 진으로 두고 투자 유치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당시의 그 부담감이 꽤 나쁘지 않은 경험으로 남아있어 한 번 더 투자유치를 준비하는 현시점에서 또다시 5.0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 글이 몇 명에게 읽혀지건 간에 이번에도 이 글에서 뱉은 말들을 지키기 위해서 죽기살기로 앞으로의 몇 달을 또 보내게 될 듯하다. 여하튼, 거두절미하고 다시 위 1.0 버전의 마지막 문구로 돌아가 보자.
“일정 데이터는 캘린더뿐만이 아닌 모바일앱, 챗봇, AI스피커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될 수 있습니다.”
우리 팀은 ‘일정 정보’를 뉴스나 날씨, 운세와 같은 ‘일상 콘텐츠’로 정의하고 있다. 공개된 데이터를 소유할 수는 없지만 뉴스나 날씨와 같이 ‘고유화’가 가능한 영역이 있고, 그것의 전문성을 타 기업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뉴스, 날씨, 운세 등의 정보에 대한 API 비즈니스가 존재하며, 단순 활용을 넘어 이들 데이터 기반의 컨설팅 등 2차 비즈니스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린더팀은 지난 10월 한국저작권위원회로부터 ‘일정 정보 DB’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권을 확보하며 일정 정보를 1) 획득 2)검증 3)편집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
우리는 그 어떤 팀보다도 뛰어난 방식으로 획득하고, 검증하며, 편집할 수 있는 이 일정 정보를 자체 API를 통해 3단계에 거쳐 세상에 제공하고자 한다.
1. 캘린더
아직 린더 서비스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이전 글의 문단을 한 번 더 인용해본다.
린더는 캘린더를 기반으로 하거나 캘린더처럼 생겼는데, 캘린더 앱은 아니어야 했다. 캘린더의 메인 기능인 일정을 ‘입력’하거나 ‘수정’하는 기능은 다 빼고, 사이드 기능 중 하나인 ‘구독’을 핵심으로 뒀다.
린더의 기반은 캘린더지만, 기존 캘린더 앱들과는 경쟁하지 않는다. 실제로 린더를 사용하는 대다수가 기존의 4대 캘린더(구글, 네이버, iOS, 삼성)를 적극 사용하는 동시에 린더를 서브 캘린더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저 인터뷰를 통해 지속 확인하고 있다.
애초에 린더는 기존 캘린더앱과 경쟁 구도를 이루는 것이 아닌, 독립적인 콘텐츠 앱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구글, 네이버, 삼성 등 기존 메이저 업체들 뿐만 아니라 타임트리 등 캘린더 업계에서 큰 변화를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들까지도 최근 관심 캘린더 구독 캘린더 기능을 지속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관심/공개 캘린더 구독 확대’에 대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SKT 썸데이‘를 포함 ‘카카오 플러스 캘린더‘ 등이 유사한 도전을 해왔지만, 각각의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시행착오들을 반면교사 삼아 고유의 일정 정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위의 사례만 보더라도 “린더팀이 일정 정보를 획득/검증/편집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는 명제만 설득한다면 캘린더 앱에서 그것을 활용하는 방식은 별도의 큰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 기존의 구글, 네이버, 삼성 캘린더의 구독 UI를 통해 해당 콘텐츠가 어떻게 일상에 적용될 수 있는지는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
아이돌 스케줄, 화장품 세일, 시험 일정 등 원하는 정보가 있다면 한 번의 구독으로 언제든지 내 캘린더로 일정을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아직 완벽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지만 우리와 기존 캘린더 협력사가 함께 해결해야 할 일은 이 과정속에서 충분한 ROI(투자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과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서비스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협업해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되는 삼성전자 단말기에 올라탈 수 있다. 예를 들어 린더는 현재 `삼성 캘린더` 앱과 연동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린더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서비스가 연동되면 어마어마한 양의 사용자 확보가 가능하다.
- 「삼성이 키우는 모바일벤처 꿈나무 ‘쑥쑥’(2018.07.17)」, 매일경제
2. 지도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지도와 일정의 융합에 대해서는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했는데, 최근 들어 다양한 모빌리티 인포테인먼트와 커머스 연동사례가 출시되면서 어느 정도 시각화된 사례들을 기존 업체들로부터 가져올 수 있게 되었다.
지도와 캘린더, 지도와 커머스가 조금씩 연결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연결들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작지 않다. 내가 가고자 하는 ‘위치’, 내가 관심있어 하는 ‘장소’와 ‘이벤트’가 연결됨으로 인해 실시간으로 나의 이동 동선과 일정을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해외 캘린더 마케팅 업체인 Eventable에 따르면 고객이 미리 일정을 인지하게 되었을 경우 개인 일정 조율 및 참여가 최대 86%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차를 타고 매장을 가는 과정에서 매장의 휴무일·할인정보를 확인하거나, 특정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그 지역의 공연·전시·축제 등의 정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LBS(Location Based Business)로 불려온 위치 기반 비즈니스의 잠재력은 많은 기업들에 의해 탐구되어왔지만 아직도 명확한 그림을 성공적으로 그려낸 업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단순 유틸리티로서 생각되었던 지도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일정 정보’가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3. 금융/소비
일상적으로도 자주 접하게 되는 은행발 달력들. 타 기관 대비 유독 은행에서 매년 어마어마한 양의 탁상용 달력을 제작해서 배포하는 이유가 뭘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면서 “아, 오늘 새 카드를 만들고 싶다”라고 다짐하지 않는다. 월급날이 다가왔거나, 무언가의 기한이 다가왔거나, 관심 있는 이벤트가 곧 시작되거나 종료된다고 판단될 때 우리는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다.
실제로 구글 또는 네이버에 ‘이벤트’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대다수의 배너들은 우리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존재하며, 형형색색의 이미지와 문구들로 우리를 현혹한다.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일정 정보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취향과 관심에 최적화된 소비를 할 수 있으며, 개인에게 맞는 금융 상품을 정해진 기한 안에 추천받을 수 있게 된다.
마무리하며
린더의 타이밍은 너무 빠른 걸까, 느린 걸까? 비트, 풀러스, 타다 등 높은 제품 퀄리티 및 운영 능력을 갖춘 서비스가 사장되는 모습을 보며 시대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서비스들의 말로를 먼발치에서 지켜보았다. 약 2년 전 내부적으로 우리의 타이밍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고, 당시 우리가 내린 결론은 늦으면 늦었지 빠르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오늘의 하늘을 보며 내일의 날씨를 예측했다. 기술과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날씨에 대한 예측과 정보 전달 방식은 점점 더 정교해졌고, 더 많은 대중들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 정보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변화시켰다.
일정 정보는 날씨, 뉴스, 운세와 같다. 그것을 그 누구도 다루기 어려웠기에 아직 일상에 활용하고 있지 못했을 뿐. 이 정보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획득·검증·편집 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삶에는 분명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한 그 ‘타이밍’이 틀리지 않았다면, 린더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일정을 받아보는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은 반드시 누군가가 성공해야만 하는 일이다. 지도로 길을 찾으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세상에 누군가가 네비게이션을 선사한 것처럼, 일정을 받아보는 경험은 근 미래에 없어서는 안 될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선물의 형태가 캘린더가 되었건 지도가 되었건, 우리는 앞으로도 린더를 통해 사람들이 그들의 소중한 일정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원문: 역삼동까만콩의 브런치